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이공계 분야 학과ㆍ학부들의 총체적 진단을 위해 해외 석학 평가단의 분야별 심층 실사와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방위 평가를 받기로 했다.
4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자연과학대학은 산하 수리과학부ㆍ물리학부ㆍ화학부ㆍ생명과학부ㆍ지구환경과학부ㆍ통계학과 등 5개 학부와 1개 학과에 대해 해외 석학 평가단의 심층실사를 진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데이비드 아이젠버드 미국 수학회(AMS) 전 총재, 휴고 로시 미국 수리과학연구소(MSRI) 부소장, 고지흡 인디애나대 교수 등 3명이 자료검토를 거쳐 서울대를 방문, 3일간 교수ㆍ학생 등을 집중 인터뷰했다.
평가단은 실사 후 서울대 수리과학부의 전반적 수준이 미국 내 수학 분야 상위 50개 대학을 뜻하는 '그룹 1'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는 잠정적 총평을 내렸다.
그러나 '특화된 간판 분야에 대한 전략적 집중 육성이 미흡하며 강의당 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구환경과학부의 경우 8월 중순께 시언 솔로몬 미국 지구물리연합(AGU) 전 총재를 단장으로 한 4인 평가단이, 화학부는 딕 제어 미국 국립과학위원회(NSB) 전 의장을 단장으로 한 4∼5명의 평가단이 각각 실사를 할 예정이다.
물리학부는 평가단장인 맬컴 비즐리 미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짐 랭어 미 과학한림원 부총재ㆍ짐 시그리스트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고에너지분야 연구단장 등 3명이 9월 방문해 실사를 하기로 했다.
통계학과에는 피터 비켈 전 미국 수리통계학회 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3인 평가단이 위촉됐으며 생명과학부는 평가단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세정 자연대 학장은 "학식이 뛰어나고 평가에도 경험이 많은 분들이어서 장단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발전전략에 관한 조언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자연대 기획실장은 "해외 명문대끼리는 평가를 위한 상호 교류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며 "현재 위상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대등한 수준에서 교류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공동학위제 추진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자연대는 9월까지 전 분야에 대한 해외 석학 평가단 실사를 끝낸 뒤 10∼11월께 미국에서 6개 분야 평가단장 회의를 열어 종합 보고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서울대 자연대와 공대는 삼성경제연구소에 예산ㆍ시설ㆍ인원ㆍ여건ㆍ실적 등에 대한 전면적 평가작업을 의뢰키로 하고, 오는 13일 학장들과 기획실장들이 참여하는 합동회의를 열어 세부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지금까지 논문 편수, 인용 등에 대한 정량적 분석 작업은 여러 차례 진행됐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삼성경제연구소의 정량적 분석과 해외 석학 평가단의 정성적 분석을 함께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본부 고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평가 작업은 이공계 이외 분야에도 확산될 것이며 진단 결과 전략적으로 육성할 연구 분야가 제시되면 연구비 배정 등에도 자연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