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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초롱이와 함께 쓰는 교단일기

AI와 이솝우화가 만나 탄생한 어린이 건강교육 동화

‘초롱이’는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교육 채널에 등장하는 개구리 주인공이다. 초롱이는 어린이들과 함께 숲속을 여행하며 중독과 감염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어려운 내용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이솝우화의 동물 이야기 형식에 재미와 상상력을 더해 창작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있다.

 

마약이나 술, 담배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린이들이 “왜 먹으면 안 되나요?”, “우리 몸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나요?”라고 물었을 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뇌의 보상회로, 중독이 일어나는 과정, 술이 몸속에서 분해되며 생기는 유해물질, 손을 씻지 않았을 때 병균이 퍼지는 과정 등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 속에 담았다.

 

동화의 주제를 정하고 장면을 구성하며 대사를 쓰는 과정에는 AI가 함께한다. AI는 아이디어를 나누는 친구이자 자료를 정리하는 비서이고, 궁금한 내용을 찾아 주는 지식 창고이기도 하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나는 마치 ‘이동식 교육 콘텐츠 기획실’을 운영하는 사람이 된 듯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방향을 정하고 내용을 선택하는 일은 온전히 교사의 몫이다. AI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어린이의 발달 수준에 적합한지,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지나친 공포심을 주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AI가 재료를 펼쳐 놓는다면, 그 가운데 필요한 것을 고르고 교육적 의미를 담아 한 편의 이야기로 완성하는 사람은 교사다.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마약 예방 동화는 이솝우화 「여우와 까마귀」의 교훈에서 출발했다. 달콤한 말에 속아 먹이를 빼앗긴 까마귀처럼, 어린이도 낯선 사람의 친절이나 유혹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약이나 사탕은 먹지 않고, 그런 일이 생기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처럼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즉시 알리도록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했다.

 

다문화 학생들도 함께 볼 수 있도록 동화의 제목과 주요 내용을 일곱 개 언어로 제시하고 있다. 모국어가 익숙한 다문화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교육의 목적은 같기 때문이다. 익숙한 동물 주인공과 그림을 활용하면 언어가 서툰 어린이도 상황과 표정을 통해 이야기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올바른 생활 습관을 길러 주는 손 씻기 동화에는 이솝우화 「사자와 생쥐」를 응용했다. 숲속의 맛있는 간식을 먹으려는 사자에게 작은 생쥐가 손 씻는 방법을 알려 준다. 손바닥과 손등, 손가락 사이와 손톱 밑까지 깨끗이 씻은 뒤에야 간식 시간이 시작된다. 어느새 토끼도 다람쥐도 식탁에 합류하고, 당근과 사과가 놓인 숲속 식탁에서 동물들은 한 가족처럼 둘러앉는다. 손 씻기가 지켜야 할 규칙을 넘어 친구와 건강하게 어울리기 위한 약속이라는 의미를 담은 장면이다.

 

이처럼 오래된 우화는 오늘날의 건강교육과 만나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유혹에 속지 않는 지혜는 흡연 음주 마약 예방교육으로, 건강생활 습관인 감염병 예방 교육으로 이어진다. 어린이들은 초롱이의 실수와 선택에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안전 수칙을 익힌다.

 

초롱이의 목소리와 표정을 정하고 대사를 고치다 보면 나도 어느새 동심의 세계에 빠져든다. 건강 관련 교육을 해오다가 이제는 교실 밖에서 건강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었다. 나의 작업장의 교구는 손안에 드는 작은  스마트폰과 그속에 AI가 놓였고, 교실은 온라인 공간으로 평수가 잣대가 필요 없는 무한 우주공간이다.

 

교육의 도구와 교실의 모습은 달라져도 교사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도 나는 AI와 머리를 맞대고 초롱이의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 초롱이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 머물며 위험한 순간에 올바른 선택을 돕는 작고 다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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