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대학이 경쟁력 강화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학과 또는 단과대학을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교수진의 반발이 일어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고려대는 생명과학대학과 생명환경과학대학을 '생명과학대학'으로 통합해 내년도부터 통합된 단과대로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비슷한 이름의 이들 단과대 통합방안은 2년전 이 학교 어윤대 총장이 취임했을 때부터 추진해 온 계획으로 차세대 산업으로 불리는 생명과학(BT)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대외적으로 이들 단과대 통합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생명환경과학대학의 '소장파' 교수를 중심으로 반발움직임이 거셌다.
단일학과로 구성된 생명과학대학과는 달리 5개 학과로 세부적으로 나눠진 생명환경과학대학 측의 일부 교수진이 자신의 전문 연구분야의 존속에 불안을 느껴 "통합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통합에 반대의사를 나타낸 것.
학교의 꾸준한 설득과 지원 약속으로 이들의 반대는 간신히 무마가 됐지만 통합 단과대의 명칭인 '생명과학대학'을 놓고 두 단과대가 마찰을 빚었다.
생명환경과학대학이 마치 생명과학대학으로 흡수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생명환경과학대학이 반발하고 나서자 학교측은 '2006∼2008학년도까지는 생명과학대학으로, 2009학년도부터는 생명환경과학대학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조정안을 냈지만 이번엔 생명과학대학 측에서 반대를 했다.
결국 지난주에야 '2009학년도부터 생명환경과학대학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되 그때 가서 논의가 필요하면 명칭에 대해 다시 논의한다'는 단서를 달아 통합이 마무리됐다.
생명환경과학대학의 한 교수는 "결국 두 단과대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봉합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울대가 추진해 오던 역사학 분야 3개 학과 통합안은 교수 투표에서 부결됐다.
서울대는 국사학과ㆍ동양사학과ㆍ서양사학과 등 3개 학과를 '사학부(史學部)'로 통합하는 안을 놓고 해당 학과 교수 27명을 상대로 투표를 벌인 결과 찬성 17표, 반대 9표, 무효 1표가 나와 통합안이 부결됐다.
이 통합안이 통과되려면 해당 학과 교수 27명 중 3분의 2(18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했다.
통합에 반대하는 교수들은 통합 과정에서 빚어질 학과별 갈등과 통합 뒤 '과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관계자는 "중복되는 분야가 있어 통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분야 교수들이 연구활동 존속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신의 연구영역을 중시하는 교수 입장에선 구조조정이 달가울 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