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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원로교사의 제자사랑

우리학교에서 애잔하고 아름다운 오카리나 연주 소리를 따라가면 그 교실엔 언제나 온화한 미소와 한결같으신 모습으로 교육에 열정을 쏟고 계신 이철중 부장선생님이 계신다. 환갑이 넘으셨지만 청소년 단체 지도에서부터 전교어린이회 운영, 학교 행사 전반에 이르기까지 항상 앞장서서 일하시는 모습은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작년 가을 운동회를 앞둔 어느 날이었다. 운동장 트랙을 따라 풀을 꽂는 날인데 운동장에는 비가 제법 굵게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랑곳 하지 않고 벌써 비옷을 입고 나와 작업을 하고 계신 분, 바로 이철중 선생님이셨다. 누군가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비맞는 일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앞장서 일하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젊은 후배들도 기쁘게 일을 따라했다.

지난 5월, 하마터면 아무도 모르고 지나갈 뻔 했던 일이 알려지게 된 것은 14일 교내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교장선생님의 축사를 통해서였다. 이 선생님께서는 며칠 전 한쪽 눈 백내장 수술을 받으셨다고 했다. 수업을 다 마친 후 오후에 병원을 찾아 백내장 수술을 받으신 선생님은 다음 날 아침에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찍 출근해서 반 아이들을 가르치셨다는 것이다. 수술을 받기 위해 조퇴하던 날, 교장·교감선생님께서는 하루라도 쉬고 나오라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지만 괜찮다며 여느 때와 같이 학교에 나오신 것이다. 선생님의 제자사랑이 그대로 드러나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만 가까워지면 곱지 않은 학부모들과 사회의 시선 때문에 교사들은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교사들을 우울하게 만든 5월에 이 선생님의 아름다운 노력은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 우리를 축복해 주는 듯했다.

바로 엊그제에도 이 선생님이 우리를 감동시킨 일이 있었다. 교직원 산행대회가 있는 날이라 수업을 마치고 모처럼 전 교직원이 북한산 쪽으로 가서 산을 올랐다. 맑은 공기와 함께 풀향기, 솔향기를 흠뻑 즐기며 내려오는 길, 앞장 서 내려오시던 이 선생님은 어느 새 논에서 무언가를 잡고 계셨다.

가까이 가보니 모내기를 한 논에는 수백 마리쯤 되어 보이는 작은 올챙이들이 꼬물꼬물 노닐고 있었고 선생님께서는 논둑에 쪼그리고 앉으셔서 요리조리 빠져나가서 잘 잡히지 않는 올챙이들을 열심히 잡고 계셨다. 그리고는 언제 또 보아 두셨는지 저쪽으로 가서 비닐봉지에 개구리밥을 담아 오셨다. 3학년을 맡으신 선생님께서는 이 좋은 학습 자료를 그냥 두고 가실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언제나 온화한 미소와 한결같은 마음으로 동료와 제자들에게나 모범을 보여 주시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우리 교사들은 교사로서 긍지와 자존심을 갖는다. 나도 선생님의 모범을 따르고자 오늘도 더 열심히 교단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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