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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안전이 대한민국 미래죠”

정훈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이사장

지난 8월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덮쳤다. 태풍 이동 경로에 있던 학교는 시설물 피해가 발생하자 실시간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상황을 보고한다. 학교 담당자가 ‘학교재난상황관리시스템’에 피해 내용을 입력하면 즉시 전달되는 체계다. 복잡한 전달 과정이나 절차 없이 신속하게 이뤄져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고 당국의 대처 또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 7월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오픈한 ‘학교재난상황관리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급작스러운 재난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어 시·도교육청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중앙회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학교계획작성·실태조사·학교안전정보센터·통학버스 관리시스템 등 총 11개 정보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학교안전지원시스템 구축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취임 100일 동안 4만km 출장 … 안전공제회 1호 영업사원 자청
대한민국 학생과 교직원 등 학교구성원들의 든든한 안전 지킴이, 학교안전공회제중앙회가 지난 5월 새로운 사령탑을 맞이했다. 6대 이사장에 임명된 정훈 전 서정대 부총장이 주인공. 정 이사장은 경북대 행정학 박사 출신으로 대경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서정대학교 부총장, 국립한국복지대학교 특임교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우즈베키스탄 한국국제대학교(KIUF) 명예총장과 성운대학교 석좌교수이기도 하다. 특히 교수 생활 30년 중 대부분을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안전에 대한 전문성을 일찌감치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의 업무 스타일은 성능 좋은 독일 전차를 연상케 한다. 취임하자마자 제주부터 강원까지 전국을 누볐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 ‘1호 영업사원’을 자청하고 산하 전국 17개 시·도학교안전공제회를 비롯 교육청·대학 등 관련 기관들을 찾았다.


한번 출장에 나서면 2박 3일은 기본. 오전 오후로 일정을 쪼개 학교안전공제회 및 학생안전체험관 관계자를 만나 현황을 파악한다. 이후 해당 지역 교육감과 대학 총장들에게 공제회를 홍보하고 협조를 구한다. 중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 이사장 취임 100일 동안 이동 거리만 줄잡아 4만km가 넘는다. 지구 한 바퀴를 뛴 셈이다. 방문한 기관만 100곳 이상인 데다 만난 사람은 2천여 명에 이른다는 귀띔이다.


올해부터 대학안전사고 보상공제 시행 … 100개 대학 가계약
한 번 마음 먹으면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특유의 추진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앙회가 올해부터 역점을 둔 사업이 있어 강행군을 멈추지 않는다. 대학에서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학생들에게 치료비 등을 보상해 주는 ‘대학안전사고 보상공제’가 바로 그것. 지난해 국회에서 「학교안전법」이 개정되면서 학교안전사고 공제사업이 대학까지 확대됐다.


중앙회가 운영하는 대학안전사고 보상공제에 가입하면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생들이 안전사고 발생 시 보상 혜택을 받는다. 그동안 대학은 학교안전법상 공제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이 때문에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지만, 문제는 대학별 재정 여건에 따라 보험 가입이 선택적으로 이뤄져 미가입 대학은 학생 안전사고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이 사실. 중앙회의 대학 공제사업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정 이사장은 밤낮으로 뛰었다. 성과는 놀라웠다.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100곳이 대학안전사고 보상공제 가입을 신청했다. 아직 민간보험사와 계약기간이 남아있어 종료 후 가입한다는 전제가 달렸지만, 가계약한 대학만 100곳에 이른다. 전문대학은 95%, 일반대학은 60%가 신청했다. 정 이사장은 “내년 하반기면 대한민국 모든 대학이 가입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자신감은 대학안전사고 보상공제의 높은 경쟁력에서 출발한다. 일반 민간 보험사에 비해 보험 가입비가 30%가량 저렴하다. 반면 혜택은 민간과 동일하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저비용 고효율 보험인 셈이다.

