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생동하는 4월이다. 라틴어 aperire(열리다)에서 유래한 4월(April)은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절정의 봄이다. 들판에선 가을의 결실을 기대하는 농부의 쟁기질이 한창이고 교실은 새 학기의 설렘이 이어진다.
만남은 관계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일생을 보낸다. 운명과도 같다.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한다. 출생 이후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언어적, 비언어적 상호작용으로 자아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자아상은 학령기를 지나 타당성을 검토하며 확립되기에 이른다. 생애 초기 양육자와의 관계와 학령기에 경험하는 수많은 대인 관계는 정체성 형성에 핵심적이다. 자녀는 부모로부터 충분히 좋은(good enough) 양육을 받아야 하고, 이후 학령기를 지나며 건강한 대인 관계를 경험해야 한다.
충분히 좋은 부모 양육은 자녀의 핵심적인 정서 욕구를 충족한다. 핵심 정서 욕구의 충족 정도는 사고, 정서, 행동, 감각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복합적인 형태로 각인된다. 결과적으로 전 생애에 걸쳐 심리적 애착, 정서적 분화, 심리적 건강성, 심리 도식, 인생 각본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관찰된다. 따라서 건강한 부모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차 양육자와의 만남
부모 역할과 함께 성장기 자녀의 정체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만남이 있다. 바로 교사와의 만남이다. 교사는 하루 일과의 상당 시간을 학생과 함께 하며 상시적인 교류를 이어간다. 학생과 마주하는 시간의 총량이나 학생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 중요함의 무게는 계량하기 어려울 정도다. 제2의 부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유년기 부모와의 만남이 일차 양육이라면, 성장기 교사와의 만남은 이차 양육이라 할 수 있다. 교사는 지식 전달자의 역할을 넘어 성장기 학생에 대한 심리·정서적 재양육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건넨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한 마디가 좌절과 절망에 빠진 학생을 살려냈다는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선생님의 격려로 삶의 태도가 바뀌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낸 사례 역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중학교 1학년 4월, 생전 처음 본 영어 선생님이 스치듯 지나며 한 마디를 툭 던지셨다. “너는 알파벳을 잘 쓰는구나!” 이 한 문장은 낮은 자존감에 뜨거운 불을 지폈다. 결코, 절대로 잘 썼을 리 없는 상형문자 수준의 글씨를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신 그 분의 시선은 필자의 오늘을 이끈 벼락같은 만남으로 소환된다.
세계적인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건넨 “너는 말을 정말 잘하는구나”라는 한마디는 스피치에 자신감을 가지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여러 이유로 부정적인 심리 도식이나 각본을 지닌 학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교사 역할, 심리적 재양육자로서의 위상을 생생하게 실증한다.
긍지와 보람 찾아야
교사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교사 역할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깎아내리거나 심지어 폄훼하는 사례를 접하면, 안타까움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 교권이 침해받고 교단이 기피 대상이 되는 현상이 아프고 두렵다. 교사는 자녀의 성공과 건강한 성장을 이끄는 교육전문가이자 핵심적인 대상(object)이다. 교사가 긍지와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학생은 소중하다. 그렇기에 교사는 더욱 소중하다. 학생 한명 한명 각자의 길에서 더욱 빛나게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희망이 새싹으로 파릇파릇 돋아나는 4월의 교실에서 선생님을 향한 감사와 격려의 언어들이 넘쳐나길 간절히 염원한다. 한마디 긍정의 언어가 학생의 운명을 바꾸듯이 선생님을 향한 감사와 응원의 한 마디가 선생님을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