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7 (일)

  • 맑음동두천 32.0℃
  • 맑음강릉 33.9℃
  • 맑음서울 32.7℃
  • 맑음대전 32.8℃
  • 맑음대구 31.6℃
  • 맑음울산 31.0℃
  • 맑음광주 32.3℃
  • 구름조금부산 31.5℃
  • 맑음고창 33.1℃
  • 구름조금제주 29.9℃
  • 맑음강화 30.8℃
  • 맑음보은 30.5℃
  • 맑음금산 30.8℃
  • 맑음강진군 33.3℃
  • 맑음경주시 31.9℃
  • 구름조금거제 29.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작은 이야기> 하늘정원

어느 날 아침 등교지도를 하고 있는데 100m 전방에서 씩씩하게 돌진하는 한 무리가 있었다. 가만히 보니 산오리인 것 같은데 어미를 선두로 양쪽으로 5마리가 기우뚱 행진을 한다. 이제 갓 태어났는지 무지 귀여웠다.

쌩쌩 달리는 차들에 밟힐까봐 라면상자에 새끼를 담아 미술실 한켠에 놓고 추울까봐 전등도 달아주고 사료를 먹였다. 그렇게 근 한달을 키우다 학교 뒤 숲속에 풀어 놓았다.

오리들이 처음은 아니었다. 학교를 재미나게 꾸미기 위해 5층 옥상에 약간 큰 병아리 2마리를 풀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 올라가 보니 여기저기 털들이 흩어져 있는 게 아닌가. 불안한 예감이 들어 여기저기 찾아보니 한 모퉁이에 머리와 심장을 쪼아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누가 범인일까. 독수리, 아니면 고양이? 범인은 까치였다. 평소에 길조로 여겨 왔지만 까치는 옥상에 심어놓은 고추, 상추, 옥수수, 결명자 등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주범이었다.

이후 학교옥상에 아예 닭장을 만들어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와 오리 40마리를 키웠는데 학생들이 무척 좋아했다. 생명체를 키우면서 아이들의 정서함양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비오는 어느날 2층 과학실에서는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청솔모가 들어온 것이다. 원래 청솔모가 워낙 빠르고 잡기 힘든데 한 선생님이 라면상자로 덮쳐잡아 옥상에 놓았두었다. 그러나 그 무더운 여름날, 안타깝게도 나흘을 넘기지 못했다.

학교 옥상에 닭, 오리, 금계, 꽃닭, 그리고 우리반 진섭이가 시골에서 가져온 하얀 강아지까지 동물들이 가득했다.

학교에 청거북이를 가져와서 상담하는 다은이, “집에서 기르는 페르시안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한 마리 가져올까요” 하는 혜인이.

그러면 난 “나 좀 살려 줘, 이제 은퇴했어” 한다. 그래도 생명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며, 올해엔 학교 옥상을 푸르름으로 가득찬 살아 있는 자연 학습장으로 만들 것을 기대해본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