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누군가를 평가할 때 학벌, 경력, 재력, 외모 등 여러 기준이 있다. 그중에서도 학벌은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취직이나 승진, 결혼, 사적인 인간관계 등에서 광범위하게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 어색한 자리에서도 상대와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고향과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를 알고 싶어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다가 같은 학교 출신인 경우엔 특별한 친근감을 갖고 금방 마음을 여는 경향이 강하다.
중도 탈락 대학생 계속 증가
이런 학벌주의에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숨겨져 있다. 베블런 효과란 일반적으로 물건값이 비싸면 소비가 주춤하지만,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기 위한 허영심에 의해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며 사회과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이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1899)’에서 과시적 소비가 인간의 본능이라고 처음 거론했다.
과시욕으로 대학에 진학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4년제 대학의 중도 탈락 학생 수(기준연도 2020학년도)는 모두 9만3124명으로, 재적학생 대비 비율은 4.6%로 나타났다. 2008년 이후 최근까지 대학의 중도 탈락 학생 비율이 4%대를 유지하고,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인다. 더구나 수험생과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명문 대학에서도 상당수 나오는 심각한 현상이다.
미국 블로토닉 연구소에서 20년간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생 1500명을 대상으로 ‘직업과 성공의 관계’를 연구했다. 먼저 1500명의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1그룹은 직업을 선택할 때 수입에 주안점을 두고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 무려 83%였다. 2그룹은 수입이 먼저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삶을 20년간 추적한 결과 그들 중에서 101명의 백만장자가 탄생했다. 놀라운 사실은 성공한 백만장자 중에서 100명의 사람이 2그룹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 조사의 결과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성공의 반열에 들게 된다는 사실이다.
내면의 충실함 추구해야
우리 진로 교육에 학벌주의가 드리워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진정한 진로 교육은 대학 진학과 취업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고, 세상과 부딪힐 수 있는 지적·정서적 체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세상이 원하는 것만 추구하며 성장하다 보면,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살아가며 나를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외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어느 대학을 나왔고 연봉이 얼마이며 직업은 무엇인지로만 나를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존재는 나에게 있지 않고 외부에 있다. 외면의 화려함보다는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내 가능성과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내면의 충실함을 추구하는 진로 교육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