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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 마을공동체 ‘블랙홀 봉사단’ 아세요?

중·고교생 방과후 돌봄, 붐비네 노인 도시락, 골목길 가꾸기 등 활동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에는 마을공동체 ‘블랙홀 봉사단’이 있다. 봉사단 이름이 특이하다. 왜 하필이면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블랙홀인가? 블랙홀(Black hole)이란 중력이 매우 강하여 빛을 포함한 어떠한 물질·정보도 탈출할 수 없는 시·공간상의 특이점을 가리킨다. 우리는 일상에서 ‘블랙홀’이란 모든 것을 빨아들여 탈출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궁금증은 봉사단의 신승란(69) 단장을 만나고 나서 쉽게 풀렸다. 즉, 블랙홀처럼 단원들이 자원봉사에 한 번 빠지고 나면 더 이상 탈출하지 못하고 봉사라는 매력에 푹 젖어들게 하려는 것이다. 현재 블랙홀 봉사단원은 총 70여 명이다. 특이한 점 하나는 일반회원에게는 회비가 없다는 점. 또 봉사단에서는 물품 후원은 받아도 현금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작은 오해라도 받지 않기 위해서다.

 

신승란 단장은 30년 넘게 수원지역에서 영·수학원을 운영했다. 지금은 방과후 중·고교생 돌봄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인근의 중·고교생 10여 명을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돌보고 있다. 사실상 부모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교과지도도 한다. 학생 저녁식사는 구운동 소재 붐비네식당에서 1인당 3000원에 자주 이용한다. 

 

 

붐비네식당(대표 이용자. 65)에서는 기초생활 수급자 등에게는 무료도시락을 제공한다. 87세의 독거 어르신께는 배달봉사자가 도시락을 배달하고 말동무가 되어 드리고 있다. 또 지역 어르신들에게는 4000원 짜리 도시락을 판매한다. 신 단장은 “이 도시락은 두 끼 분이므로 도시락 하나로 두 끼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시락은 붐비네식당 이 대표가 조리해 준비한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작은식당을 7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는 “전에는 식당손님이 붐볐는데 지금은 음식값이 올라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식당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있다. 변재관, 박영자, 정규순 씨 등 어르신들이 식재료를 다듬고 설거지를 한다. 이 대표가 잘 만드는 반찬은 계란장조림, 나물무침, 멸치고추조림 등이라고 한다. 그는 “배곯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며 “내가 만든 반찬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보람이다”라고 말했다.

 

백순자(63) 단원은 그동안 경로당 어르신 머리염색과 마사지 등을 꾸준히 해 왔다. 2020년 블랙홀 봉사단에 들어와 ‘업싸이클링 플라스틱’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활동은 지구환경 살리기의 일환인데 분리수거할 때 플라스틱 병뚜껑을 분리해 세척하고 말려 경기상상캠퍼스 소재 사회적기업에 전달하고 있다. 그는 “자원봉사 활동 자체가 좋아서 그런지 뿌뜻함 속에 힘든 줄 모르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홀 단원들은 마을 가꾸기에도 앞장선다. 마을 골목길의 가장 골칫거리는 함부로 내다 버린 쓰레기더미. 단원들은 이런 골목길에 화단을 가꾸었다. 여름철엔 물주기와 잡초뽑기가 일상이 되었다. 가을철엔 화분에 국화를 심어 아름다운 골목길을 만들었다. 쓰레기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신승란 단장에게 하루 일정을 물었다. 오전엔 활동일지 정리, 오후엔 활동거리 찾아 현장 방문하기, 한글 문해력 지도, 영어 문해력 지도, 플라스틱 병뚜껑 모으기, 봉사자 교육, 봉사교육 강의안 준비, 스마트폰 교육, 반려식물 기르기 지도, 방과후 돌봄 수업 등 하루하루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신 단장에게 자원봉사에 빠진 이유를 묻자 "방과후에 지도하는 중·고교 학생 10여 명이 모두 한부모 가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내가 이들에게 엄마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고백한다. 이들이 봉사활동을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하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고 그리하여 공부방에서 가방정리를 매일 습관화 하게 하고 교과 지도 등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단장이 수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34년 전, 남편의 직장 따라 수원에 정착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신 단장에게서 가르침을 받던 학생이 대학생이 되어 공부방에 와서 후배들을 지도하기도 한다. 그는 구운동에서 자신이 유년시절 겪었던 할머니 같은 분이 되고 싶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고 베품으로써 존경을 받고 싸웠던 사람도 화해하고 용서하면서 갈등을 풀어주는 마을의 정신적 리더이신 그런 할머니 같은 어른이 되고 싶은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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