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는 운동회를 5월 4일 학부모와 함께 했습니다. 운동회를 봄에 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소체육회행사로 등산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9월25일 전교생 69명과 선생님들이 명성황후가 피난을 와서 자주 올라 한양을 바라보며 망국의 한을 달랬다는 국망산(해발 770m)을 올랐습니다. 1학년 어린이들이 못 오를까봐 걱정을 했는데 더 잘 올라갔습니다. 우리고장에 있는 산이지만 국망산을 올라갔던 어린이는 4명뿐이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린이 세 명만 중간에서 쉬면서 기다렸고 65명이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국망산은 비탈이지고 험한 바위도 있어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위험한 곳도 있었지만 모두 잘 올라갔습니다. 올라갈 때는 숨도 차고 힘들었지만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뿌듯함이었습니다. 학년별로 모여 함성도 지르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발아래로 보이는 부근의 산들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우리학교가 보이는 마을을 바라보니 벼가 누렇게 익은 논에는 황금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었습니다. 우리고장이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산만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산이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2006-09-26 13:41"선생님, 선생님은 체포되었습니다." "엉, 무슨 체포?" "선생님은 산길을 타고 왔으니 지금 저희들과 학생부실로 가야겠습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도망치면 가중 처벌 됩니다." 아침 출근길에 있었던 한 장면이다. 날이 선선해지면서 난 산길을 타고 출근을 한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관계로 요즘은 걸어서 출근한다. 등산객이 많이 다니는 산길을 따라 오며 교문으로 바로 가는 것보다 조금 시간이 더 걸리지만 부러 산길을 택해 오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하루에 몇 번 아니 몇 분이나 흙을 밟을 기회가 있을까. 도로는 모두 아스팔트 아니면 시멘트로 포장되어 야외로 나가지 않으면 흙을 밟아보기는커녕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야 할 존재들이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흙으로부터 멀어졌다. 흙으로부터 멀어졌다는 것은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명의 상징처럼 우뚝우뚝 솟은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매일매일 지내다 보면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모른 채 숨가쁘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낸다. 내가 산길을 택해 출근과 퇴근을 하는 이유는 그 숨가쁜…
2006-09-26 13:21학교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과연 대부분 교육적인 것일까? 그렇다. 학생들은 교육을 받으며 미성숙한 인간에서 성숙한 인간으로 커가는 것이다. 학생들은 정식으로 교과를 배우면서, 즉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교과 선생님으로부터 교육과정을 배우며 커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표면적 교육과정이다. 이와 반대 개념의 잠재적 교육과정이 있다. 이것은 학교의 물리적 조건, 제도 및 행정적 조직, 사회 및 심리적 상황을 통하여 학교에서는 의도한 바 없으나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학생들이 은연중에 가지게 되는 경험을 말한다. 이 두 가지 중 사회생활을 하게 될 때 어떤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칠까? 잠재적 교육과정이다. 교육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표면적․잠재적 교육과정을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닌 상보적(相補的) 관계를 맺어 지도할 때 학생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약 10여년 전부터 학교 교실에 등장한 사물함(私物函). 글자 그대로 사적인 물건을 보관하는 함이다. 이것이 학생들에게 범죄의식을 잠재적으로 길러주고 있다면 믿을까? 웬 뚱딴지 같은 소리? 실상은 이렇다. 학생들은 그 사물함을 평상 시 자물통으로 잠궈 놓는다. 자기 물건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2006-09-26 11:14고3 진학실(또는 교무실)에 매일같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들. 그 중에서 하나씩 하나씩 풀어헤쳐 보면 이것저것 다양하다. 그런데 그 중에서 서울산업대학교 학보를 보다가 교양강좌에 “사회봉사”과목이 눈에 띠었다. 