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 저자 [문제] 괄호 안에서 자연스러운 표현을 고르시오. 1. 허구헌 날 밥그릇 (다툼만/싸움만) 허고 앉아 있는 놈들 좀 보게. 2. 갑돌이와 갑순이는 늘 1, 2등을 (다투는/싸우는) 라이벌이다. 3. 개 두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다투는/싸우는) 장면이 볼만했다. 4. 그 친구는 말로 (다퉈서는/싸워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상대다. 5. 고래 (다툼/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풀이] ‘다투다’는 어디까지나 말로 시비하는 것 매일같이, 아니 시시각각 다른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과도 부딪히며 다투거나 싸우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다. 그런데 ‘권력싸움’이 아니라 ‘권력다툼’인 것은 왜일까? 그리고 ‘파벌다툼’이 아니라 ‘파벌싸움’인 까닭은? 또 ‘부부다툼’이 아니라 ‘부부싸움’인 것은 어째서일까? 실로 ‘다툼’과 ‘싸움’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먼저 ‘다투다’는 의견이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서로 따지며 옥신각신한다는 뜻이다. “다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 “아이들 교육 문제로 아내와 다투다”, “돈 문제로 집안 사람들끼리 심하게 다투었다” 등에서 ‘다투다’는 어떤 사안과 관련해 상대를 누르고 자기를 내세우고자 하는 행동인데, 다행스럽
2007-02-01 09:00
박준용 | 한양대 강사, 영화평론가 도라, 조슈에와 세상에 나서다 전직교사 출신의 도라는 브라질의 대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의 중앙역에서 글 모르는 이들을 위해 편지를 대필해 주는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년의 여인이다. 사랑을 호소하는 이, 아들에게 관심을 촉구하는 늙은 아버지, 받을 돈을 독촉하는 사람, 헤어질 것을 통보하는 연인 등 중앙역을 가득 메운 사람들처럼 그네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고된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도라의 유일한 즐거움은 친구와 함께 편지를 뜯어 읽어보고 자신이 보기에 쓸데없는 소리를 적어놓은 편지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머지 편지들은 그냥 서랍 속에 넣어두는 것이다. 편지를 부탁하는 이들이야 절박할지 몰라도 그녀에게 있어 이 모든 일들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한 기계적인 직업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계나 자본과 같은 비인간적인 대상을 다루는 직업과 달리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는 ‘편지’를 써 주는 도라의 직업은, 학생이라는 살아있는 대상과 관계를 맺고 이를 토대로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일인 그녀의 전직이었던 교사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도라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로 인해…
2007-02-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