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취임 사흘만에 사의를 전격 표명한 것은 자신과 가족에 대해 일고 있는 도덕성 등의 시비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그 부담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어떻게든 시비가 가라앉아 교육부 수장직을 수행하더라도 이 문제가 각계 이해관계를 반영해 교육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걸림돌로 작용하리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총리가 임명된 직후부터 서울대 총장 재직시 드러났던 도덕성 시비가 또다시 표면화됐다.
서울대 총장 재직시의 사외이사 겸직, 연구비 미신고, 판공비 과다지출 문제 등이 재점화됐고 다른 공직자보다 월등하게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교육부총리직에는 부적합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 것.
때문에 수능부정 파문이 일면서 급격히 하락한 교육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사립학교법 등을 둘러싸고 커져만 가는 교육 현안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회의가 교육계에서 일었다.
이에 따라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은 `잘못된 인사'라는 입장을 잇따라 내놨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즉각 가세했다.
이에 대한 이 부총리의 대응은 한마디로 '대가를 치른 과거사'일 뿐이라는 것.
임명된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기자들의 잇단 질문 공세에 "모자라고 부족한 점이 있어 그런 일이 벌어졌다. 다시는 안생기도록 노력하겠다", "오늘은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도덕성을 강조하는 일도 많이 해왔다"는 등으로 비켜나갔었다.
또 청와대도 과거에 대가를 치름으로써 `면죄부'가 주어졌고 대학을 개혁해야 할 적임자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고 거들었으나 네티즌 등 국민의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
이후에도 이 부총리 및 가족과 관련된 의혹이 몇가지 더 노출됐고 이에 대해 이부총리측은 일부는 해명을 하기도 했고, 또 일부는 무응답으로 대했으나 악화된 여론은 회복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점점 더 싸늘해졌다.
과거의 흠결이 시간이 지났다고 덮어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교육계 신뢰를 회복하자'거나 '수능부정 사건을 계기로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겠다', '비리 사립대를 개혁하겠다'는 등의 정책이 먹혀들겠느냐는 지적이 교육계 내부에서도 강하게 일었다.
따라서 7일 오전까지만 해도 부총리직 수행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던 이 부총리는 '스스로 결단을 내리라'는 시민.사회단체 및 일부 여당의원까지 가세한 정치권의 요구와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는 청와대의 기류 변화를 감지, 전격적으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전에도 몇몇 교육부 장관이 비슷한 문제로 변변히 정책을 수행하지 못하고 수장에서 물러났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임명될 교육부총리는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하며 사전 검증절차를 철저히 밟아야 한다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도 네티즌 반응은 하나같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였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정책의 본질과 관계없이 이념 논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 교육계인데 이를 수습하고 봉합하려면 최소한 교육부총리는 이 문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