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시·도교육청의 중요 정책적 현안 중 하나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논제와 개요짜기를 해보았다. 이번 호에는 가상 문제(논제)의 개요짜기와 논술작성을 시뮬레이션해 보면서 적용력과 응용력을 높여보고자 한다. 이런 시뮬레이션은 상황적인 요소에 따라 크게 학교교육 밖의 큰 범주와 학교교육 안의 작은 범주로 접근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큰 범주로 접근해 보고, 다음 호에서는 학교교육 안으로 접근하는 작은 범주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다음 제시된 4가지 자료의 현황을 분석하여 문제점을 찾고, 핵심 용어와 상황변수를 찾아서 논제를 만들고, 논술을 작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자. 가상 문제(논제)를 만들기 위한 자료제시 ● 자료❶ _ 7세 고시, 4세 고시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7세 고시’와 ‘4세 고시’는 아이들의 교육, 특히 초등학교 입학과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부모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두 표현 모두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그로 인해 부모들이 겪는 스트레스나 경쟁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1. 7세 고시(초등학교 입학 준비) •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가 한글 읽기·쓰기, 숫자, 기본 산수, 간단한 영어 등을 미리 익히고 학
2025-05-07 10:00나에게는 여행에 관한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자금 사정이 허락하는 한, 방학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되, 이미 발 디뎠던 나라는 두 번 다시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는 법. 내 확고했던 여행 원칙을 무너뜨린 유일한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드넓은 초원과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지는 땅, 몽골이다. 드넓은 초원에 거대한 바위 하나, 타이하르 촐로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하늘길이 열리자 바로 몽골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몽골의 풍경은 대부분 지평선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초원을 얼마나 달렸을까. 지루함이 느껴질 때쯤, 거짓말처럼 거대한 바위 하나가 시야에 불쑥 들어왔다. 주변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우두커니 홀로 솟아있는 존재감, 바로 타이하르 촐로(Taikhar Chuluu)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몇몇 몽골 사람들이 바위를 향해 힘껏 돌을 던지고 있었다. 저 거대한 바위 너머로 돌을 넘기거나 꼭대기에 올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거나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전해진다고 했다. 작은 돌멩이에 간절한 염원을 담아 던지는 그들의 모습은 자못 진지했다. 하지만 상당한 높이 탓에 성공하는 이는 많지 않아 보였다. 우리는 그 신기한 풍경 옆에…
2025-05-07 10:005.31 교육개혁, 왜 여전히 중요한가? 1995년 김영삼 정부가 내놓은 5.31 교육개혁 방안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교육체제 대전환’ 구상이었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이 본격적으로 밀려오던 시기에, 국가 중심의 일방적 통제에서 벗어나 학교와 지역의 자율을 확대하고자 한 점이 특징이었다. 또한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하여 전문가·교원·학부모 등의 의견을 비교적 폭넓게 수렴하고,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오늘날에는 양극화된 정치와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과도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이럴 때 5.31 교육개혁이 보여준 ‘종합 설계도+사회적 합의’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그 결과물이 항상 완벽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교육은 단기간에 정치적 이념에 기반한 선동과 이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정책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원칙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교사 관점에서 돌아보는 5.31 교육개혁의 핵심 정책들 ● 학교 자율화와 학교운영위원회 5.31 교육개혁의 큰 골자 중 하나는 ‘학교 자율화’였다. 이와 맞물려 학교운영위원회가 본격 도입되면서, 학부모·교원·지역사회 구성…
