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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벽 칼럼] 살아가는 세상과 만들어가는 세계

2024년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은 우리 교육자에게 여러모로 참으로 힘들었었지요. 몸이 고달팠고, 마음이 어두워지고, 정신이 많이 피폐해지는 한 해였습니다. 세상 말세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다를까, 좀 좋아질까, 살며시 기대해 봅니다.

 

저는 어릴 때 새해가 되면 참 설레었습니다. 마치 날 찾아온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듯이 실제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것처럼 몸을 새 옷으로 단장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새로운 목표도 세워보고 마음을 단단히 준비했습니다. 지금은 아쉽게도 설렘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기대는 해봅니다. 하지만 원래 세상은 몸과 마음을 채비해서 맞이할 만큼 반가운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세상과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엇비슷한 이 두 단어를 평소에 무의식으로 잘 구분해서 사용하지만, 어떻게 다른지 특별히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세상과 세계의 차이를 학생들도 알면 좋겠습니다.


“세상만사 다 귀찮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세상은 각박해도 인정은 후덥다.” 이런 흔한 넋두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세상을 뭔가 힘들고 인간의 힘으로 쉬이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여겨온 듯합니다. 살다 보면 생존을 위해서 치열하게 싸우는 검투사 마냥 힘겨울 때가 많잖아요.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다”고 말하듯이 세상은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곳입니다. 세상은 나보다 훨씬 더 큰 공간이며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고 내가 죽은 후에도 그대로 흘러가는 시공간입니다. 세상이 주인이고 난 잠시 머물다가 떠나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세상은 잘 변하지 않고 새해가 되었다고 갑자기 새로워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시공간도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도 있지요. 바로 내가 만들어가는 나의 세계입니다.


나 내면의 세계도 있고 나의 정신세계도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가정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세계와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단톡방처럼 남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유된 세계도 있습니다. 동료와 함께 만들어가는 일터인 ‘잡월드’도 나의 세계입니다. 시댁의 세계를 뜻하는 ‘시월드’는 내가 관여되어 있고 내가 개입되어 있는 세계이며 또한 내가 만들어가는 세계입니다.


이처럼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내가 만들어가는 세계는 다릅니다. 세상은 지속적인 하나지만 세계는 변화무쌍하고 다양합니다. 세상은 모두에게 같지만, 세계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습니다. 세상은 생존과 투쟁이 있으나 세계는 성장과 창조로 이루어집니다.


세상사는 게 힘들더라도 우리는 각자 행복한 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이 세상을 바꾸기는 어려워도 자신의 세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려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세계를 더 좋고 멋지게 만들어보는 게 순서일 듯싶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이 있듯이 자신을 다스리는 게 모든 변화의 첫 단계입니다.

 

새해 첫 달이 바로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볼 수 있는 적절한 시기입니다. 저는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새해 첫 달만큼은 무언가 새롭게 시도해 볼 작정입니다. 이마저 하지 않는다면 작년과 다름없는 올해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세상이 달라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으렵니다. 작년에는 세상살이가 고달팠으나 올해만큼은 좀 행복해지길 원합니다. 그래서 새해에 다짐해 봅니다. 내가 세상을 단번에 내 구미에 맞게 바꾸지는 못해도 나의 세계는 조금이라도 바꾸겠노라고요.

 

최소 세 가지를 실천하겠습니다. 나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내 몸, 마음, 정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나 내면의 세계를 좀 더 굵고, 밝고, 맑게 만들고자 합니다. 학생도 학교에서 자신의 세계부터 바꾸는 기술을 배우고 실천해 보면 좋겠습니다.


올 한 해 운동으로 몸을 좀 더 튼실하게 만들겠습니다. 1·2층 정도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하루 세 끼 적당하고 건강하게 먹겠습니다. 평소에 심호흡하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욱하고 치밀어 올라오는 감정을 다스려보겠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온몸이 자동으로 각성되는 데 오장육부는 쉬이 이완되지 않습니다. 심장·신장·위장·소장·대장을 이완시켜야 몸이 정상으로 회복할 텐데 내 의지대로 제어되지 않습니다. 다행스럽게 예외가 하나 있지요.

 

바로 폐장입니다. 폐장은 내 마음껏 조절이 가능합니다. 조물주가 인간이 스스로 몸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을 딱 하나 허락하신 것입니다. 심호흡은 내 내면의 세계를 다스리는 첫 단계입니다. 겨우 이거야 하지 말고 이거라도 해야 나머지가 가능해집니다.


단 스트레스 받을 때 “심호흡해야지”하고 머리가 기억하고 숨 쉬면 너무 늦습니다. 몸이 기억해서 심호흡이 자동으로 작동되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몸이 기억하게 만드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평소에 심호흡 루틴을 세워서 연마해야 합니다.

 

올 한 해 매일 조금씩 좋은 마음을 먹겠습니다. 좋았던 과거 일을 떠올리고, 타인의 단점이 보일 때 장점도 함께 보고, 상황이 나쁠 때는 다행인 점도 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미래 꿈도 품어보고 비전도 지녀보렵니다. 비록 마음에 상처가 많아도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을 가꾸어 나갈 수 있습니다.


마음이 괴로울 때 마음을 비우거나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야속합니다. 마음속에 있는 부정성을 배제하려는 대신 긍정성이 지배하게 해야 합니다.

 

마치 우리가 사진 앨범에 우리가 좋아하는 사진을 담아두고 틈틈이 꺼내 보며 행복해하듯이 우리 마음속 앨범에도 좋은 추억과 꿈과 비전을 사진처럼 간직하고 힘들 때마다 떠올릴 수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 어떤 사진을 간직하고 꺼내 볼 것인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마음은 본래 남과 주고받으라고 있는 것입니다. 돈은 남에게 퍼주면 고갈되지만, 마음은 퍼주면 퍼줄수록 마음이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아무쪼록 마음 씀씀이가 넉넉할 수 있도록 내 마음에 긍정심을 가득 채우려고 합니다.


올 한 해는 고마움을 좀 더 느껴보겠습니다. 작년처럼 정신없이 보내지 않고 좀 더 정신 차리고자 합니다. 쓸데없는 것에 정신 팔지 않고 소중한 것에 정신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특히 소중한 사람에게 늦기 전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며 좀 더 배려하고 기여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그래서 나의 정신세계를 강건하게 만들겠습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속담이 있잖아요. 정신차림에 알아차림이 필요하고, 타 존재의 고마움이 가장 중요한 알아차림입니다. 우울한 사람은 세상에 고마운 게 하나도 없다고 비관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세상에 고마운 게 넘쳐난다고 합니다. 같은 세상인데도 보는 시각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입니다. 시각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정신으로 보는 것입니다.


고마움은 찾아보는 게 아니라 보이는 게 다 고마운 것임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고마움은 타 존재에 대한 알아차림이며 그 타 존재가 나에게 높은 가치를 베풀었다는 알아차림입니다. 그래서 내가 고마움을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나는 그 많은 존재로부터 배려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가 돼버립니다. 저는 이것을 고마움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심호흡하고 마음먹고 정신 차린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내가 새로워집니다. 한 달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내가 밝고, 맑고, 굵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마음이 밝아지고, 정신이 맑아지고, 몸과 행동이 굵직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세상이 작년보다 좀 더 각박해져도 잘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행복은 세상을 맞이하는 습관이며, 습관은 내 몸과 마음과 정신으로 이루어진 내면세계의 결과물입니다. 교육자 여러분 모두 새해에 건강하시고 조금 더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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