 

민간 보험회사보다 가입비 30% 저렴 … 보상은 동일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중앙회 공제사업은 민간 보험사와 달리 영업사원이 없다. 보험 모집에 인건비는 단 한 푼도 들지 않는다. 보험료가 저렴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학교안전공제회는 유·초·중·고를 대상으로 운영하면서 전산망 등 공제 시스템이 이미 잘 갖춰져 있다. 가입한 대학을 기존 네트워크에 연결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별도의 인프라 구축 비용이 들지 않는다.


실제 대학별로 주어진 코드 넘버를 중앙회 전산망에 입력하면 사고접수와 함께 곧바로 보상 시스템이 가동된다. 사고는 어디서 발생했고, 보상금은 얼마이며, 퇴원은 또 언제 했는지 등 일련의 과정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 이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시·도학교안전공제회에 대한 법률지원과 전산회계 시스템 지원을 강화하고 대학 대상 공제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팀을 신설했다. 아울러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승진에서 연공서열을 파괴, 능력중심 인사를 단행하고 성과급도 철저히 실적에 따라 지급한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평가받는 것, 그것이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의 가치”라고 정 이사장은 말했다.


대신 이사장인 자신은 서번트 리더십으로 직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밝혔다. 직원 면담, 부서별·직급별 간담회를 통해 직원들의 고충·애로사항을 청취하면서 직원 각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아직은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지만, 이사장과 공제중앙회 직원들이 똘똘 뭉친다면, 머지않아 학교안전공제중앙회가 대한민국최고의 학교안전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가수 송가인, 아나운서 정혜진 등 홍보대사 위촉 ‘새바람’
그가 공을 들이는 분야가 또 있다. 안전사고 예방과 홍보사업이다. 대학안전사고 보상공제 등 중앙회의 역할을 널리 알리고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학교안전공제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상이 아니라 예방이죠. 아무리 보상을 많이 한다고 해도 예방보다 나을 순 없잖아요.” 정 이사장은 “안전사고 예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 역량을 쏟아붓겠다”면서 “학교안전정보센터 기능을 강화해 현장 밀착형 안전 예방교육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학교안전정보센터에서는 ▲생활안전 ▲재난안전 ▲직업안전 ▲교통안전 ▲폭력 예방 및 신변보호교육 ▲약물 및 사이버중독 예방교육 ▲응급처치 등 7개 표준안 자료가 탑재돼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유명 아나운서와 연예인들이 대거 중앙회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파격적인 시도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중앙회는 MZ세대를 대표하는 국민 앵커 정혜진·고은별·엄지현 아나운서를 2023 학교 안전 홍보대사로 지난 6월 위촉했다. 초대 미스트롯 진으로 유명한 가수 송가인 씨와 청학동 소녀 김다현 양도 홍보대사 대열에 참여했다. 특히 송가인 씨와 김다현 양은 중앙회 홍보영상에 직접 출연해 학교 안전의 중요성과 공제중앙회에서 추진 중인 사업을 알리고 있다.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선포식 … 학교안전공단 설립 구상도
여세를 몰아 중앙회는 지난 9월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대국민 선포식’을 가졌다. 창립 16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 안전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앙회의 각오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정 이사장은 “생명과 안전은 그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할 최고의 가치”라면서 “학생 안전이 곧 국가의 미래라는 소명의식을 가슴 깊이 새겨 중앙회가 명실상부 최고의 학교안전 전문기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임기는 3년.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학교 안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교육부 유관기관을 하나로 묶어 가칭 ‘학교안전공단’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교육부 산하에는 시설안전을 담당하는 한국교육시설안전원, 보건 환경안전을 담당하는 한국교육환경보호원 등 학교 안전과 관련한 기관들이 있다.


정 이사장은 “이처럼 분리해서 운영하기보다 중앙회를 중심으로 통합한 가칭 ‘학교안전공단’을 신설, 안전사고 예방과 보상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들어 학교 안전사고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해 중앙회 2/4분기 통계를 보면 초·중·고 안전사고 건수가 5만 2,388건이다. 전년 동기 대비  1만 9천여 건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수업으로 전환되면서 학생들의 신체활동이 활발해진 영향이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 이사장은 “우리 후손들이 안전사고 없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 행복하게 뛰어놀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주는 게 가장 큰 소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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