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임교에서 3학년 담임 때의 일이다. 5월 어느 날, 특별활동 시간에 인원 점검을 해보니 여학생 세 명이 자리에 없었다. 친구들도 모른다고 하기에 잠깐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 후 아이들 몇 명과 이곳 저곳을 찾기 시작했으나 아무리 찾아도 없기에 교내에는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세 명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학부모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무슨 사연이 있을 거라 짐작하면서도 이런저런 조바심 속에 밤을 보냈다.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 교장실 앞을 지나려할 때 교장선생님께서 잠깐 들어오라고 하셨다.
안에 들어가니 세 명의 학부모들이 나를 쳐다보며 “어제 학생이 무단으로 수업에 빠진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거의 동시에 던졌다. 담임인 내가 잘못해서 학생들이 오후 수업을 안 받고 학원에 빨리 갔다면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이었다. 매우 불쾌했고 순간 흥분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학급 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조용히 상의할 일이지, 아침부터 교장실에 와서 하루 기분을 언짢게 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입니까.”
교실로 들어와 세 아이들에게 어제 오늘 일을 이야기했더니 아이들이 자기들 잘못이라며 죄송하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날 일을 계속 마음에 두는 눈치였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이전처럼 아이들을 대했다. 시간이 흘러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종업식, 나는 방송조회를 통해 전주로 전근한다며 이임인사를 했다. 인사를 끝내고 교실로 오니 그때 그 세 명이 나를 보더니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이었다.
“선생님, 왜 저희를 두고 전주로 가세요?”
“저희 부모님이 선생님 마음을 아프게 해서 저희를 미워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시큰하고 뜨거운 눈물을 아이들과 같이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