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교육발전 5개년 계획인 발표에 따르면 내년부터 시범학교를 정하여 실업계 고교를 통합형 고교로 전환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는 그 동안 학생들의 지원기피로 정원 미달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업계 고교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마련된 것이다.
통합형 고교는 일반계와 실업계 등의 계열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을 선발하여 1학년 때 기초 소양을 쌓은 후에 2학년 때부터 일반계와 실업계로 구분하여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우선 상업계 고교를 통합형 고교로 개편하고 이와 함께 공업계 고교는 특성화고교 체제로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업고 대책문제는 2백30만 명에 달하는 고교전체의 정책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이번 실업고 개편문제는 지금까지 정부가 인문 고교와 실업고교를 균형있게 유지해 왔던 고교교육정책의 근본적 틀을 바꿀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연구검토된 후 시행되어야 한다.
실업고 활성화의 근원적 대책은 실업고를 통합형 고교로 전환하는 것보다는 실업고의 근본적 문제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분석한 다음 이의 해결을 위한 획기적 조치들이 검토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실업고를 통합고로 전환할 때 우려되는 가장 큰 두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업고를 통합형 고교로 전환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희망할 경우 일반계 고교로 변질되어 국가 기간산업인력양성에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많은 실업고가 통합고로 전환하게 되면 대학진학 희망자 수의 증가로 대학진학입시 과열이 부추겨지고 이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의 개연성이 높아지고, 또한 산업기초인력의 대졸 구성비가 증가되면 우리 나라 산업구조의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인 전체 생산 코스트의 고임금비율이 더욱 더 증가해서 제품의 국제 경쟁력이 더욱 더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실업고의 취업자 수는 93년에 20만9천8백71명이던 것이 계속 감소하여 98년에는 16만4천75명인데 반하여, 실업고의 대학진학자수는 93년에 2만7천9백79명이던 것이 계속적으로 증가하여 97년 7만9천9백61명, 98년에는 10만7천8백24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통합고로의 전환은 사실상 대학입시경쟁을 더욱더 부채질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업고 활성화 대책과 관련하여 주요 고려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기간산업인력의 연도별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필요한 산업인력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지금은 실업고에 우수한 학생을 확보할 수 있는 획기적 제도적 장치나 인센티브가 없다. 따라서 국가기간산업 인력양성 관련학과 학생들에는 장학금 혜택을 더욱 확대하고 획기적인 특전조치를 단행해야만 실업고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둘째, 실업고 졸업생의 대학진학지도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전문대 관련 학과를 유도하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분야 졸업생의 입학특전기회를 확대하고 전문대 등 관련고등교육기관과의 교육과정의 연계가 잘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교사들의 현장연수를 강화하여 현장적응력 있는 교육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넷째, 학교마다 특성을 다양화하여 예를 들어 도시형 농고, 기업으로부터의 주문제 교과과정편성 등 취업률을 높여줌으로서 우수학생유치의 유인가를 높여주어야 한다.
다섯째,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실업고는 설립목적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반계 못간 학생들이 가는 이류학교라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섯째, 실업고와 일반계 고교간의 교사수준 격차해소, 학교별 다양한 코스 개설에 따른 재정소요확보의 구체적 계획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실업고 개편문제는 실업고 교원들의 사기앙양과 국가기간산업인력의 수요공급의 균형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책의 시행 착오가 없도록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