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침잠하는 분은 ‘망우당 곽재우’입니다. 임진란 최초로 의병을 봉기한 그의 업적과 사상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지만, 남명 조식의 제자로 유학자인 그가 거병하고 전장에서 겪었을 고뇌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느꼈습니다. 그래서 망우당에 대한 연구와 업적, 행장을 읽고 살펴보는 일을 봄이 끝날 즈음에 시작하였습니다. 홀린 듯 일어나 그의 출생지와 전쟁터를 답사하고 그의 문집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가 말년에 살았던 낙동강의 강사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아름다웠습니다. 망우당 선생과 함께 살았을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서 무더위를 식힐 수 있었고요. 그러면서 제가 쓰는 그 분의 고뇌가 과연 망우당의 생각일까 고민을 하였습니다. 이런 제 마음에 답을 하듯 책꽂이에 『칼의 노래』가 보였습니다. 충무공의 고뇌를 따라간 소설 『칼의 노래』를 다시 읽었습니다. 책을 펼치면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피는 숲에 저녁 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로 시작하는 첫 문장과 마주 합니다. 참으로 지랄(?)맞게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김훈에 의해 채색된 충무공의
2018-08-02 08:562016년 9월 28일부터 발효된 청탁금지법 세칭 김영란법이 어느덧 시행 2년을 맞고 있다. 발효 당시 분위기는 그야말로 나라를 온통 들썩이게 하는 나날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대한민국의 ‘청렴지수’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뒤집어보면 김영란법은 그만큼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 있었다는 말이 된다. 소위 맨입으로는 어떤 일도 되지 않는 뭐 그런 것 말이다. 이미 퇴직한 처지이지만, 진짜 부끄럽게도 내가 32년 넘게 몸담았던 교단 역시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학부모 촌지에 교감⋅교장 승진시 금품수수 등 과연 교육자가 맞나 의구심이 생길 정도의 부정과 부패이다. 일례로 서울시 교육청 비리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서울시 교육청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는게 더 큰 문제다. 장학사 시험이나 교감 승진, 교장임용, 그리고 학교의 시설공사 등에 검은 돈이 오가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것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라면 정녕 사람을 움직이는 건 돈이란 말인가? 그럴망정 국민권익위원회가 주최하는 ‘반부패⋅청렴관련사연수기공모’ 수상작들을 읽어보면 그렇지만도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세상이 부정과 비리가
2018-08-01 08:51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시련과 어려움을 겪거나 절망에 부딪히곤 한다. 때로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과 권태를 느끼며 삶을 그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시간의 흐름에 맡겨버리는 경우도 있다. 필자 역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업무에 대한 중압감과 인간관계의 어려움으로 인생은 정말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한두 번이 아니다. 가만히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기뻤던 일보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훨씬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삶에 대한 의욕을 점점 잃어가던 중, 우연히 케이블 TV에서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란 영화를 발견했다. 베니니 감독은 도대체 왜 인생을 아름답다고 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어 우선 인터넷으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일반인 평점이 10점 만점에 9.4점이었고 전문가 평점이 8.4점으로 매우 높았다. 감독 자신이 직접 주연 배우로도 출연한 이 영화는 파시즘이 팽배하던 1930년대 말, 이탈리아의 작은 소도시에서 벌어진 상황을 다룬 것이다. 순수한 청년 ‘귀도’는 첫눈에 반한 ‘도라’라는 아가씨와 결혼해 아들 ‘조수아’를 낳는다. 이렇게 세 가족은 시골 읍에서 작은 서점을 경영하며 가난하지만 행복한 세월을 보낸다
