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학년초 어느 날, 학교 교사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소란스럽던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 시간이다. 이따금씩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말소리와 아동들의 대답소리가 새어 나올 뿐이다. 그런데 한적한 모퉁이에서 혼자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을 발견했다. 그 학생은 인기척에 고개를 휙 돌리더니 활짝 웃는다. “선생님, 교감 선생님이지요?” 부임한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교감이라는 것을 아는 걸 보면 꽤 눈썰미가 있는 학생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3학년 동준(가명)이었다. 또래보다 몸집이 훨씬 컸다. 우량아 콘테스트에 나가면 입상이라도 할 것 같은 오동통한 체격이다. 믿음직스럽고 마음씨 좋은 인상이다. 순한 티가 묻어있다. 하얀 피부에 까까머리였다. “그래, 그런데 왜 교실에서 공부하지 않고 밖에 있니?” “공부하기 싫어요. 재미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 공부하기 재미없어도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할 일을 해야 하는 거야.” “교감 선생님 이름도 알아요. 이학구지요?” “와, 독똑하구나! 너처럼 내 이름을 아는 학생이 별로 없는데. 넌 대단하구나.” 내 칭찬에 동준이는 씨익 웃는다. 손을 잡고 교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동준이는 학습부적응아로 특
2006-09-26 10:32최근 교육부에서 교장 공모제와 관련된 시범학교 실시 운영을 공고했다. 교육 경력이 아직 일천한 교사로서 자못 이런 교육부의 정책이 과연 교육적인지 묻고 싶다. 너무나 일사천리로 많은 교육정책들이 쏟아져 나와서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마치 교육현장이 교육부 교육정책의 시험장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올바른 교육개혁을 염두하고 벌이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일선 학교의 수많은 선생님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교장 공모제와 관련된 일련의 교육부의 정책들은 과연 그 정책이 교육적인지의 여부부터 다시 한 번 점검 해볼 필요가 있으리라는 판단이 든다. 일선 학교 현장의 수많은 선생님들은 교사 승진제도의 폐해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교사가 아닌 수많은 외부인들이 일정 기간 학교 운영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그야말로 이 땅의 수많은 선생님들의 자존심과 전문성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한 번 교장 해 볼까! “해도 해도 너무하네. 이거 교사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 막말로 외부 용역을 불러다 학교를 맡기겠다는 거 아니야!” “이 참에 나도…
2006-09-26 10:32어느 새 가을이다. 가을이 성큼성큼 걸어와 문 앞에 서서 인사를 한다. 하복을 입은 아이들은 춥다며 동복 언제 입냐며 아우성이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선풍기까지 윙윙 돌려대던 때가 며칠 전인데 이젠 창문을 꼭꼭 닫곤 열지를 않는다. 요즘 들어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사란 무엇인가?’ 하는 자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 집단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온통 난도질을 당하는 현실 속에서 교사들은 그저 땡감 씹는 벙어리가 되어야 한다. 교원평가와 관련해서도 수많은 사람들은 ‘평가’란 피상적인 말에 현혹되어 평가를 거부하는 교사집단을 매도하고 있다. 평가의 기준도 모호하고, 평가의 내용도 모호한 상태에서 교원평가를 받으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처럼 생각하는 언론들의 보도를 보고 있자면 그저 답답할 뿐이다. 혹자들은 ‘자신 있으면 왜 평가를 못 받아?’ 하고 묻곤 한다. 그런데 그 혹자들이 생각하는 평가는 자신이 학교에 다닐 때의 단순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준을 모래알처럼 제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인성’에 대해 이야길 하고, 어떤 사람은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어떤 사람은 ‘아이들 지도’에 대해 이야기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지식’에 대해 이야길
