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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방과후 · 돌봄 지자체가 전담, 우리는 …

‘늘봄 로드맵 나왔지만 … 왜 우리가 맡나 갈등 계속(YTN, 2024.1.27.)’, ‘전국 시행 코앞인데 … 늘봄학교 커지는 갈등(서울신문, 2024.1.19.)’, ‘늘봄학교 교사 부담 줄인다며 기간제 뽑아 쓰라는 당국(뉴시스, 2024.1.21.)’. 2024년 1월에 언론을 통해 다루어진 늘봄학교 관련 기사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늘봄학교 정책이 그 운영 주체와 운영 공간, 전담인력 등 주요 쟁점에 관한 충분한 숙의 없이 현장에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다.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늘봄학교 전면도입에 초등교사는 92.4%가 반대하는 한편 학부모의 49.6%는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연합뉴스, 2024.2.7.), 현장에서 늘봄학교 이해관계자 간 인식 차이와 갈등이 여전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부 교직사회 일각에서는 초등학교 정규수업 이후 방과후에 교육·돌봄을 받게 하는 늘봄학교 정책을 아동학대라고 주장하였고, 이에 교육부는 해외와의 비교를 토대로 한국의 초등학교 정규수업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으며 미국·프랑스 등도 방과후에 학교에서 교육·돌봄을 제공하고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에듀프레스, 2024.1.25). 여기에서는 늘봄학교 정책의 주요 쟁점인 운영 주체 및 공간, 전담인력 등에 초점을 두고 해외 각국의 주요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의 전일제학교
먼저 독일의 전일제학교는 방과후돌봄정책 설계 시, 참조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통적으로 독일의 초등학교 교육체제는 낮 12시면 수업이 끝나서 하교하게 되는 반일제학교(Halbstagsschule)가 일반적이다.

 

이에 초등학교 입학 이후 돌봄 공백 문제를 해소하고,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질 높은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2년부터 초등 전일제학교(Ganztagsschule) 확대를 추진하였다. 전일제학교는 모든 학생이 전일제 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의무형(gebundence Form)과 참여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개방형(offene Form)으로 구분된다. 


먼저 의무형 전일제학교는 8시부터 16시까지 학교 수업이 이루어지며 교과형 수업과 여가 프로그램, 배움과 휴식시간이 균형 있게 배분되어 있다. 반면에 개방형 전일제학교는 기존의 반일제학교 틀을 유지하면서 오전에는 교과형 의무수업을 진행하고 13시부터 16시까지는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오후 전일제학급을 재편성하여 학교 과제, 개별 취미 및 여가활동, 상담 및 지도 등의 과정으로 구성된 자발적 참가형 신청수업을 진행한다. 


2020년 현재, 독일의 전일제학교는 전체 학교의 71.5%이며, 이 중 의무형 전일제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은 44.9%, 개방형 전일제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은 55.1%로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을 보장하는 개방형 전일제학교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전일제학교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서 각 주정부에서는 지역에서 전일제학교의 파트너 역할을 하는 서비스센터를 건립하고, 전일제학교 운영에 대한 자문과 전일제학교 간 네트워크 구성을 지원하는 등 전일제학교 운영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일제학교의 관리와 운영 주체는 학교이며, 학교 일과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은 학교의 상시적인 조직에서 담당하되, 부가적으로 특별한 영역이나 목적을 위해서 학교 외부의 전문가를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전일제학교는 학교 외부의 다양한 유관기관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체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특히 2021년 9월에는 「초등연령아동 전일제 촉진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26년부터는 전일제학교 보장이 각 주정부의 법적 의무가 되었다. 즉 2026년 초등 1학년에서 시작하여 초등 4학년까지 모든 학생은 원한다면 전일제학교에 참여할 권리를 갖게 되며, 2029년에는 모든 학생에게 이러한 전일제학교 참여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동 법률에 따르면 전일제학교는 1주일에 5일, 하루 8시간동안 학교 공간을 활용하여 교육과 돌봄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방학기간 중에도 부모와 학생이 원한다면 최대 4주 범위에서 전일제학교를 이용할 권리를 갖게 된다.

 

프랑스의 여가센터
두 번째 사례는 프랑스의 여가센터이다. 프랑스의 방과후돌봄정책은 맞벌이가정의 자녀에 대한 안전한 보호에서 시작되었으나, 공공서비스 관점에서 교육부와 지자체가 직접 주도하는 교육으로서의 특징을 가진다. 프랑스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방과후돌봄이 사교육 대체재가 아니라 정규교육과정과의 일관성·연속성을 지닌 보완재로 바라보는 교육계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방과후돌봄은 여가센터(L’accueil de loisirs)로, 돌봄에 교육활동이 더해진 형태의 돌봄교실이 제도화 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여가센터로 발전하였다.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재학 중인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기 중에는 수업이 끝나는 16시 30분부터 18시까지, 방학 중에는 오전 9시부터 18시까지 정규교육과정 이외의 교육활동을 제공한다.

 

주된 활동은 실내·외 소그룹 활동과 미술·스포츠·놀이활동 등이며 이용 비용은 소득에 따라서 차등 부과된다. 여가센터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지자체가 별도 공간을 마련하기 보다는 학생들이 재학 중인 학교에서 교육활동을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편리하게 여가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인구가 적은 소규모지역에서는 거주지 인근의 타 학교나 구청에서 마련한 공간으로 학생들이 이동하기도 한다. 


여가센터의 강사 고용 및 자원봉사자 모집은 지자체가 담당하며, 구체적인 교육활동 내용과 학생 배치 등은 각 여가센터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특히 돌봄교실이 여가센터로 본격적으로 제도화되면서 여가센터는 기존의 자원봉사자 혹은 은퇴교사 등의 인력구성에서 벗어나서 국가 발행의 미성년자 단체활동 지도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강사를 고용하여 배치하고 있다.
  
