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로부터 지방교육양여금과 교부금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해 시·도교육청마다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진 가운데 일선학교 현장도 이에 따른 여파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 K초등학교. 이 학교는 여름마다 야외수영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지원되던 600만원의 예산의 올해는 끊겨 버렸다. 이 때문에 올해는 수영장을 개장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송파구에 있는 J초등교는 올해 부장 교사들의 컴퓨터만이라도 교체하자는 계획을 세웠지만 역시 예산부족으로 무기한 연기했다.
학생수가 900명이 넘는 충북의 C중학교. 예산 절감이라는 이유로 연간 4000만원씩 지원하던 과학시범운영 지원금이 올해 1000만원 넘게 줄었다. 심지어 순회교사 여비까지도 10% 감액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또 우선 사업으로 시행되던 창호교체도 중단돼 방치되고 있다. 이 학교의 경우 창호가 약 20여 년 전 건물로 반드시 교체해 주어야할 대상인데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밖에도 기능직이 1명 감축됐고 전산보조원도 일방적으로 감원됐다. 도색을 한지 9년이 지나 올해는 꼭 실행에 옮겨야 하지만 엄두를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학교 C모 교장은 “예산 절감도 좋지만 기본적인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지경”이라며 “교직원 후생을 위한 공간 확보는 아예 생각하기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지난 2002년 초·중·고 각 학년, 과목마다 중심학교를 선정, 도움을 주게 하는 ‘교수학습 도움센터 중심학교’를 추진 중이지만 올해는 예산 부족으로 도교육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한 일부 학교가 중도에 참여를 포기했다. 경기도는 이밖에도 ‘돌아오는 농촌학교 만들기’ 사업과 외국어교육 기반 조성사업, 영재교육 지원 사업 등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지역의 한 중학교 교감은 “시설투자도 중요하지만 교수-학습에 대한 투자가 교육적인 면에서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며 “시설투자 부분은 그래도 진행되는 편이지만 오히려 영어교육 등 교육에 대한 투자가 줄어 교육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시흥지역의 S공고의 경우최근 학생들의 실습을 위한 재료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운 기계를 마련해야하는 시점인데도 이공계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오히려 가장 기초적인 재료비도 걱정해야하는 형편이다. 또 M초등교는 올해 학교운영비가 20%정도 삭감돼, 지난해보다 5000 여만원의 예산이 부족하게 됐다.
이 학교 L모 교장은 “더 이상 줄일 것도 없는데 절약상황을 보고하라는 공문까지 내려왔다”며 “교내 축구부가 대회 나갈 때도 차 대절을 못하는 형편이고, 사용한지 20년이 넘어 노후된 책걸상을 올해 교체할 예정이었는데 이도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교육부에 교부금 부족액에 대한 이의 신청서를 내고 결손액 보전을 요구한데 이어 1일 부교육감이 차관을 면담하는 등 재정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3일 시교위 의원들도 국회 방문을 통해 결손액 보전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며 “다음주중 어느 정도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