2018-07-30 11:12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책을 찾아서 ▲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소로우 지음/류시화 옮김 사는 것은 지난한 구도자의 길이 분명합니다. 연일 폭염에 시달리는 일상, 태풍과 폭염 앞에 무력한 생명체의 모습. 그럼에도 누군가는 살아남고 어디선가는 숨막히는 삶을 견디지 못해 삶을 포기합니다. 폭염에 지친 몸과 마음에, 한 학기의 마지막 자락에 서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 보게 하는 책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제는 절판된 책이라서 지역 도서관에 가야 만날 수 있는 귀한 책을 다시 읽으며 힘을 얻고 싶었습니다. 아득한 고향의 목소리처럼, 오래 전 시간 속으로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의 비음 섞인 목소리처럼 낮은 음계로 가만가만 다가서서 위로하는 소로우의 숲 속을 거닐며 위로를 받습니다. 단순하고 검소하게,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품고 가장 적게 소유함이 행복의 근원임을 묵언수행으로, 몸으로 보여주며 짧은 생애를 살다간 인생의 스승, 소로우를 만나니 폭염 한 가운데서도 서늘함이 다가섭니다. 퇴직은 다른 사람의 일처럼 느끼고 살아왔는데 이제 몇 달 후로 성큼 다가서니 마음이 가라앉곤 합니다. 물러설 준비를 하니 자꾸만 뒤돌아 보아지는 것들이 눈에 보입니다.…
2018-07-30 11:09
20년이 지난 후, 학교에서 배운 것 가운데 가장 도움이 된 것은? “2061년엔 인간이 설 자리 없을것… 교육 통하여 지금부터 준비해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회장은 일본의 빌게이츠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그는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주도하는 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7월 19일 오전 일본 도쿄 미나토(港)구의 한 호텔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했다. “2061년엔 인간이 설 자리 없을것"이라고... 강연장의 3000석을 메운 직원들은 ‘무슨 말이지?’ 하고 궁금한 듯 웅성거렸다고 한다. 손 회장은 “이미 인공지능(AI)이 모든 산업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며 강연을 이어갔다. 손 회장은 50년 안에 AI가 인간의 모든 직업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엔 ‘상담 로봇’이 콜센터 직원을 대체하고, 2027년엔 운전사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트럭과 멜로디 전개 방식을 학습한 작곡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2031년 판매원, 2049년 소설가, 2053년 외과의사가 AI에 자리를 내주고 2061년이 되면 AI 기능이 탑재된 로봇이나 기계가 모든 직업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예측했다. 손 회장은 “인
2018-07-30 11:08식지 않은 열기와 아이들의 도란거림이 별처럼 빛나는 밤이었다.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니 북한강의 물안개가 자욱이 골짜기를 감싸고 있다. 간간이 들려오는 산새 소리는 시든 싸리꽃에 부딪혀 더운 하루를 예감하게 한다. 눈을 비비며 아이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문학기행 이틀째 일정을 시작한다. 밤새 무슨 사연이 많았는지 서울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을 향하는 동안 곯아떨어진다. 휴일이라 차량흐름도 괜찮은 편이다. 여기저기 솟은 빌딩과 남산타워를 뒤로 꼬리를 무는 자동차의 행렬과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보며 서울 한복판에 들어섬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우리나라의 부촌이라는 강남의 서울 코엑스에 도착한다. 어제는 농촌 시골의 풍광이 순수와 느림으로 함께 했다면 오늘은 도심의 한복판에서 삶의 일상에 쫓겨 마네킹처럼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일이다. 코엑스의 동문을 향하는 발아래 물기 머금은 연두색 인조잔디가 생뚱맞다. 아이들은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호기심으로 연신 고개를 돌린다. 지하 1층의 미로 같은 통로를 따라 별마당 도서관으로 향한다. 바깥의 더운 열기와는 대조로 지하는 서늘하다. 별마당 도서관! 과연 여기서 말하는 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머릿속
