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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전문대 수업연한 자율화부터

전문대학의 교육목적은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으로 고등교육법상에 명시돼 있다. 4년제 대학에 편입하기 위한 기능이 주목적이 아니다. 이 점이 미국의 커뮤니티컬리지와 일본의 단기대학과는 다른 성격이다. 그래서 한국의 전문대학은 지난 40년간 산업인력양성교육에 특성화해 350만 명의 각 분야 전문기술인을 배출했으며, 이로써 국가산업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자격증취득율과 취업률도 4년제 대학보다 훨씬 높아 일반대학 졸업자가 전문대학으로의 재입학하는 경우도 생겼으며 또한 높은 입시경쟁율도 가져왔다. 이 결과 전문대학은 현재 158개(4년제 대학 200개)로 늘어난 비중있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 전문대학은 변해야만 한다. 70년대 대학진학자가 10%도 안 되던 시절 초급대학의 기능은 대학진학률 81%시대의 고등교육 보편화 시대에서 더 이상 그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컴퓨터가 없었던 전문대학 태동 시절과 정보화사회를 거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전문직업인이 되기 위해 배워야 하는 학습의 양과 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를 적절히 수용해야 할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은 지금도 그때와 다름없이 2년으로 묶여 있다. 부분적으로 3년이 허용되었으나 이나마도 철저히 봉쇄하고 있어 몇 년째 새로운 학과의 수업연장 신청조차도 받지 않고 있다. 고정된 수업연한으로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산업인력양성교육이 불가능하다. 수업연한은 전공에 따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평가는 교육 수요자에게 맡겨야 한다. 이미 선진국의 많은 나라들은 이렇게 자율이 부여된 직업교육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요즈음 4년제 대학은 어떠한가? 산업대학은 이미 본래의 취지를 무시하고 일반대학화한 지 오래다. 일반대학에서도 산업체위탁교육, 학점은행제, 평생교육원을 통한 전문대학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는 전문대학이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안경광학과, 애견과 등 무려 21개학과를 27개 대학에서 개설하고 있다. 이는 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잠식해버리는 것처럼 일반대학이 기득권과 정부로부터 받는 각종 특혜를 앞세워 전문대학을 무력화시키고 존재 의미를 잃게 만드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올 들어 정부가 발표한 교육정책은 더욱 가관이다. 3월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발표한 대학개혁방안에 따르면 15개 연구중심대학을 제외한 4년제 대학을 100%취업을 목표로 산업인력을 양성하도록 특성화교육중심대학으로 육성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특성화교육중심대학의 지향 목표가 현 전문대학의 교육목적과 같음에도 전문대학에 대한 내용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전문대학은 정말로 설자리가 없게 된다.

또한 5월에 발표한 교육혁신위원회의 ‘직업교육체제혁신방안’에서도 전문대학은 철저히 배제된 상태로 ‘실업고 육성방안’에 불과한 거꾸로 가는 직업교육정책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모든 정책이 전문대학에 대한 무관심과 소외 일변도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대학 진학자의 43%를 차지하는 전문대학을 정부에서 이렇게 홀대해도 된다는 말인가?

4년제 대학이 전문대학 학과를 모방하고 교육영역을 침범한다 해도 따지고 싶지 않다. 그들도 얼마나 힘들면 살려고 그리 하겠는가. 어차피 대학은 자유 경쟁체제로 돌입했다. 또한 산업인력양성교육의 축이 실업고 단계에서 대학단계로 이동한지 오래이기 때문에 다른 한편 이해도 가능하다. 어차피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지금과 같은 대학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수업연한으로 대학의 유형을 구분하던 것은 구시대의 유물이 돼 버렸다. 교육의 목적과 프로그램에 따라 대학이 구분되어져야 합당할 것이다. 취업을 전제로 하는 대학들은 하나의 형태로 통합되어 같은 조건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고등직업교육정책일 것이다.

전문대학 제도는 하늘에서 떨어진 제도인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 만든 제도일 뿐이다. 따라서 상황이 변한다면 또 다른 필요에 의해 적절히 바뀔 수 있는 것인데, 정책입안자들의 전문대학에 대한 고정관념, 무관심과 무지 그리고 적절한 방치에 의해 우리 전문대생들의 학습권은 유린당하고 있다. 수업연한 자율화는 변화하는 시대를 앞서가면서 세계적 수준의 전문직업인 양성교육을 위하여 가장 기초적인 요구사항인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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