대학 교양 강좌에 진정한 사회봉사 정신을 길러 가기 위해 설강된 것이 신입학 학생들의 필수 과목으로 돼 있다고 한 글을 읽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봉사정신이 무엇인지 정말로 바로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고등학교에서 하는 봉사활동이 대학에 가기 위해 하는 울며 겨자 먹기식이라 일을 하는 학생도 신이 나지 않고 일을 시키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시간수를 메워주는 것 같아 양쪽이 다 씁쓸한 느낌을 받고 있지는 않는 지 의심스럽기만 할 때가 종종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1년에 20시간을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니 교내에서는 이것저것 일을 시킨다. 그래서 학생들은 20시간이 찰 때까지는 잘 하는 척 한다. 그러나 20시간이 넘었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는 스스로 하기를 꺼려한다. 봉사활동은 봉사정신보다 봉사점수를 위한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규정된 봉사활동이 학생들에게 진정한 봉사정신을 길러 주기 위해서 마련된 장치이다. 그러기에 이 정신을 잘 살
2006-09-26 11:09출근을 하자마자 달력을 보니 어느새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69일 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고3 학생들에겐 12년 동안 쌓은 형설의 공을 테스트 받아야하는 막중한 시험이다. 어찌 보면 인생이 송두리째 걸린 시험이기도 하다. 도시 아이들이야 학원이다 과외다 해서 공부할 곳도 갈 곳도 많지만 우리 시골아이들은 오로지 학교밖에 없다. 학교 선생님밖에 믿고 의지할 곳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 일부 여건이 되는 학생들은 방과후 단과학원에서 영어, 수학 위주의 과외 수업을 받지만 이것조차 안 되는 저소득층의 학생들은 집에서 부모님을 도와 노동으로 소일하는 편이다. 특히 서산·태안 지역은 생강과 감천배, 육쪽마늘의 주산지이기 때문에 일손이 많이 필요한 지역이라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공부보다는 집안 일 돕기를 더 바라는 분이 많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지역 주민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도 대도시에 비해서 많이 부족하다. 이렇듯 교육 여건이 열악한 시골의 인문계 고등학교가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든 주어진 여건 하에서 열과 성을 다해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 소위 세상에서 말하는 명문 대학에 많이 보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 주민들의 신망과 격려를 받을 수 있고, 좋은 교육 환
2006-09-26 11:07요즈음 우리 교육계는 여러 가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립형 사립학교, 방과 후 학교, 교원평가 등 산적한 문제로 교육부와 교사, 학부모, 교원단체들간에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다. 이는 우리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간의 진지한 상호의사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불신과 갈등의 결과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30개월 된 큰 아들 윤민, 학교(?)를 보내야 하나? 올해 큰 아들 윤민이가 드디어 학교, 아니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했다. 이제 30개월이 갓 넘은 아이를 남의 손에 보내려 하니 온 식구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가 또래의 아이들 속에서 잘 적응 여부의 문제에서부터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자꾸만 아빠의 엄마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여보 도대체 아이를 어디 어린이집에 보내야 될 지 모르겠어요.” “너무 고민하지 말고 집에서 가까운 곳 보내자구!” “집에서만 가깝다고 아이에게 좋을 까요…” “그러면….” “같이 한 번 몇 군데 둘러봐요. 시설이나 선생님, 그리고 식단 좀 보고 결정해요.” “몇 군데?” 아내는 아이를 어디를 보낼까 내심 오랫동안 고민해 왔었다. 물론
2006-09-26 11:07중국인 도행지 교장선생님 일화가 한 잡지 최근호에 실려 있어 전하고자 합니다. 교장선생님이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시며 이것저것을 보고계셨는데, 학교의 후미진 곳에서 어느 한 아이가 다른 한 아이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더랍니다. 그것도 돌로 머리를 찍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순간 당황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꾹 참고 아이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가해자인 학생에게 조용히 “교장실로 따라오너라.”하셨습니다. 교장실에 도착하고 보니 가해학생은 먼저 교장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이후에 어떻게 했을까요? 저는 큰 소리로 야단치거나, 아니면 가볍게 손찌검을 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교장선생님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주머니에서 사탕을 세개 꺼내더랍니다. “자, 이것은 너에게 주는 첫 번째 상이다. 내가 너에게 교장실로 따라 오라고 했을때 야단맞을줄 알면서도 먼저 와서 기다렸다. 그것에 대한 칭찬의 선물이다. 받아라.” 사탕을 엉겁결에 받아든 아이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몇 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움츠러들었었거든요. 그 다음에 교장선생님은 주머니에서 또 사탕을 하나 꺼냅니다. “이것은 너에게 주는 두 번째 상이다. 내가 너에게…