2006-09-26 10:30선생님, 오늘 아침은 9월 셋째 월요일입니다.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기분이 좀 상쾌하지 않습니까? 저는 걱정했던 태풍 ‘산산’도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 출근하는데 지장이 없는데다 국제유가 하락세로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반가운 아침 뉴스로 인해 마음이 가볍습니다. 저는 어제 태풍으로 인해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일행 9명과 함께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아는 분의 어린 딸이 암으로 고생하고 있어 때를 놓치기 전에 병문을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서울아산병원을 다녀오게 된 것입니다. 오전 10시에 출발하여 밤10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으니 생각보다 빨리 다녀온 셈입니다. 그 이유는 운전하신 분께서 운전을 잘 하시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묻고 물은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힘들었지만 중요한 일을 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여행을 할 때 길을 잘 모를 때 묻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지도를 보든지 나름대로 짐작만 하고서 찾아갑니다.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대부분 시행착오를 겪게 되지 않습니까? 찾는 속도도 느리지 않습니까? 헛수고만 합니다. 고생만 합니다. 시간만 낭비합니다. 그렇지만 조그만 자신을
2006-09-26 10:28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법안 마련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던 학교촌지근절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법안은 촌지를 준 학부모와 받은 교사에게 오고간 금품(현금, 유가증권, 숙박. 회원. 입장권)이나 향응(음식. 골프 접대, 교통. 숙박 편의)의 50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똑같이 물도록 규정했으며, 다만 촌지 제공․수수 학부모와 교사가 자진 신고할 경우 처벌을 면하도록 했다. 제정안은 또 16개 시도교육청에 ‘학교촌지근절대책위’를 설치해 촌지 수수행위 신고 접수 및 조사, 수수 관련자 검찰고발 및 관련기관 통보 등을 전담토록 했다고 한다. 이제 촌지는 범법행위로 각 시도에 신고 접수 및 조사, 수수관련자 검찰고발 및 관련기관 통보 등 전담함으로써 교사 전체가 촌지를 상습적으로 받는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인식을 제자들에게 나아가 전 사회에 심어주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참 가슴 아픈 일이다. 나는 촌지 이야기만 나오면 먼 옛날 새내기 교사 때 겪었던 가장 멋지고 값진 촌지가 생각난다. 이제는 머나먼 동화 속에 나오는 촌지 이야기이다. 30여 년 전 일이다. 그 당시에는 새마을 운동과 전국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서정쇄신
2006-09-26 10:24교장선출 보직제 도입을 하겠다고 계속 강조하면서 전교조에서 펼치는 논리중의 한가지, '선출된 대학총장이 임기가 끝나면 다시 교수로 돌아오는 것처럼 초,중,고에서도 교장을 교사들이 선출하고 임기가 끝나면 다시 평교사로 돌아오는 시스템이 교장선출보직제이다.'라는 것이다. 대학교수와 교사를 직접 비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교수와 교사는 하는일이나 위치 등이 많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교장선출보직제는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다. 며칠전 대학교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대학총장이 다시 교수로 돌아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총장이 되기 위해서는 보통의 노력으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사실 대학교수나 선생님들이나 학생을 잘 가르치는 사람이 우대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대학교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령 대학총장에 출마할 의사가 있는 교수가 있다면 그 교수는 여러가지로 다른 교수들보다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 노력이라는 것이 단순히 강의를 잘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총장이 되기 위한 노력입니다.' '예를 들면 교수사이에서 일어나는 각종 경조사에 남들보다 더 참가하고 부조금도 남들보다 더 내고, 그래야 됩니다. 사실 학생들과 가
