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잘거리던 학생들이 귀가한 조용한 교실에 갈색 가을의 낮은 햇빛이 유리창을 통과하여 바닥 마루판을 밝게 비춘다. 그 밝은 햇빛이 포근한 솜이불처럼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제부터는 햇빛이 그리워 양지쪽을 찾게 하는 계절이다. 등 쪽에 따뜻한 햇살을 쬐려고 학생용 낮은 의자를 옮겨 본다. 가을과 독서는 역시 잘 어울린다. 어제 읽던 책을 다시 펴 든다. 십수년전 얘기다. 그때의 나는 방과후엔 조용한 교실에서 미진한 학교·학급업무 처리를 하거나 소설책을 읽거나 아니면 동료교사들과 한담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에는 교실마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이었다. 도시에 있는 학교에 겨우 업무용으로 한 두 대의 컴퓨터가 있을 뿐이었다. 모든 업무는 수작업으로 처리하였고 수업의 교수-학습자료들도 거의가 아날로그였다. 그림이나 괘도, 오르간 또는 녹음기, 모형자료나 표본자료 등을 활용할 뿐 디지털 교수-학습자료는 생각조차 못했다. 개인용 컴퓨터가 교실마다 그렇게 빨리 보급되리라고는 생각 못했었다. 지금은 인터넷 세상이다. 인터넷이 마비되면 모든 일손을 정지하고 마냥 기다린다. 인터넷을 활용할 줄 모르면 업무 능력면에서 부진 상태를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의 무궁한…
2006-11-14 16:44특목고 경쟁률이 예사롭지 않다는 방송보도가 있었다. 입시에 논술과 구술의 반영 비율이 높아지면서 특목고 학생들이 입시에 유리해진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특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교육부에서 특목고 인허가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공교육이라고 수월성 교육을 배제할 수 없고, 시대적인 열망과 우수한 인재들을 조기 육성하겠다는 의도 등이 특목고의 발생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곧 현재 평준화 지향의 현행 공교육 제도와는 다분히 배치되는 대목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특목고가 가지는 여러 가지 매력들이 학부모들에게, 특히 우수한 아이들의 학부모들에게 상당한 구매력(?)을 가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특목고에 대한 열망이 과도해짐으로써 지자체마다 특목고를 유치하고, 심지어는 행정과 정치적인 수단과 방법까지 과용하려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교육적인 상황을 넘어 과도한 사교육비 양산과 양극화를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선생님, 특목고 가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되나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
2006-11-14 16:43높고 푸른 하늘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늦은 가을. 모처럼 초등학교 동기생부부가 가을 산행을 하기로 했다. 모두들 가을 억새를 찾아 유명산을 간다기에 우린 거꾸로 사람이 붐비지 않는 조용한 산행을 하기로 했다. 작은 산사가 있는, 어릴 적 추억이 담겨 있는 대운산을 택했다. 50여 년 전 그 기억들을 더듬으며, 어릴 적 한걸음에 내달리던 그 길을 따라 추억여행을, 어쩔 수 없이 어린 두 손주 녀석도 함께 했다. 길가엔 농부들의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들판의 황금색은 농부가 땀으로 빚어낸 또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힘들어하는 모습이지만 열심히 땀 흘리는 농부의 모습이, 구리 빛 피부가 건강하고 아름답다. 사람은 움직이고 열심히 활동하는데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바람결에 묻어나는 풀꽃들의 향기가 너무도 상큼하다. 길가엔 감나무들이 붉은 감을 주렁주렁 매단 채 우리를 반긴다. 가까이 손길이 닿는 자리지만 그대로 달려있다. 세상이 그렇게 야박하게 변했다지만 아직 시골에는 순수가 남아 있어 좋다. 손주 녀석이 “할아버지 감”하고 소리친다. 순간 ‘우리 어릴 적엔 감 서리해서 저걸 그냥 놓아두지 않았는데 말이야’ 하는 부끄러운 생각에 얼굴이 단풍잎처럼 화끈 달
2006-11-14 16:42수원제일중학교(교장 김영호) 등교길 교문풍경이다. 내년도 학생회장으로 4명이 출마하였는데 후보자와 운동원만이 선거운동에 한창이다. 기호와 성명, 선거 공약 알리기에 열심이다. 그러나 재학생들은 별 관심이 없는 듯 그냥 지나친다. 재학생들이 관심을 주지 않으니 선거운동원들도 어느새 열기가 시들해진다. 세상사가 모두 그러한가 보다. 후보자는 정정당당하게 자신을 알리고 재학생은 주인정신으로 후보자를 현명하게 선택하고…. 서로 관심을 갖고 호흡을 맞출 때 신이 나는 것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던가?
