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권 외곽 도치기현 오타와라(大田原)시 시립중학 등 12개교(학생 2천300명)가 내년부터 4년간 극우단체가 편찬한 후소샤(扶桑社)판 역사.공민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오타와라시 교육위원회는 13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편찬한 후소샤판 역사.공민교과서를 교육위원 전원 일치(5명 중 1명 결석)로 공식 채택했다.
앞서 오타와라시 '교과서채택협의회'는 12일 후소샤판 역사.공민교과서를 선정, 최종 확정권자인 교육위원회로 넘겼다.
내년 봄부터 사용되는 중학교 교과서와 관련, 일본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후소샤판을 채택한 것은 오타와라시가 처음으로, 4년 전 0.039%에 그쳤던 이 교과서의 채택률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후소샤 교과서는 일제 침략과 전쟁을 미화하고 위안부와 조선인 강제연행 존재를 부정하는 등 일본 안팎의 양심세력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년 전 발간된 후소샤 역사.공민교과서는 현재 도쿄 도립 양호학교와 중.고 일관교, 아이치현립 양호.노인학교와 중.고 일관교, 사립 8개교 등 전국적으로 모두 19개교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오누마 류(小沼隆) 교육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채택 이유에 대해 "후소샤판은 가장 균형이 있다"며 "이번 채택으로 일본이라는 국가에 자랑과 애정을 갖는 아이들이 길러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학교 현장과 학부모를 비롯해 중국, 한국에서 반발이 있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는 "반발이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교육적 배려로 채택했다"며 "소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편향된 교과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올해는 일본의 전국 중학교에서 내년 봄부터 4년간 사용되는 교과서를 채택하는 해이다.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에서는 3-54개로 나뉜 총 583개 '지구'마다 설치된 '교과서채택협의회'가 교과서를 선정하며 지구 내 교육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8월말까지 확정토록 돼 있다.
교과서채택협의회는 지구 내 교육장과 교육위원장, 학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됐으며 현장 교사들이 소속된 '조사원회'가 교과서의 특징을 연구한 보고서를 작성, 넘겨오면 이를 검토해 선정한다.
'새역모'는 후소샤 교과서 채택률 10%를 목표로 정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새역모 교과서채택을 저지하는 도쿄네트워크'는 이날 도쿄도 교육위원회에 '역사를 왜곡하고 전쟁하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후소샤 교과서의 채택을 거부할 것을 요청했다.
또 요코야마 요키치(橫山洋吉) 도쿄도 교육장이 지난 5월14일 집권 자민당 미야자키(宮崎)현이 주최한 '새역모' 교과서 채택추진 집회에서 '새역모'의 미야자키현 사무국장과 함께 기조보고를 실시한데 이어 같은달 22일에는 자민당 구마모토(熊本)현이 주최한 집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사실을 엄중 항의했다.
'도쿄네트워크'는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후소샤판을 부각시킨 '교과서 조사연구자료'를 만들어 도내 중학교와 산하 자치단체의 교육위원회에 배포한 것실도 공정함을 잃은 처사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