2006-09-26 10:19점점 가을은 윤곽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흐린 가을하늘에서 점점 청명한 가을하늘로 바뀝니다. 햇살은 뜨겁지도 차지도 않습니다. 그저 견디기 좋을 만큼 비쳐줍니다.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바쁘지만 그래도 쉬는 시간이 되면 운동장을 찾습니다. 삼삼오오 나무 아래 모입니다. 생각을 합니다. 다소곳이 웃음꽃을 피웁니다. 노래를 합니다. 낭만이 넘칩니다. 오늘 같은 초가을은 삶이 소극적이지 않습니다. 외롭지 않습니다. 표정이 어둡지 않습니다. 생각 없는 사람에서 생각 있는 사람으로 바꿔줍니다. 선생님들께서는 틈틈이 오늘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세월이 지난 후 오늘이 참 좋은 하루였다고 기억되는 날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생각없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생각없는 사람들의 습관들을 읽어보고 자신을 점검해 봅니다. 과연 나의 생각없는 지수는 얼마일까? 1에서 10으로 가정했을 때 2 내지 3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의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지만 그 기준에 의하면 부끄러울 뿐입니다. 하지만 생각지수 2내지 3에서 10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렵니다. 그러면 생각없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있는 사람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우리 선생님들도 한번 읽
2006-09-26 08:38교정을 돌아다 보니 가을 냄새가 난다. 탐스런 밤톨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아니, 우리 학교에 언제부터 밤나무가 있었나?" 고개를 들어 나무를 쳐다본다. 밤나무가 아니다. 칠엽수(일명 마로니에)이다. 어쩜 그렇게 토실토실한 알밤을 닮았는지? 색깔이나 모양이나 그 윤기까지 빼어 닮았다. 누구는 밤의 유사품 내지는 짝퉁이라고 하는데…. 유사품도 아니고 짝퉁도 아니다. 칠엽수 고유의 열매이다. 다만, 보는 사람을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인터넷으로 조사하여 보니 영어로는 ‘말밤(horse nut)’ 이라고 부르는데 열매에는 독성이 있다고 한다. 먹지는 말고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이 자연을 가까이 하고 자연을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경지까지 나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칠엽수 열매를 보고 잠시 생각에 젖어 보았다.
2006-09-26 08:37오늘은 두 학교의 운동회를 참관하고 왔습니다. 먼저 간 학교는 충주댐아래 있는 동량초등학교입니다. 면소재지 학교인데 학생수가 90여명으로 축제분위기는 덜나지만 예전부터 초등학교에서 개최해온 전통적인 운동회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학교운영위원장과 면내 기관장, 관내학교장 등 내빈들이 많이 참석하였습니다. 푸른 가을 하늘에 펄럭이는 만국기는 어린이들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 같습니다. 빨간색 운동복을 갖추어 입은 어린이들 모습이 너무 귀여워보였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자모님들이 운동장가 나무그늘 아래 모여앉아 어린이들이 하는 운동경기를 구경하면서 즐거워합니다. 유치원 원아들이 달리기를 할 때는 어머니들이 소리를 지르며 자기 자녀를 응원합니다. 교문근처에는 장사꾼도 전을 펴고 어린이들을 유혹합니다. 마이크 소리는 조용한 면소재지를 울려 퍼지지만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습니다. 다음으로 찾아간 학교는 달천초등학교 매현 분교장입니다. 유일한 분교벽지학교입니다. 교문에는 “매산골 가을운동회”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음악소리가 다르게 느껴져 이상하다 했더니 이벤트사에 의뢰하여 가족잔치처럼 한마당 잔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17명이 운동회
2006-09-25 14:40필자가 학교에서 맡은 업무는 현장 체험학습이다. 우연히 대전광역시청에서 주관하는 각급학교 교감초청 환경기초시설 현장견학에 참석하게 되었다. 교감선생님의 출장으로 갑자기 연락을 받은 터라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체 대전시청에 가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무작정 떠나게 되었다. 3층에 있는 세미나실 입구에서 담당자가 출석체크를 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 아는 분들이 눈에 띄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평소에 아는 사람을 만나면 환경에 적응하기가 쉬워서인지 좀더 푸근함을 느껴본다. 오늘의 환경기초시설 현장견학 순서는 재활용업체를 방문하고 월평정수장 견학을 한 후 한밭수목원을 들러 점심을 먹고, 금고동 매립장과 신일동 소각장을 참관하고 시청으로 돌아온 후 해산을 하게 된다고 한다. 아마 이 일정으로 시간은 오후 다섯 시 반 정도 되어야 끝날 것 이라는 예상을 하였다. 대전광역시 초중고 교감선생님들을 38명씩 일정에 따라 2주일 동안 모든 학교가 참여 하에 실시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환경부장과 행정실장을 이와 같은 과정으로 실시하였으나, 교감선생님들이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각 학교에서 쓰레기 줄이기 실천하기가 더욱 용이하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에는 교감선생님을 대상으로…
2006-09-25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