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 퍼스트’, 교육의 출발점은 교사 8월 말 정년퇴직을 앞두고 만난 이일권 서울양원숲초등학교 교장이 인터뷰 내내 가장 자주 꺼낸 말은 ‘티처 퍼스트(Teacher First)’였다. 학생을 위한 교육도, 학교를 위한 개혁도 결국 교사가 버텨낼 수 있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수업과 생활지도·행정업무·악성민원 대응까지 떠안은 현장 교사들이 한계에 내몰린 현실에서, 교육의 기본을 다시 세우려면 무엇보다 교사를 중심에 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36년 6개월 동안 교사·교감·교장으로 학교 현장을 지켜온 그는 긴 교직생활을 돌아보며 무엇보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년을 앞둔 심경을 묻자,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젊은 날 방황과 고비 속에서도 자신을 붙들어준 것은 아이들의 맑은 눈빛과 동료·선후배 교사들이었다고 했다. ‘본립도생’과 ‘~답게의 교육’이 말하는 기본 그가 교직생활을 관통하는 말로 꼽은 것은 논어 학이편의 ‘본립도생(本立道生)’이다. 기본이 바로 서야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 교장이 말하는 교육의 기본은 거창한 제도나 구호가 아니다. 그는 이를 ‘~답게의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는 교사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보호자
2026-09-08 10:00
한겨울인 1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마주한 공기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햇살 아래 거리를 걷는 일이 즐거웠고, 겨울 여행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밝은 햇빛을 머금은 건물과 오렌지나무, 낯선 문양과 색채로 채워진 거리는 화사하면서도 이국적이었다. 그 아름다웠던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정취를 함께 느껴보자. 세비야 _ 오렌지 향으로 가득 찬 안달루시아의 다채로움 세비야에 도착해 처음 마주한 것은 눈부신 햇살이 아니라 세찬 겨울비였다. 그런데 흐린 풍경 속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는 것이 있었다. 거리 곳곳에 줄지어 선 오렌지나무였다. 짙은 초록색 잎 사이로 주렁주렁 매달린 주황빛 열매는 흐린 하늘 아래에서 오히려 더욱 선명해 보였다. 이 낯설고도 화사한 풍경을 마주한 순간, 이것만으로도 세비야 여행은 이미 다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세찬 비바람에 떨어진 오렌지 몇 알은 돌바닥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껍질이 터진 열매에서는 상큼하면서도 쌉싸래한 향이 퍼졌다. 비가 내리는 세비야의 좁은 골목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일도 즐거웠다. 화려한 관광지를 찾아다닌다기보다 비를 피해 처마 아래로 몸을 옮기고, 작은 상점과…
2026-09-08 10:00
HOPE(감독 나홍진), 스파이더맨: 뉴브랜데이(감독 데스틴 크리튼),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3파전으로 폭염보다 뜨거웠던 2026년 여름 극장가는 가을에도 여전히 열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9월에만 한국 영화 기대작 5편이 개봉하기 때문. 9월 24일부터 시작하는 추석 연휴를 겨냥한 작품도 보인다. 과연 5편의 한국 영화 중 마지막에 웃는 작품은 무엇일까? 9월 극장가를 풍성하게 할 5편의 한국 영화를 알아본다 No.1 _ 톱스타 부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딸을 구해라! 류승룡·하지원의 비광 미쓰백(2018)으로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드라마 클라이맥스(2026)로 연출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이지원 감독이 두 번째 영화 비광에서 한 번 더 찐한 가족 연대기를 그려낸다. 한국 야구의 간판스타 중구(류승룡)와 올타임 레전드 배우 남미(하지원)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톱스타 부부다. 갑자기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가 등장하면서, 차마 딸을 외면할 수 없던 중구와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상처받은 남미는 파경을 맞게 된다. 각자의 삶을 살던 8년 후 어느 날, 우림천 여중생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동주가
2026-09-08 10:00