2025-05-07 10:00가르침의 출발, 마음의 문 열기 교수법 강연 중에 한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했다. “열심히 가르쳤는데 중간고사에서 절반 가까이가 빵점을 받았습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비유로 답을 대신했다. “물 한 통을 물병에 부었는데, 붓고 보니 물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뭘 잘못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병뚜껑이 닫혀 있었을 수도, 물을 붓는 위치가 잘못되었을 수도, 혹은 병이 깨져 있어서 물이 샜을 수도 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병뚜껑을 열어야 물이 들어간다. 가르침이 배움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학생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야 한다. 유사한 우화가 있다. 한 나무꾼이 무딘 도끼로 큰 나무를 자르려 애쓰는 우화가 있다. 지나던 행인이 도끼날을 갈아보라고 권했지만, 나무꾼은 곧 날이 저무는데 도끼날 갈 시간이 어디 있냐며 쏘아붙였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쓰지 못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수업 중에 다룰 내용이 너무 많다고 학생들과 눈 맞추며 이름 부르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는 것은 병뚜껑 여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것과 같다. 병뚜껑과 달리 마음의 문은 억지로 열 수 없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Ge
2025-05-07 10:00언제부터였을까요. 교육지원청을 두고 ‘교육 방해청’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게요. 처음에는 농담처럼 들리던 이 말이 이제는 제법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부분의 교사는 교육지원청을 교사로서 지원을 받는 곳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여전히 교육지원청은 학교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기관, 교사가 보고하고 지시를 따르는 대상으로 여겨집니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은 외롭고 고립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보다도, 각종 보고와 회신 그리고 민원대응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행정과 실적 중심의 정책이 반복되면서 불필요한 업무량은 늘어나고,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이나 악의적인 공격에도, 심지어 교사가 학부모·학생에게 폭행당해도,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려운 교실은 점점 배움의 터가 아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곳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교육청과 교육부는 교사 개인의 입장이 아닌 ‘교육 전체’를 조망해야 하는 곳입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반영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의 관계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교사가 여유를 가지고…
2025-05-07 10:00윤성희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에 ‘블랙홀’이라는 단편이 있다. 이 소설에 쌍둥이 자매가 고속도로 옆에 핀 하얀 꽃 군락이 이팝나무꽃인지 조팝나무꽃인지를 놓고 티격태격하다 내기하는 장면이 있다. 고속도로 옆으로 하얀 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었다. 나는 자동차 창문을 내렸다. 향긋한 냄새가 날 줄 알았는데 아무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언니는 그 꽃이 이팝나무꽃이라고 했다. 나는 조팝나무꽃이라고 했다. “내기할까?” “응, 내기하자.” 우리는 무엇을 걸지 한참을 생각했다. (…중략…) 나는 휴대폰을 꺼내 이팝나무와 조팝나무를 검색해 봤다. 세상에.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이고 조팝나무는 장미과였다. “이름만 봐서는 쌍둥이 같은데 말이야.” 내 말에 언니가 쌍둥이들도 얼마나 성격이 다른데, 하고 받아쳤다. “그건 그렇고 그래서 저 꽃은 뭐야?” 언니가 물었다. “잘 모르겠어. 너무 멀어서 그런가. 똑같아 보여.” 우리는 확실해질 때까지 당분간 고속도로 옆에 핀 흰 꽃을 이조팝나무꽃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팝나무와 조팝나무는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이름이 비슷한 데다 둘 다 흰색 꽃이 피어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나무다. 더구나 둘 다 꽃이 예뻐서 산과 들에서…
2025-05-07 10:00많은 나라에서 교원의 정신건강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일본에서도 교원들의 과중한 업무와 높은 스트레스 수준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어 최근에 다양한 정책을 통해 교원의 정신건강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에서는 2024년에 ‘공립학교 교직원의 정신건강(mental health) 대책에 관한 조사 연구사업’이라는 보고서(문부과학성, 2024)를 발간하였는데, 그 내용을 중심으로 일본의 교원정신건강 대책을 살펴본다. 교원 정신건강 대책의 배경 2022년 정신질환에 의한 질병휴직자 수는 6,539명으로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은 휴직기간 중 급여보장과 대체교원 배치 등 재정적 부담도 수반한다. 최근 일본은 전국적으로 교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2021년 시점에 공립 초·중학교 등에서 2,558명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임시임용교원 등의 확보도 어려운 상황에서 질병휴직자의 증가는 학교현장이나 학생 교육에 미치는 영향과 교직의 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사업내용 일본은 각 교육위원회에서 전문가 등과 협력하면서 질병휴직의 원인 분석과 정신건강 대책 및 노동안전위생체제(労働安全衛⽣体制)의 활용 등
