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프랑스에서는 수십만 명의 고교생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과밀 학급 해소를 외치며 선생님을 늘려 달라고 데모를 했다. 당시 프랑스 교사 1인당 학생 수에 비해 우리나라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초등 1.7배, 중등 1.8배가 더 많았다. 우리가 프랑스 수준을 따라가자고 해도 어림잡아 초ㆍ중ㆍ고 교사 26만 명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2001년 세계 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 경쟁력은 조사 대상 49개국 중에서 32위였다.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비율은 41위, 중ㆍ고교는 42위, 경제계 요구에 대한 교육 수준은 44위, GNP 대비 교육비 지출은 39위로 49개국 중 바닥권에 속해 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편인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선진국과의 교육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이대로는 안 된다. 우선 5만 명의 교사 일자리를 만들자. 정부가 먼저 3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1만1000개의 초ㆍ중등 학교에 1~5명의 교사를 더 채용하도록 하여 교사의 법정정원을 확보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7200억의 예산은 정부가 부담한다. 다음으로 전국의 초ㆍ중등 사립학교는 2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동참한다. 소요예산 4800억은 사학이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정부가 지원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당면 과제는 젊은층 예비교사의 취업난 해소와 국제적 교육경쟁력 확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대합의가 필요하다. 교육예산 GNP 6%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당장 강구해야한다. 이는 노무현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며 한나라당은 GNP 7%를 공약한 바 있으니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조기유학에만 한해 2조2000억이 해외 유출되고 있다. 정부가 공교육을 살릴 의지만 있다면 교사 증원을 위한 예산 확보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교육개혁을 위해 엄청난 돈을 퍼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6년 전 교육부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교육계와 국민들에게 빚을 졌다. 원로교사 1명 내보내면 젊은 교사 2.4명을 채용할 수 있다고 공언하면서 교원 정년 단축을 강행했으나 막상 3년이나 정년을 단축해놓고도 교원 수를 늘이지 못했다. 당시 교원 정년 단축에는 진념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부처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이번에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서 지난날 전임 경제 관료들이 진 빚을 갚아 교원단체와의 서먹한 관계를 말끔히 정리하길 바란다.
또 이를 계기로 정부와 사학 간의 갈등이 해소되었으면 한다. 정부는 사학의 비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학교 폐쇄, 공립화 등 보다 더 엄격한 행정 조치를 취하되 그 대신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철회해주기를 바란다. 학교운영위원회 권한 강화, 교사회 학부모회 법제화는 좀 더 연구해서 추진했으면 한다. 우리의 교직풍토로 보아 긍정적 측면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들은 이처럼 교육본질과는 거리가 먼 일에 매달려 혼란과 갈등을 생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학교의 구조조정은 일반 기업체의 구조조정과는 전혀 다르다. 기업은 이윤 추구가 생명임으로 이윤이 없으면 감원하거나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러나 학교는 그렇지 않다. 낙도나 산간벽지라 하더라도 아이들이 있으면 학교를 세워야 하고 선생님을 보내야 한다. 지금은 세계 교육대전쟁중이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우수한 교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 하는데 달렸다. 5만명의 신규 교사의 확보를 위해 노사정(勞使政)이 나서고 학부모가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