다다익선의 시대에서 ‘단 한 채’의 시대로 과거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던 부의 공식은 명확했다. 바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주택 수를 늘려가는 갭투자는 가장 확실한 자산 증식 수단이었고,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는 늘 시장의 승자로 통했다. 특히 2015년 이후 집값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 때, 주택 수에 비례해 자산 가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주택 수를 늘리는 것 자체가 최고의 재테크였다. 그러나 시장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다주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보다 그에 따라붙는 세금과 대출 규제의 부담이 훨씬 커진 시대가 도래했다. 무리하게 여러 채의 주택을 유지하는 것은 이제 자산 증식은 커녕 과도한 세금 부담과 자산 가치의 정체라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책과 규제의 압박이 가중되자, 시장 참여자들은 빠르게 ‘자산 압축’에 나서기 시작했다. 가치가 애매하거나 미래가 불투명한 비선호 지역의 주택들을 정리하고, 그 자금을 모아 결코 무너지지 않을 단 하나의 입지, 즉 더 우량한 자산으로 모으는 현상이 본격화된 것이다. 불확실한 시장의 풍파를 헤쳐나가기 위해 위험 요…
2026-09-08 10:00
선생님을 위한 마음 챙김 철학 (안광복 지음, 창비교육 펴냄, 216쪽, 1만 8,000원) 교직생활 30주년을 맞은 1세대 철학교사가 감정노동과 관계노동으로 지친 교사들을 위해 건네는 철학에세이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온몸으로 느끼는 고통과 무력감에 절실히 공감하며, 철학으로 영혼을 돌보는 24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아우렐리우스의 휴식 기술, 쇼펜하우어의 관조하는 자세 등 교사들이 부딪히는 고민과 문제에 꼭 맞는 철학자들의 지혜를 제시한다. 밑줄 긋지 못한 문장들 (조성현 지음, 계단 펴냄, 224쪽, 1만 7,600원) 교사와 학생 서른 명이 부딪치며 살아가는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경험한 고민과 성찰을 담은 에세이다. 다툼이 생길 때마다 CCTV나 명쾌한 판결을 바라는 아이들 앞에서, 저자는 즉각적인 판사가 되기보다 서로 눈을 맞춰 대화하고 사과할 시간을 내어준다. 교과서나 문제집 문장으로는 배울 수 없는 신뢰와 양보, 책임감을 교실 속 일상을 통해 스스로 배워나가는 아이들의 단단한 성장을 따뜻하게 그렸다. 날마다 이기는 게임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이소담 옮김, 김영사 펴냄, 44쪽, 1만 5,500원) 유쾌하게…
2026-09-08 10:00
“내일부터 운동해야지.” “이번 주말에는 꼭 청소해야지.” “방학하면 영어 공부 시작해야지.” “출근하자마자 ○○ 업무부터 봐야겠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영어책은 비닐도 뜯지 않은 채 개학이 되었고, 보고서는 제목만 적힌 채 며칠째 바탕화면 한구석에 놓여 있다. 지금도 괜히 커피 한 잔을 더 타며 ‘조금 있다가’를 반복한다. 왜 우리는 지금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꾸 미루는 걸까? 남들은 제때 척척 해내는데 왜 나만 매번 이 모양일까? 의지가 약해서일까? 아니면 정말 게으른 사람일까? 심리학은 이 질문에 조금 다른 답을 내놓는다. 우리가 피하는 것은 ‘일’이 아니라 ‘감정’이다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미루는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프로크래스티네이션(Procrastination)’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미루기는 게으름이나 책임감 부족으로 여겨졌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냐”며 더 강한 의지력을 가지라고 조언하곤 했다. 하지만 미루기를 연구해 온 심리학자들은 조금 다른 진단을 내놓는다. 우리가 피하는 것은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떠올렸을 때 생기는 ‘불편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캐나다…
2026-09-08 10:00
학교는 교원·일반직공무원·교육공무직원(이하 ‘공무직’으로 약칭)등 다양한 직종의 구성원이 학생의 성장과 배움이라는 공동의 교육목표 실현을 위해 협력하는 조직이다. 학교에서도 과거부터 갈등은 있어 왔으나, 최근에는 그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에 접수된 갑질 신고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과거에는 주로 학교 경영자와 구성원 간의 수직적 관계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원과 공무직 간 수평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갑질 신고 주요 대상이 학교 경영자였으나, 최근에는 보직교사를 비롯한 교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 운영이 민주화되고 학교 구성원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학교 내 갈등 양상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과거 갈등이 주로 학교 경영자의 이른바 학교 내 ‘큰 권력’의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일상적인 업무 지시·협조·분장 등 학교 내 ‘작은 권력’, ‘생활 권력’의 문제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학교 경영에서 공무직과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학생의 안전·복지·급식·시설 등 교육환경을 지탱하고, 교사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협력적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직과의 협