2006-11-14 10:17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총각선생님은 일찍 오셨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좋습니다. 수능 때만 되면 어찌 그리 아는지 이번 수능에도 한파가 닥친다고 하니 걱정이 됩니다. 마음도 몸도 떨고 있는 수능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날씨라도 따뜻했으면 합니다. 어제 야자시간은 피곤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저녁시간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책을 보니 잠이 저절로 옵니다. 완전 수면제입니다. 할 수 없이 잠을 쫓기 위해 메모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붓 가는 대로 거침없이 적어내려 갔습니다. 아직 집에 가야 할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그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컴퓨터를 켰습니다. 어제 저녁 ‘시시한 쾌락에 넘어가지 말라’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사람이 크다는 것은 꿈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그 꿈이 올바르다는 것입니다. 꿈이 큰 사람들은 자신을 지킬 줄 압니다. 시시한 쾌락에 자신을 맡기지 않습니다. 시시한 쾌락만큼 인간을 작게 만드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하지만 큰 꿈을 가지라든가 큰 사람이 되라고 강조는 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큰 사람은 아무나 하는 것이…
2006-11-14 08:57우리학교는 오후 3시 50분부터 4시 10분까지는 청소시간입니다. 1년 내내 똑같습니다. 청소시간이 되면 부드러운 음악이 나옵니다.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청소구역으로 가십니다. 청소시간이 즐겁습니다. 청소시간이 아름답습니다. 청소시간이 마음에 여유를 찾는 시간이니 좋습니다. 청소시간이 없으면 종일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하고 교무실에 앉아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얼마나 지겹고 따분하겠습니까? 우리학교 학생들은 청소를 참 잘하는 편입니다. 대부분 착합니다. 대부분 열심히 합니다. 대부분 자기 할 일을 잘 합니다. 여학생이라 그런지 몰라도 청소시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쉬면서 청소합니다. 그냥 음악 들으면서 청소합니다. 그냥 이야기하면서 청소합니다. 그냥 춤추며 청소합니다. 그냥 가볍게 청소합니다. 그래서 청소시간이 바로 고역의 시간이 아니고 기쁨의 시간입니다. 오늘 청소시간에 청소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담았습니다. 한 학생이 현관 앞 마당을 쓸고 있는 것을 담았습니다. 조례대를 쓸고 있는 학생들을 담았습니다. 분리수거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운동장 계단을 쓸고 있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음악실, 무용실에 들어가는 입구의 청소모습을 담았습니다.
