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중고생의 두발 자유를 기본권으로 인정, 교육 목적상 최소한의 범위에서 단속과 제한을 할 것을 교육당국에 권고함에 따라 학생들의 원성을 사왔던 강제 이발 등 악습이 사라지게 됐다.
권고안이 강제력은 없지만 국가기관이 학생의 두발 자유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로 인정한 만큼 일부 학교의 지나친 두발 제한은 더 이상 명분을 얻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권위 권고로 교육당국이 당장 눈에 띄는 후속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가시적인 추가 조치를 원하는 학생들은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교육부는 5년 전부터 학교별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두발 자유화 및 규제 범위와 지도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지속적으로 일선 학교에 알려왔기 때문에 별도의 조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인권위 권고를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다시 내려보내 그 간의 방침을 강조한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도 지난 5월 각 학교가 두발관련 규정을 개정할 때 학생회와 학부모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에 학생 대표가 직접 참여해 의견을 개진토록 하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시 교육청은 당시 학생들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지 말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두발자유를 주장하는 청소년 단체 등은 교육 당국의 조치가 '눈가리고 아웅'식 홍보 정책이라고 비난했지만 실제 교육당국의 이 같은 조치로 일선 학교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보이기도 했다.
서울 휘문고는 지난달 두발제한 관련 규정을 개정해 오는 9월부터 이전의 '스포츠형' 머리보다 완화된 두발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물론 규정 개정 과정에 학생들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인 두발 단속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인권위가 두발 단속 범위를 "교육목적상 최소한의 범위"로 한 데 대해서도 교사들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강남 모 고교 학생과 교사는 "단속 규정을 '최소한의 범위'로 하라는 것은 두발 규제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규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마찰이 생길 텐데 교사들은 이를 피하려고 아예 단속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북의 한 사립고 교사는 "규정 개정을 위해 학생 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의견도 듣게 돼 있는데 우리 학교의 경우 대다수의 학부모가 두발규제에 찬성했는데 학부모와 학생 간 의견이 엇갈려 있다"고 말했다.
두발자유화 운동을 벌여온 '아이두넷' 운영자 이준행씨는 "인권위 결정으로 두발 자유를 주장해온 학생들이 도덕적 우위에 섰다"며 "인권위 결정이 전국 일선 학교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