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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현장이슈2] 2030 교사들 “제발 우리 지켜주세요”

 

언제부터였을까요. 교육지원청을 두고 ‘교육 방해청’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게요. 처음에는 농담처럼 들리던 이 말이 이제는 제법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부분의 교사는 교육지원청을 교사로서 지원을 받는 곳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여전히 교육지원청은 학교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기관, 교사가 보고하고 지시를 따르는 대상으로 여겨집니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은 외롭고 고립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보다도, 각종 보고와 회신 그리고 민원대응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행정과 실적 중심의 정책이 반복되면서 불필요한 업무량은 늘어나고,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이나 악의적인 공격에도, 심지어 교사가 학부모·학생에게 폭행당해도,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려운 교실은 점점 배움의 터가 아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곳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교육청과 교육부는 교사 개인의 입장이 아닌 ‘교육 전체’를 조망해야 하는 곳입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반영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의 관계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교사가 여유를 가지고 수업에 몰입할 수 있는 교실에서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웃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교사의 행복과 학생의 행복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상생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처럼 서로 협력하는 관계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요구가 다른 누군가에겐 부담이 되기도 하고, 한쪽이 만족하면 다른 쪽이 상처받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교육적 판단보다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요구를 우선시해야 할 때가 많고, 그 과정에서 교육적 소신을 접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학교나 교육청의 결정이 외부 민원으로 인해 번복되거나 약해지는 일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누적되면서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은 점점 줄어들었고 우리의 직업효능감과 개인으로서의 자존감도 많이 낮아졌습니다. 

 

이건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지금 사회 전반에서 관계와 역할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는 현상이 교육현장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육정책은 이런 변화를 이해하고, 교사들이 중심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체험학습만 봐도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힘들어도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줄 생각에 떠나는 날이 설레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돌아오는 길은 늘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걱정부터 떠오르고, 그 책임이 전적으로 교사에게 돌아올까 긴장하게 됩니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야 소극적으로 대응할 뿐, 사전에 교사를 보호하는 역할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출발부터 귀가까지 신경을 곤두세운 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 교육적 의미를 돌아볼 여유도 없습니다.

 

서이초의 비극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교사 보호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교사들은 “우리를 지켜줄 사람은 없다”는 말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교사들 사이에서 진심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교직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적 표현도 어쩌면 모두의 마음속에서 무언의 동의를 얻고 있었습니다.

 

또 요즘 2030 교사들은 승진을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승진을 위해서는 본연의 수업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맡아야 하고, 실적·문서·결과물을 위한 활동들이 쌓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과연 교육적인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늘 따라다닙니다. 이미 기본 업무 중에서도 불필요한 행정업무와 ‘과연 이것이 교사가 할 업무가 맞는지?’ 의문스러운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승진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는, 그 시간에 수업을 좀 더 충실히 준비하고 싶다고 말하는 교사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승진체계 자체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그 안에서 요구되는 역할과 방향이 교육의 본질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데서 오는 괴리감입니다. 또 무엇보다 교권추락으로 인해 나 스스로도 자부심과 존경을 가지기 힘든 조직 안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승진이라는 말이 더 이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많이 지쳐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사들이 지금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거창하거나 복잡한 것이 아닙니다. 첫째도 교권입니다. 둘째도 교사 보호입니다. 교사로서 교육현장에서 아무 문제 없이 교육하고 싶다는 마음, 그것이 교사들의 가장 기본적인 바람입니다. 이러한 안정된 환경이 마련될 때, 비로소 교사들은 수업을 깊이 연구하고, 수업의 질도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2023년 여름, 수많은 교사가 거리로 나섰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외침은 “수업 좀 제대로 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호소였습니다. 승진도, 수당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아이들과 마주 앉아 편안한 마음으로 가르칠 수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을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2025년, 지금도 여전히 바뀐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선생님은 교실에 남아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다음 수업을 고민하고, 자료를 정리하고,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방과후에 남은 시간도 쪼개어 수업을 준비합니다. 화려한 성과나 이름이 아니라, 전국 곳곳의 평범한 선생님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실은 지금 교육을 움직이고 있다는걸, 매일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꾸준함이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이 버텨나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마치며 선생님들을 떠올립니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는 수많은 얼굴들. 함께 같은 공간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같은 고민을 나누는 선생님들께, 말 대신 마음으로 깊이 고개 숙입니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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