2026-09-08 10:00
지난 호에서는 1980년부터 1992년까지 유아교육과 초·중등교육 분야에서 국가가 교육의 책임을 확대하며 교육국가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 나간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같은 시기 추진된 고등교육정책을 중심으로 한국 고등교육이 어떠한 변화를 거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980년 신군부는 7·30 교육개혁조치를 발표하며 과외금지, 대학 본고사 폐지, 고등학교 내신 반영 의무화, 졸업정원제, 대학 장학금 확대, 방송통신대학의 학사학위기관 전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설립, 대학평가제도 도입 등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개혁을 추진하였다. 출발점은 과열된 입시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학입시와 대학 운영, 평생학습과 교원양성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고등교육 개혁으로 발전하였다. 이 시기 한국 고등교육의 가장 큰 변화는 고등교육의 대중화였다. 고등교육 취학률은 1979년 약 10% 수준에서 1985년 30%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이후 1990년대 초에는 40%에 근접하였다. 한국 고등교육은 이 시기를 거치며 소수 엘리트를 위한 교육단계에서 국민 다수가 참여하는 대중교육 단계로 전환되었다. 국가는 대학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대학입시와
2026-09-08 10:00
고교학점제 시대, 공교육의 새로운 파트너로 등장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과 함께 교육 현장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진로에 맞춘 과목 선택권 보장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지만, 단위학교 현장에서는 교원 수급, 소인수 선택, 공간 및 시간표 운영의 한계로 인해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모두 개설하기 어려운 구조적 난관이 존재해 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실질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탄생한 곳이 바로 ‘서울온라인학교’다. 서울온라인학교는 공립 각종학교로서 단위학교에서 개설하기 힘든 과목을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으로 제공하며 고교학점제 안착을 선도하고 있다. 2025년 3월 성동구 행당동 옛 덕수고 부지의 임시 교사에서 교직원 15명의 소박한 규모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서울시교육청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본관 리모델링을 완공했다. 이어 2026년 3월에는 교직원 23명 규모의 정식 ‘미래형 캠퍼스’로 확장 이전하며 공교육 혁신의 단단한 초석을 다졌다. 학교와 교실의 경계를 넘는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 서울온라인학교 교육과정은 단위학교와의 긴밀한 연대를 바탕으로 ‘주문형’과 ‘개방형’으로 이원화해 운영된다. ‘주문…
2026-09-08 10:00
드라마나 언론을 통하여 학교를 상대로 한 지나친 민원의 행태들이 알려지고 사회적 공분이 있었다. 적극적인 대응방법에 대해서 꾸준한 논의가 있었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한계가 명확했고, 학교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 이에 2026년 4월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에는 학교 민원 대응에 관한 규정이 생겼고, 10월 말부터 시행된다. 학교에 대한 민원은 일반적인 민원과 무엇이 다른지, 기존 민원처리 관련 법령들이 학교 현장에서 적용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인지, 특히 새롭게 시행될 규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를 알아보자. 학교 민원은 어떤 특성이 있는가? 학교는 학생이 하루 대부분을 지내는 곳이고 이 공간을 사람들과 함께 써야 한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온갖 불편 사항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학업·진로·학교시설·안전·교우관계·급식 등 불편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학생과 보호자는 이런 불편을 제거하길 바라고,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며 개선을 요구한다. 특히 자녀가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와 같은 사안에 문제가 되었다면 학부모로서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고, 학교에 대한 과도한 민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학교로서는 이
2026-09-08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