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입시안을 놓고 정부 여당과 서울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전직 교육부 수장들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정부와 서울대가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교육 부총리 및 장관들은 그러나 "서울대가 입시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3불정책 법제화도 검토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은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42대 장관을 지낸 이돈희 민족사관고등학교장은 7일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우선 서울대는 통합형 본고사가 과거 논술과 어떻게 다른지 성격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 교과형 논술이 1960~70년대 본고사 형식이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교과 영역을 넘어 학습능력을 평가하는 정도라면 정부가 하라말라 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사실 서울대가 수능과 내신으로만 학생을 선발하기는 무리이고 (교육부가) 학생 선발을 어렵게 만들었으면 최소한의 자구책을 쓸 수 있는 여지는 줘야 한다"면서도 "서울대도 통합형 논술의 성격을 더욱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정부 후반기에 교육부총리(2대)를 지낸 이상주 성신여대 총장은 "입시안 충돌로 고민하는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표정을 보니 착잡하다"고 입을 뗐다.
이 총장은 "정부는 정부대로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이상 열기를 식히려는 정부 정책 목표를 실현하려고 하고 서울대는 서울대대로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뽑아 수월성을 높이려는 뜻도 이해가 간다"고 했다.
이 총장은 "서울대도 과거 고교장추천전형이나 현행 지역균형선발제 등 교육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결국 대학이 생겨난 이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자율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삼 정부 초대 교육장관을 지낸 오병문 동신대 명예교수도 "원칙적으로 대학에 맡기는 것이 교육의 정도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며 "세계 모든 나라가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방향인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그러나 "서로 충돌하고 주장을 내세워봐야 이로울 것 없다는 것을 알테고 잘 타협될 것으로 믿는다"고 내다봤다.
2000년 교육부장관을 역임한 문용린 서울대 교수는 "대학에 있는 사람들이 나라 망하자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좋은 사람 뽑아서 좋은 교육 시키려고 하는 것이니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게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학에 자율로, 자유 경쟁을 하게끔 만들고 잘 안되면 국민이 페널티를 주도록 하면 되는 것"이라며 "통제 만능주의에 빠져 대학이 정책을 안따르니 '보복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1993년~1995년 장관을 역임한 김숙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장관 재직시에도 '대학 자율'을 원칙으로 일을 했다"며 "대학이나 중고교나 자율적으로 학교 창립 정신에 입각해서 각자 방향으로 가면 사회도 다양해지고 더 발전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말 한마디 했다고 정부와 여당이 한꺼번에 나서서 대학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직 장관들은 3불정책 법제화에 대해 '법이 아닌 정책으로 다스릴 문제(이돈희 )', '헌법소원 가능성(이상주)', '법으로 정할 사안 아니다(오병문 전 장관)', '대학 자율성 해치는 졸렬한 발상(김숙희)' 등 비판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는 "직전 장관으로서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