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별세한 김천호(63) 충북도교육감은 '1등 인생'이라는 호칭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보은 삼산초등학교와 청주 사범학교 병설중학교, 청주 사범학교를 거치는 동안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은 수재였다.
그렇다고 공부만 파는 외곯수도 아니었다.
'어른들에게도 진 적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장기 등 잡기에도 능했으며 탁구.배구.테니스.축구 등 구기 종목에서도 수준급의 실력을 갖춘 '만능 스포츠 맨'이었을 뿐 아니라 친화력이 뛰어나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1962년 청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초등교사로 교단에 섰던 김 교육감은 1974년 방송통신대 초등교육과를 시작으로 1980년 청주대 법학과, 1986년 충남대교육대학원을 각각 졸업한뒤 2000년 충남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평생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1990년 공모를 통해 주 캐나다 한국교육원 원장을 지내기도 했던 김 교육감은 1990년대 도교육청 초등장학과장으로 재직할 때 절약 실천 운동인 '아가모(아끼고 가르고 모아쓰기)' 운동을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등 수 많은 실천 개혁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2월 모친상을 당했을 때 부조를 일절 받지 않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던 김 교육감은 실제 상을 치른 뒤 금융기관에서 적지 않은 돈을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교육청 교육장과 가경초등학교 교장 등을 거쳐 2002년 보궐선거를 통해 도교육감에 오른 그는 소탈하고 뛰어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2003년 재선돼 2007년 12월 임기인 충북교육계 수장역을 계속 맡아왔다.
1997년 신장염 때문에 신장 2개를 모두 떼 내고 제자가 기증한 신장을 이식받아 생활해온 김 교육감은 최근 옥천여중 김 모 교감 자살과 관련 심적으로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소년체전 개막식 행사를 격려하기 위해 지난달 말 이 학교를 방문한 데 대해 학교측의 '과잉 영접'을 비난하는 글이 전교조 홈페이지에 오른 것이 발단이 돼 교육계 내부의 갈등 양상이 나타나다 급기야 이 학교 교감이 자살하고 그 가족들이 경찰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던 것.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일선 학교 방문이 엉뚱한 파장을 몰고 오고 후배 교육자의 자살로까지 이어진데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던 김 교육감은 최근 가까운 지인들에게 괴로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에서는 평소 세심하게 남을 배려해오던 김 교육감이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지 못한 것이 화를 불러 온 것으로 보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