스웨덴의 프리티즈햄
세 번째 사례는 스웨덴의 프리티즈햄4(fritidshem: leisure-time centre, 여가활동센터)이다. 스웨덴은 별도의 돌봄정책 혹은 별도의 돌봄기관을 강조하기에 앞서서 국가와 사회가 가정과 부모에 대한 적극적인 양육지원으로 아동중심의 돌봄을 중요한 정책 기저로 삼고 있다.

 

실제로 학령기 아동을 둔 부모의 퇴근시간은 방과후돌봄 서비스가 주로 제공되는 프리티즈햄의 종료시간에 맞춰지며, 프리티즈햄이 종료되는 시간 이후에는 대부분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웨덴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코뮌이 방과후돌봄과 관련된 계획 및 실행 등 거의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으며, 1996년부터 유아교육과 보육을 사실상 통합하고 보건사회부와의 이원체계를 교육연구부로 단일화하면서 방과후돌봄정책의 추진체제를 더욱 안정화하고, 학교에서의 모든 방과후돌봄 활동이 교육법 및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방과후돌봄 운영을 위한 전문인력양성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지난 2011년 교사양성시스템을 개혁하여 학위취득을 통한 전문과정을 도입하고, 방과후돌봄 관련 인력인 여가지도교사(leisure-time pedagogues)에 대한 기준체계를 마련하였다.

 

여가지도교사는 「고등교육법」에 의거하여 전공 180학점을 이수하고 장기간 실습을 마쳐야 교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교육학에 필요한 대부분의 전공지식은 모든 유형의 교사들에게 동일하게 이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서 정규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이 긴밀해져 질 높은 교육을 보장하고 있다. 


스웨덴의 방과후돌봄은 아동의 관점과 발달을 최우선으로 삼아 아동 중심의 다양한 활동을 제공한다. 충분한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체력증진을 위한 매일 야외활동을 장려하며, 정규교육과정과 연계한 소그룹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학생들의 요구에 맞게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일체형 및 연계·제휴형 방과후돌봄체제
마지막 사례는 일본의 일체형 및 연계·제휴형 방과후돌봄체제이다. 일본의 방과후돌봄은 문부과학성이 관리하는 방과후아동교실과 후생노동성이 관리하는 방과후아동클럽 간 프로그램과 시설의 적극적인 공유를 모색하는 일체형 혹은 연계·제휴형 방과후돌봄체제가 정착되어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일원화되어 있어서 기초지자체인 시·정·촌이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하며, 지역 및 학교 현장에서 방과후돌봄사업들이 학교 내의 여유교실 공간을 함께 활용한다. 실제로 방과후아동클럽에 관한 관리·운영 주체는 시·정·촌의 복지부국이며, 방과후아동교실의 관리·운영 주체는 시·정·촌의 교육위원회로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같은 학교 공간에서 프로그램과 활동, 인적자원을 공유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또한 일본의 지역사회에 근거한 평생학습은 방과후돌봄에도 영향을 미쳐서 토요학교·지역학교협동본부·지역아동교육실천운영협의회 등 방과후돌봄 관련 지역사회의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방과후아동클럽과 방과후아동교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일반법률뿐만 아니라 특별법까지 관련 법제를 정비한 것이다.

 

늘봄학교 정책에 주는 몇 가지 시사점
이상에서 살펴본 해외사례는 해당 국가의 역사·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가 필요하며, 우리나라의 행정체계는 물론 복지 및 교육시스템과 철학이 상이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민과 정교화 작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늘봄학교 정책에 주는 몇 가지 시사점은 찾아볼 수 있다. 

 

먼저 프랑스의 여가센터, 스웨덴의 프리티즈햄, 일본의 방과후돌봄은 모두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를 그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독일의 전일제학교와 같이 학교가 운영 주체인 경우에는 지자체가 관련 지원센터를 두고 학교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해외 각국은 방과후돌봄 관련 전담인력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프랑스의 국가 발행 미성년자 단체활동 지도교사 자격증 제도, 스웨덴의 여가지도교사 등은 장기적으로 늘봄학교 전담인력 제도 마련을 위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스웨덴 프리티즈햄의 아동 중심 활동(충분한 휴식 및 야외활동 등)을 비롯하여 프랑스 여가센터에서의 소그룹 활동, 독일의 전일제학교에서의 배움과 휴식, 여가시간의 균형적인 운영 등 해외 각국의 방과후돌봄은 아동의 전인적인 발달과 성장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프랑스·스웨덴·독일 등의 사례에서와 같이 방과후돌봄 활동이 정규교육과정과의 연계 혹은 정규교육과정의 보완재로서 설계되고 있어 안전한 보호로서의 돌봄과 질 높은 교육활동이 결합된 모습이 포착된다. 


넷째, 독일의 전일제학교, 일본의 일체형 및 연계·제휴형 방과후돌봄체제 등에서와 같이 해외사례에서는 학교와 지역사회와의 연계·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관련 법제화가 마련되어 있다. 


다섯째, 해외사례에서는 학교에서의 방과후돌봄에 관한 법제화(교육법 중심)는 물론 일본에서의 평생학습 및 지역사회 학습관련 법제 정비, 스웨덴에서의 프리티즈햄 종료시간에 맞춘 퇴근시간 제도 등 방과후돌봄과 함께 관련 사회적 제도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해외사례는 우리의 늘봄학교가 가진 쟁점과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단서일 뿐이며, 아동이 방과후에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한 늘봄학교 이해관계자 간의 충분한 고민과 숙의가 절실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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