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내고 있는 반면 그 성적에 미치는 부모의 사회ㆍ경제적인 영향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낮아 수월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모두 일정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맥고우(McGaw) OECD 교육담당국장은 '에듀엑스포2005'가 열리는 경기 고양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해 13일 이틀 일정으로 개최한 '한국교육 60년의 성취와 도전' 국제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교육은 질과 양의 측면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암기된 지식이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그대로 평가하지 않고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실생활에 응용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고 소개했다.
맥고우 국장은 "한국의 고교 교육 이수율은 OECD 국가 가운데 40년 전에는 24위로 추정됐으나 10여년 전부터 1위로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모의 사회ㆍ경제ㆍ문화적인 지위가 학생들의 성적에 영향을 주는 비중이 14.2%로 OECD 평균(20.3%)보다 낮은 대신 개인의 노력, 학교 교육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아 교육의 형평성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의 지위가 0에서 1로 상승할 때 학생들의 성적이 OECD 평균은 45점, 한국은 41점 올랐다"고 말했다.
PISA 조사에서 세계 최고 성적을 기록했으면서도 성별ㆍ학교ㆍ지역간 차이가 가장 적은 핀란드 교육부의 리타 람폴라(Ritta Lampola) 국제관계국장은 "핀란드 교육의 성공에 기여한 요소들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없지만 의무교육(9년), 교육의 형평성, 학생 관심에 맞춘 과목 선택제, 질 높은 교사, 학교의 노력, 교육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문화 등이 얽혀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또 국가는 교육과정의 일반적인 틀과 목표만 제시하고 학교별로 외국어, 수학, 과학, 예술 등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고 교사들이 수업태도, 프로젝트, 시험, 포트폴리오 등으로 학생평가를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밝혔다.
세미나에 참석한 독일 교수는 "PISA에서 OECD 평균 이하의 성적을 거둔 뒤 언론이 'PISA 쇼크'로 다뤘다"며 "예상치 못한 낮은 성취도는 물론 부모의 사회ㆍ경제ㆍ문화적 배경과 학생들의 성적간 상관관계가 높아 '균등한 교육 기회 분배의 부재'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연방의 교육부 장관들은 16개의 다른 교육 시스템에 대한 통제 방식을 '자원의 투입'에서 '투입의 결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세쓰 미국 제임스메디슨대 교수는 "한국의 '교육열'은 광복 이후 60년 간 한국을 우수한 교육국가로 탈바꿈시킨 놀라운 변화를 설명할 때 항상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그 덕분에 한국은 자원이 없던 시기에 학교교육의 재정 부담을 학생과 가족에게 전가할 수 있었고 부모들은, 심지어 가난한 이들도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엄청난 개인적인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크 브레이 홍콩대 교수는 "과외 등 사교육 문제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논쟁거리이고 광범위한 현상이지만 홍콩, 대만, 일본도 마찬가지이고 세계 다른 지역으로도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며 "많은 국가가 사교육과 관련한 정책을 만들 때 한국에서 교훈을 얻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과외에 대한 연구가 별로 없지만 한국은 이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