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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행복한 아이

특수학급인 우리 교실은 특별청소구역으로, 6학년 여학생 두 명이 올해 청소당번으로 배정 됐다. 아이들은 아침 시간에 잠깐씩 청소를 하고 간다. 그런데 둘 중 한 명이 때로는 아무 이유도 없이 청소하러 오지 않기도 했다. 함께 청소하는 아이가 힘들 것 같아서, 그 아이에게 넌지시 “다른 구역 청소로 바꾸지 않겠니?”하고 물어보았더니 순순히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지연이라는 아이로 바뀌게 됐다.

지연이는 우리 교실 청소당번이 된 것이 너무 좋다며 첫날부터 신나게 청소를 했다. 그리고는 아침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에 오면 나는 너무 행복해!” 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나는 속으로 ‘행복해하니 다행이네. 그러나 곧 또 다른 아이들처럼 싫증을 내겠지’하며 웃어넘겼다.

그런데 지연이는 정말 특이한 아이다. 날이 갈수록 더 자주, 연극배우가 관객에게 말하듯 “나는 너무 행복해”를 외치는 것이다.

하루는 “넌 뭐가 그리 행복하니?”하고 물었더니, “선생님! 나는 여기가 너무 좋아요. 그냥 행복해요”라고 대답한다. “그래? 네가 행복하다니 나도 좋구나”하고 대꾸해줬다. 아마 일반학급에서는 보기 드문 다양한 색상의 학습자료와 교구들이 그 아이의 동심을 자극한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이런 아이는 정말 보기 드물다.

하루에 10여분 청소하는 동안, 또 청소가 끝난 뒤, 그 아이의 행복지수는 극에 달하는 것 같다. “여기 와서 너무 행복해!”, “청소 다 해서 행복해!”, “선생님도 행복하시죠?”하며 ‘행복’이란 단어를 마구 남발하는 아이를 보며, 어느새 나도 그 아이처럼 ‘행복해’를 남발하며 살기로 작정을 해버렸다. 그러다 보면 정말 행복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요즘 아이들이 돌아간 빈 교실에서 난 모기 소리보다 더 작게 ‘난 행복해!’를 연습하고 있다. 언젠가는 지연이처럼 ‘난 너무 행복해!’ 탄성을 지를 수 있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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