2006-11-13 21:512008학년도 대입전형의 핵심 요소인 통합논술을 두고 교육현장뿐만 아니라 학부모 더 나아가 사회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통합논술이 ‘변형된 본고사’라는 주장과 함께 가뜩이나 내신과 수능 준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더 큰 부담을 얹어준 것은 물론이고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는 등 그야말로 교육 난맥에 휩싸여 있다. 일선 교사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수능이 끝난 뒤부터 예비 고3이 되는 2학년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불만섞인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통합논술을 통하여 구현해야 할 교육목표와 방안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 선발과 관련된 평가 기능에만 집중함으로써 학교를 더욱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의미있는 모임이 이뤄졌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전국 23개 대학 입학처장과 18개 고교 진학담당 교사로 구성된 ‘고교-대학간 대학입학관계자 상호협의회’ 출범식이 열렸다. 필자도 협의회 위원으로 위촉받아 교사 대표로 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다. 고교와 대학의 입학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전형
2006-11-13 21:51인연은 불교에서 인(因)과 연(緣)을 함께 부르는 말로 인은 결과를 산출하는 내적·직접적 원인이며, 연은 결과의 산출을 도와주는 외적·간접적 원인이다. 그럼 우리가 살아 가면서 어떤 인연이 가장 많은 시간이 흘러야 맺어지는 깊은 인연일까? 사람이 서로 옷깃 한번 스치는 것이 500겁(劫)의 인연이라고 한다. 그럼 1겁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 사방이 십리나 되는 바위가 있는데, 선녀가 1년에 한번씩 목욕하러 내려왔다가 올라갈 때 그 옷깃에 스쳐서 그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의 엄청난 시간이 1겁이라고 한다. 옷깃 한번 스치는 인연도 그냥 스치는 게 아니라는 뜻이며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적어도 옷깃 한번 스치는 인연도 귀하게 여긴다. 인연의 종류를 시간으로 나눠보면 1천겁의 인연은 한 나라에 태어나고 2천겁의 인연은 하루동안 길을 동행하며 6천겁은 하룻밤을 같이 자고 7천겁은 부부가 된다고 한다. 또 8천겁은 부모와 자식이 되고 9천겁은 형제자매가 되며 1만 겁이 지나야 드디어 스승과 제자가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세상에서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육신은 부모가 낳아 주지만 마음이 새로 눈을 뜨게 하는 데에는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하
2006-11-13 16:35한 제자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제자와 함께하는 자리는 다른 어떤 자리보다 순수하고 부담이 없어 좋다. 그래서 이런 초대를 앞둔 날이면 마냥 마음이 설렌다. 함께 초대된 분은 제자의 담임이었던 최 선생님, 그리고 지인인 강 선생님이었다. 음식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했던가? 과거 학교시절 이야기며, 또 세상 살아온 이야기, 또 살아갈 이야기 등 모처럼 모든 일들을 다 잊어버리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털어놓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특별한 제자 특별한 자리로 우리를 초대한 하 선생은 학성여중에 근무할 당시의 제자로 명문대 약대를 졸업하고, 본인의 적성를 고려하고 사회에 더 큰 봉사를 이바지하고자 의과대학에 진학해서 소아과를 전공한 후 개업의로 10년간 환자를 돌보다가, 다시 정신과 전문의 4년 과정을 거쳐 지금은 부산의 어느 정신과 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좀 별난, 그러나 특별한 제자와 함께하는 자리라 잘 못 먹는 술도 마시고, 서로 헤어지기 아쉬워 밤늦게까지 찻집에 들려 또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오랜만에 가져보는 편안한 시간이었다. 하 선생은 앞으로 울산 척과에 정신병원과 양로원을 세워 울산의 불우한 사람들
2006-11-13 14:06오늘도 어김없이 우리학교는 감동을 줍니다. 우리학교는 그야말로 감동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감동을 안겨주는 곳입니다. 저에게 감동을 줍니다. 선생님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학생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학부모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이웃주민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운동을 하러 오는 동네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줍니다. 감동은 유익을 줍니다. 감동은 용기를 줍니다. 감동은 자극을 줍니다. 감동은 활력을 불어넣어줍니다. 감동은 추위를 녹여 줍니다. 감동은 기쁨을 줍니다. 감동을 유쾌하게 합니다. 감동은 하루를 즐겁게 합니다. 감동은 불안을 없애 줍니다. 감동은 긴장을 풀어줍니다. 감동은 힘을 실어줍니다. 오늘 아침 자습시간에도 여러 감동의 장면을 보았습니다. 2층에 가니 두 학생과 한 선생님이 함께 빗자루로 쓸고 계십니다. 차가운 아침인데도 별로 더럽지 않은 데도 선생님께서 변함없이 학생과 함께 청소하는 모습이 감동되었습니다. 3학년실을 지나가니 예쁜 처녀선생님께서 컵라면을 자시고 있었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골마루를 지나가니 3학년 학생들이 2학년 학생들에게 줄 교과서와 문제지를 많이 내놓았습니다. ‘완전 새 것’, ‘쓸 만한 것’, ‘버릴 것’
2006-11-13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