2006-09-26 10:40수능원서 접수 마감일 아침부터 연구부장과 3학년 부장선생님의 일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 각반 담임선생님의 철저한 점검이 있었지만 만에 하나라도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없애기 위하여 접수 전에 최종 확인 작업을 하는 연구부장의 얼굴이 진지하기까지 했다. 바로 그때였다. 올해 졸업한 한 제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심 반가움에 전화를 받자마자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래, 대학생활은 잘 하고 있니?" "선생님, 저 학교 휴학하고 재수하고 있어요." "재수라니? 그게 무슨 말이니? 그 과는 네가 원해서 간 것이 아니니?" "그런데 반 학기 다녀보니 도저히 적응을 못하겠어요. 그래서 다시 수능시험을 보려고요. 수능원서 마감 날짜가 언제까지 알려주세요." 학교를 잘 다니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녀석이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원서마감일인 오늘 전화를 하여 원서 마감 날짜가 언제인지 물어보는 녀석의 말에 어이가 없어 한동안 말을 잃었다. "OO아, 그런데 어떻게 하니? 오늘이 원서마감인데…." "네? 정말이에요?" 녀석은 믿어지지가 않는 듯 계속해서 물었다. 그리고 원서를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 재차 물었다. 제자에게 그 방법이…
2006-09-26 10:39작년 학년초 어느 날, 학교 교사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소란스럽던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 시간이다. 이따금씩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말소리와 아동들의 대답소리가 새어 나올 뿐이다. 그런데 한적한 모퉁이에서 혼자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을 발견했다. 그 학생은 인기척에 고개를 휙 돌리더니 활짝 웃는다. “선생님, 교감 선생님이지요?” 부임한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교감이라는 것을 아는 걸 보면 꽤 눈썰미가 있는 학생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3학년 동준(가명)이었다. 또래보다 몸집이 훨씬 컸다. 우량아 콘테스트에 나가면 입상이라도 할 것 같은 오동통한 체격이다. 믿음직스럽고 마음씨 좋은 인상이다. 순한 티가 묻어있다. 하얀 피부에 까까머리였다. “그래, 그런데 왜 교실에서 공부하지 않고 밖에 있니?” “공부하기 싫어요. 재미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 공부하기 재미없어도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할 일을 해야 하는 거야.” “교감 선생님 이름도 알아요. 이학구지요?” “와, 독똑하구나! 너처럼 내 이름을 아는 학생이 별로 없는데. 넌 대단하구나.” 내 칭찬에 동준이는 씨익 웃는다. 손을 잡고 교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동준이는 학습부적응아로 특
2006-09-26 10:32최근 교육부에서 교장 공모제와 관련된 시범학교 실시 운영을 공고했다. 교육 경력이 아직 일천한 교사로서 자못 이런 교육부의 정책이 과연 교육적인지 묻고 싶다. 너무나 일사천리로 많은 교육정책들이 쏟아져 나와서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마치 교육현장이 교육부 교육정책의 시험장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올바른 교육개혁을 염두하고 벌이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일선 학교의 수많은 선생님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교장 공모제와 관련된 일련의 교육부의 정책들은 과연 그 정책이 교육적인지의 여부부터 다시 한 번 점검 해볼 필요가 있으리라는 판단이 든다. 일선 학교 현장의 수많은 선생님들은 교사 승진제도의 폐해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교사가 아닌 수많은 외부인들이 일정 기간 학교 운영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그야말로 이 땅의 수많은 선생님들의 자존심과 전문성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한 번 교장 해 볼까! “해도 해도 너무하네. 이거 교사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 막말로 외부 용역을 불러다 학교를 맡기겠다는 거 아니야!” “이 참에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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