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한 편의 공연을 탄생시키는 과정은 작품의 내용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이러한 과정을 그려낸 뮤지컬을 소개한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또다른 배우로 변신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다른 작품에서는 만날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보잘것 없었던 주인공의 성장담만큼 짜릿한 감동을 안겨주는 이야기도 없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그 보장된 감동 공식을 따르는 작품이다.
뮤지컬 댄서를 꿈꾸며 상경한 시골 소녀 '페기 소여'. 우연히 데뷔작에서 주인공을 맡게 되지만, 이틀 만에 완벽한 노래와 춤을 선보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페기는 물론 극단 역시 우여곡절을 함께 겪으며 성장해 나간다.
작품은 198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 사랑받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다. 한국에서는 1996년 처음 무대에 올랐다. 특별한 점은 해외 뮤지컬의 저작권을 정식으로 구입해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 제1호 공연이라는 것. 그전에도 해외 작품이 공연되기는 했지만 계약 없이 암암리에 공연하는 해적판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작품의 시그니처이자 하이라이트는 대규모 앙상블을 선보이는 탭댄스 무대. 화려한 조명 아래 반짝이는 의상을 입은 20여 명의 앙상블이 일사불란하게 발을 맞추는 장면은 가히 '쇼 뮤지컬의 진수'라고 할 만하다.
올해 공연은 신선한 캐스팅으로 기대감을 더한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으로는 박건형, 양준모와 함께 박칼린이 캐스팅되었다. 지금까지 남자 배우들이 전담해온 배역에 젠더프리 캐스팅을 시도한 것. 박칼린은 실제 음악감독과 연출가로서 활약해온 만큼 남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무대 위 스타로 거듭나는 히로인 '페기 소여' 역은 유낙원과 최유정이 맡았다. 유낙원은 지난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에서 앙상블로 데뷔한 후 꾸준히 경력을 쌓으며 마침내 주인공을 따낸 배우. 작품 속 페기 소여와 똑같은 길을 걸어온 만큼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아이오아이, 위키미키로 활동한 최유정은 처음 작품에 합류에 신선함을 보여줄 예정이다.
7월 10일~9월 14일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라는 말이 있다. 뮤지컬 <쇼맨>에 등장하는 노인 '네불라'의 인생이 그렇다. 작품의 배경은 2020년 미국 뉴저지주의 어느 소도시. 한국계 입양아로, 대형마트에서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수아는 어느 날 유원지에서 수상한 노인 네불라를 만난다. 카메라를 들고 유원지의 사진을 찍던 수아를 본 그는 자신을 찍어달라고 의뢰한다.
단순한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해 사진촬영에 임한 수아의 마음과는 달리, 네불라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싶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지난 인생 역정을 털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노인의 뜻밖의 과거가 밝혀진다.
작품은 가상 국가인 '파라디수스공화국'에서 독재자를 대신해 대역을 연기한 노인의 삶을 조명한다. 남의 삶을 흉내내는 동안 어느새 주체성을 잃어버리고만 한 인간의 삶과 회복 과정을 블랙코미디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쇼맨>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 등 믿고 보는 창작 뮤지컬을 탄생시킨 박소영 연출가,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트리오의 작품으로, 초연부터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 극본상, 남자주연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공연에는 배우 윤나무, 신성민, 강기둥이 지난 공연에 이어 다시 한번 네불라 역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7월 11일~8월 31일
국립정동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