대법원이 9일 전라북도 학교급식조례 재의결안에 대해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내려 비슷한 취지로 대법원에 무효소송이 제기된 경남ㆍ경기ㆍ서울ㆍ충북 등 4개 광역지자체의 학교급식조례도 무효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국회 교육위에 계류중인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우리농산물 사용조항에 대한 재검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 판결 내용은 = 전북 교육청이 전북 의회를 상대로 무효소송을 제기한 조례는 전북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그 가공식품을 '우수농산물'로 규정하고 전북교육감에게 '우수농산물'을 우선 사용하고 그 사용자를 지원토록 하고 있다.
이같은 조례에 대해 전북교육감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이번 조례무효소송의 쟁점은 크게 ▲대법원이 WTO 협정 위반여부를 판단할 재판권을 갖는가와 ▲전북급식조례가 WTO협정에 위배되는가 여부로 나뉜다.
우선 재판권에 대해 대법원은 "WTO협정 체결국이 협정을 위반했는지 판단할 권한은 WTO 분쟁해결기구가 갖지만 국가가 아닌, 광역지자체 의회의 조례가 WTO 협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판단권한은 대법원이 갖는다"고 판시했다.
WTO 협정의 부속협정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정부조달에 관한 협정'(AGP)은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공포했기 때문에 헌법 6조 1항에 따라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게 돼 조례의 상위법 지위를 갖게 된다.
GATT 3조 1항 및 4항은 '수입품의 국내판매에 불리한 영향을 주는 법률ㆍ규칙ㆍ요건이 국내생산 보호를 위해 적용돼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전북급식조례는 국산품 보호를 위해 수입품에 불리한 대우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설령 조례안이 '안전성이 검증된 우수농산물을 사용하겠다'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해도 그 수단이 외국 농산물을 차별하는 이상 판단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대법원 재판부는 설명했다.
◇ 향후 전망은 =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제정 운동본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16개 광역지자체중 부산을 제외한 15개 지자체가 급식조례를 제정했고 이중 전남ㆍ인천ㆍ제주에서 조례가 시행중이다.
기초지자체 중에는 80개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42개 지자체가 시행중이며 63개 지자체가 조례 제정을 추진중이다.
이들 광역지자체중 전북처럼 '국내산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한 충북ㆍ경기ㆍ서울ㆍ경남의 조례가 현재 대법원에 무효소송이 제기돼있는 상태인데 이들 지자체의 조례도 조만간 무효판결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초지자체는 광역지자체와 달리 GATT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광역지자체의 예산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교육위에 입법 계류중인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우리농산물 사용규정에 대한 재검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반발하는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제정 운동본부'는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다른 4개 광역지자체의 소송을 끝까지 진행하는 한편 야 3당과 함께 우리농산물 사용 규정을 담은 학교급식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향후 국회 논의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