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성큼 다가온 가을, 산과 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기상정보업체 웨더아이에 따르면 10월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돼 첫 단풍 시기가 평년보다 늦어질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첫 단풍은 9월 30일 설악산을 시작으로, 중부지방에서는 10월 10~22일, 지리산과 남부지방에서는 10월 13~29일 사이에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가을, 마음속 깊은 곳까지 물들일 전국의 단풍 명소로 떠나보자.
1. 내장산 (전라북도 정읍시)
'단풍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내장산은 빨간 단풍나무가 특히 많아 가을이 되면 산 전체가 불타는 듯한 붉은빛으로 물든다.
내장사로 향하는 3km 구간의 단풍 터널은 국내 최고의 단풍 명소로, 하늘을 가릴 정도로 촘촘한 단풍잎들이 만들어내는 터널을 지나면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백양사까지 이어지는 길목에서는 끝없이 펼쳐지는 단풍 대행진을 만날 수 있다. 신정호 주변에서는 잔잔한 호수에 비친 단풍이 마치 거울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연자봉에서 내려다보는 내장산 전경은 온 산이 붉은 보석으로 장식된 듯 화려하다.
2. 오대산 (강원도 평창군·홍천군)
월정사의 은은한 목탁소리가 울려 퍼지는 오대산은 깊고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 그리고 천년고찰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단풍 여행지로 유명하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9km 구간은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불린다. 천년 세월을 품은 전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과 오색 단풍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선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소금강 일대에서는 기암괴석 사이로 피어나는 단풍이 자연의 조각품 같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비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태백산맥의 붉은 물결은 가슴 깊숙이 감동을 새겨준다.
3. 설악산 (강원도 속초시·양양군·인제군)
전국에서 가장 먼저 가을의 전령사가 되어주는 설악산은 대청봉을 중심으로 웅장한 암벽과 깊은 계곡, 그리고 화려한 단풍이 어우러져 마치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대작 같다.
소청봉에서 중청봉을 거쳐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걸으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단풍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울산바위 정상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설악산 전경을 내려다보면 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비선대와 천불동계곡에서는 기암절벽 사이로 흘러내리는 단풍의 물결이 마치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오색온천지구에서 주전골까지 이어지는 계곡 트레킹은 맑은 물소리와 함께 단풍의 향연을 선사한다.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노약자도 쉽게 설악산의 웅장한 단풍을 감상할 수 있어 가족 여행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4. 지리산 (경상남도·전라북도·전라남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산악 국립공원 지리산. 천왕봉을 주봉으로 하는 거대한 산군은 워낙 넓어서 지역별로 전혀 다른 단풍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노고단 일대에서는 억새밭과 단풍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억새와 붉은 단풍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마치 한국화 속 한 장면 같다. 천왕봉에서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따라 걸으면 끝없이 펼쳐지는 단풍 능선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피아골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이름 높았던 단풍의 절경을 만날 수 있는데, 빼곡한 활엽수림이 만들어내는 오색 단풍이 특히 아름답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천년고찰의 고즈넉함과 함께 다채로운 단풍을 감상할 수 있어 많은 이가 즐겨 찾는다.
5. 북한산 (서울·경기도)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단풍 명소 북한산은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삼각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백운대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울 시내 전경과 단풍의 조화는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우이령길의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차량 통행이 금지된 옛 도로에서 편안하게 단풍을 감상할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도봉산 자락의 계곡에서는 맑은 물소리와 함께 단풍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교향곡을 들을 수 있다. 정릉 코스를 따라 오르면 기암괴석 사이로 피어나는 단풍이 마치 자연이 조각한 예술품 같은 감동을 준다.
6. 한라산 (제주도)
백록담을 중심으로 한 한라산국립공원은 고산식물의 독특한 단풍 풍경을 선사한다.
성판악 코스를 따라 오르면 구상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단풍 숲을 만날 수 있는데, 마치 외국의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관음사 코스의 탐라계곡에서는 제주만의 독특한 식생과 어우러진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어리목 코스를 통해 영실의 기암괴석을 만나면 화산섬 제주의 독특한 지형과 단풍이 어우러진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돈내코 코스의 계곡에서는 아열대와 온대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만의 특별한 단풍을 만날 수 있다.
7. 속리산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은 법주사의 천년고찰과 어우러진 깊고 고요한 단풍이 특별한 감동을 준다.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 이어지는 단풍 산책로는 정이품송으로 유명한 고찰의 운치와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문장대에서 내려다보는 속리산 전경은 산과 계곡이 온통 단풍으로 물든 장관을 선사한다. 화양구곡의 아홉 개 명승지를 따라 걸으면 각각 다른 매력의 계곡과 단풍이 어우러진 절경을 만날 수 있다. 백악산에서 금강문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웅장한 암벽과 단풍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조각품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8. 덕유산 (전라북도·경상남도)
덕유산국립공원은 깊은 계곡과 폭포, 그리고 울창한 숲이 만들어내는 단풍 풍경이 장관이다. 무주 구천동의 33개 명승지를 따라 걸으면 각각 다른 매력의 단풍을 즐길 수 있는데,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갤러리를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향적봉에서 바라보는 덕유산 전경은 끝없이 펼쳐진 단풍 바다의 장관을 볼 수 있다. 무주리조트의 곤돌라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덕유산의 단풍은 땅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감동을 준다. 백련사 일대에서는 고즈넉한 사찰과 어우러진 단풍이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다.
9. 월악산 (충청북도 제천시·단양군)
월악산국립공원은 기암괴석과 깊은 계곡이 어우져 있는데, 특히 충주호와 함께 만들어내는 단풍 풍경이 아름답다.
덕주사에서 영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을 걸으면 산 위에서 바라보는 단풍을 만날 수 있다. 용하구곡의 아홉 개 명승지는 각각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데, 수경대에서 바라보는 단풍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월악영봉에서 내려다보는 충주호의 푸른 물과 단풍의 대조는 마치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미륵리 마애불 일대에서는 천년의 세월을 품은 석불과 어우러진 단풍이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한다.
10. 두륜산 (전라남도 해남군)
우리나라 최남단의 산악 단풍 명소 두륜산은 대흥사의 천년고찰과 어우러진 단풍으로 유명하다.
대흥사에서 가련봉까지 이어지는 단풍길은 조선후기 불교문화의 중심지였던 고찰의 역사와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북미륵암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푸른 바다와 단풍의 조화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다. 일지암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만나는 단풍은 마음 깊숙한 곳까지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두륜산 자연휴양림의 편안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전국에서 가장 늦게까지 이어지는 단풍의 여운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