2018-07-25 11:00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직전에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논란이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역사에나 있던 계엄령이라 그런지 그런 논란은 자연스럽게 영화 한 편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계엄령하에서 벌어진 5ㆍ18광주민주화우농을 조명한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2017년 8월 2일 개봉)다.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개봉 19일 만이다. 역대 천만 한국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였던 ‘명량’(12일)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자 ‘부산행’과 같은 속도다. 한국영화론 15번째 천만영화인데, 최종 관객 수는 1218만 9195명이다. 2018년 7월 20일 현재 최다 관객 동원 10번째 천만영화에 올라있다. ‘택시운전사’의 천만영화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조명한 영화여서다. 그 동안 ‘오! 꿈의 나라’(1989)ㆍ‘부활의 노래’(1990)ㆍ‘꽃잎’(1996)ㆍ‘박하사탕’(1999)ㆍ‘화려한 휴가’(2007)ㆍ‘26년’(2012) 등 5ㆍ18을 직간접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있었지만, 본격적 상업영화는 ‘화려한 휴가’가 처음이라 할 수 있다.그 ‘화려한 휴가’가 685만 5
2018-07-23 16:28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천안 독립기념관 제6전시관에서 심훈 선생의 ‘그날이 오면’을 읽다가 울컥하고 가슴이 저려왔다. 일제 강점기에 대한 아픔을 이보다 더 실감나게 표현한 시가 또 있을까 싶다. 우리의 수많은 동포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서 강제 노동에 동원되고, 수많은 처녀들이 일본군의 성노리개가 되었던 일제치하의 만행들. 그동안 문학작품 속에서 피상적으로만 대하다가 이번 여름방학에 큰맘 먹고 시간을 내어 가족과 함께 독립기념관을 찾았다. 독립기념관은 웅장한 외형과 어울리게 내부도 제1관부터 제7관까지 잘 구성되어 있었다. 그밖에 야외전시관과 원형극장도 있어 각종 공연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단연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제4관의 31운동관이었다. 31운동관에는 31운동 정신상이 정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전시된 조각상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자니, 상당히 투박하게 만들어져
2018-07-23 09:03드라마 왕국이라 불리던 MBC가 몰락했다는 말이 나온 건 월화드라마 ‘위대한 유혹자’(3.12.~5.1)가 1.6%(4월 23일 25회)라는 드라마사상 최저 시청률을 찍은 후다. 1.6%는 지난 해 방송된 KBS 수목드라마 ‘맨홀’에 이은 둘째로 저조한 시청률이다. 케이블이나 종편방송도 아니고 지상파 TV드라마의 그런 시청률은 가히 가문의 수치라 할만하다. 물론 ‘위대한 유혹자’의 저조한 시청률만으로 몰락이란 말까지 나온 건 아니다. 수목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3.21~5.10)도 3~4%대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파업후 지난 1월말부터 5주간 평일 드라마를 결방하면서 재정비한 결과가 그 모양이다.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차기작 편성을 미뤘다”(동아일보, 2018.1.3.)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사실 MBC의 드라마 부진은 이미 지난 해 하반기부터 나타났다.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가 최저 시청률 1.8%(11월 20일 25회)를 찍은 것. 지난 해 말부터 올 초까지 방송된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 역시 3%대 시청률에 그쳤다. 지난 해 대파업사태로 드라마 시청자들까지 MBC를 떠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2018-07-19 13:36순수성과 완결성, 미학의 작가 황순원을 찾아 보물섬남해독서학교 아이들이 길을 열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다섯 시간의 긴 여정이지만 시험을 끝낸 홀가분함과 집을 떠난다는 로망이 마른 대지에 소나기처럼 내린다. 소나기!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다 알고 있는 황순원의 대표작이다. 소년과 소녀의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 건네주지 못한 호두,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호주머니에 넣어 만지작거리는 소년으로 대변되는 미완성으로 끝낸 이야기여서 더 관심과 흥미를 자아내는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을 법한 일이다. 그 첫사랑의 순수 의미를 찾아 칠월의 후끈한 열기 속에서 약간의 오르막길을 오른 아이들은 수숫단 모양을 형상화한 황순원문학관 앞에 선다. 문학관 뒤편 산 너머 파란하늘엔 더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흰 구름이 피어오른다. 문학관에서 아이들은 순수 절제의 미학으로 결백에 가까운 문장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가와 마주한다. 성과위주 결과위주 경쟁사회에서 독서를 통해서 자유로운 영혼의 구가를 내세우는 독서학교의 이념에 걸맞게 생각의 나래를 편다. 어느 문학관이나 작가를 만나보면 공통점은 전시물을 통해서 글을 쓰기 전 엄청난 양의 독서량이 있었을 알…
2018-07-18 0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