2025-05-07 10:00학생들은 상호 연결된 세계 시민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상기후·전쟁·인구문제·자원문제 등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학교현장에서는 지구촌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세계시민역량 함양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학생들이 지구촌 구성원으로서 개방적·포용적 가치와 태도를 지니고 인류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공동체역량 및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교육을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구촌 친구들과 함께 배우며 상호 연결된 세계 시민으로서 자질을 기를 수 있는 국제공동수업이 필요하다. 특히 다양성이 꽃피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여러 나라의 상황과 지구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구성원들과 연대감을 형성하여 협력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앞으로 미래 세계 시민들과 함께 활동하는 데 초석이 되는 국제공동수업이 확대되어야 한다. 학생 참여 중심 국제공동 CAMP 프로젝트 국제공동수업은 학생들이 지구촌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같은 주제를 탐구하고 토의함으로써 배움을 확장하며 세계 시민으로서 지구촌을 위한 행동을 함께하여 실천하는 수업이다. 특히 필자는 학생들이 외국어 능숙도와 상관없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
2025-05-07 10:00서울불암초(교장 김병영)는 ‘즐겁게 배우고 함께 어울리며 꿈을 키우는 행복 미래 학교’라는 비전으로 학생들이 미래핵심역량을 가진 창의적인 미래 인재로 성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공동체 모두가 소통과 협력을 통해 나눔과 배움이 즐거운 학생, 열정과 긍지가 있는 교사, 신뢰하며 만족하는 학부모가 함께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학교이다. 김병영 교장은 ‘실력UP·인성UP·꿈UP으로 미래를 여는 학교’라는 학교장 경영관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교수·학습 프로그램을 통한 학생 중심 교육, 학생과 서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학생 맞춤식 교육, 지성·감성·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국제공동수업 및 AI 디지털교육 활성화를 통한 미래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2024학년도 불암초 주요 교육활동 ● IB 관심학교 운영 불암초는 2024학년도 서울시교육청 지정 IB 관심학교를 운영했다. IB 학습자상을 바탕으로 한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 학생들의 생각을 꺼내는 교육을 하기 위하여 뜻을 함께하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IB 교육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으며, 교수·학습 연구문화를 조성하여 학교의 교육력을 강화하였다. 연구팀은 매주 화요일마다 모여 생각하는 교…
2025-05-07 10:00비극적 사건 앞에서 요구되는 신중함 최근 발생한 하늘이 사건은 우리 사회를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계의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사건 직후 논의되는 대책은 주로 ‘가해교사의 정신질환 여부’에 집중되거나, ▲위원회 신설, ▲교원평가 강화, ▲경찰력 확대 등 규제 중심 해법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피상적 원인 규명과 단기 대책으로는, 학교현장에 만연한 학생 자살과 교사 무기력이라는 훨씬 심각한 위협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규제중심의 교육부의 질환교원 정책 현재 교육부의 대책도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교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2025년 2월 발표된 (가칭) 하늘이법1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신질환 고위험 교원이 확인될 경우 긴급분리·조치제도를 신설하고, 교원직무수행적합성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며, 복직심사를 엄격히 적용한다고 한다. 교원 맞춤형 자가 심리검사도구를 개발하고, 학내 CCTV 설치와 학교전담경찰관(SPO) 증원도 추진한다. 정신질환이 곧 범행 동인인가? 이 같은 정책은 가해교사의 정신질환이 이번 범행의 원인이라는 전제에 기반한다. 그…
2025-05-0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