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속도로 휴게소 남자용 공중 화장실 소변기 앞에 가면, 앞 벽면에 이렇게 적혀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 말고도 또 있습니다!” 소변을 볼 때 오줌 방울을 소변기 바깥으로 흘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코믹하게 나타낸 것이다. 의미가 적절하게 우회적으로 전달되도록 하여, 오줌 방울 다스리기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화장실 당국자의 의도를 재미있고도 간곡하게 전해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당부의 문장 속에는 남성중심의 인식이 기본 전제로서 들어 있다. 남자는 함부로 눈물을 흘려서는 아니 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이 문장은 의미가 자연스럽게 성립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조사해 보지는 않았지만 평균적인 한국의 남자들은 이 문구 앞에서 별다른 회의를 품지 않고 이 표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런 문화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위대하고, 그렇게 때문에 (여자처럼) 눈물이나 질질 짜대는 존재가 아니라는 남성 우월의 문화적 최면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체면이 중시되는 우리에게는 우는 것을 흉으로 인식하려는 태도가 있었다. 특히 남자에게는 이런 인식이 강요되었다. 예전부터 들어 온 말 가운데 누구나…
2008-09-01 09:00나라 이름이라고 변하지 않을쏘냐 올해 어린이날에 부산에 사는 동생 집에 놀러 갔더니 조카아이가 지구본을 선물 받았다고 자랑을 했다. 지구본 위에는 각 나라의 영토가 국경선을 따라 갖가지 색깔로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었고, 나라 이름과 큰 도시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는 무람없이 “어디 어디 좀 가리켜보렴”하고 어른 티를 냈고, 아이는 아이답게 내 앞에서 자신의 ‘대단한’ 지식을 뽐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이가 30년도 넘게 차이 나는 두 사람은 나라 이름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언어가 그러하듯이 나라 이름이라고 영원불변할 리는 없다. 지나간 역사를 조금만 떠올리더라도 나라 자체가 생기거나 없어지는 것은 물론 사정에 따라 나라 이름을 바꾸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만 해도 존재했던 소비에트연방이 몇 년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국경선이 끊임없이 변해왔던 것처럼 어떤 지역이나 나라를 가리키는 명칭도 역사적 필요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별 의문 없이 학교에서 가르쳐준 대로 국가의 명칭을 외우고 있지만, 그것은 ‘현재’라는 단서가 붙은 임시적이고 시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라 이름도 한국어다! 국
2008-09-01 09:00
오타 에미코 선생님의 특별한 미술 수업, 생각수업 송 선생님. 어찌 지내시는지요. 쳇바퀴 돌아가듯 이어지는 교직생활에 지쳐가거나 가끔 아이들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지는 않으신지.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이내 교실로 가는 발걸음을 스스로 조절하실 선생님이기에 멀리서도 웃음이 지어지곤 합니다. 그냥 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편히 읽다보면 마음 한 구석에 단단하게 잡히는 그 무엇인가를 느 낄 수 있는 그런 책, 생각수업(야마코토 미메 지음. 열음사) 이야기를 오늘은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도쿄 근교에 있는 사가미하라市 아사미조다이 중학교에는 특별한 미술실과 미술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학교 학생들이 거둔 미술적 성과는 물론이고 수업에 헌신을 다한 선생님의 이야기가 일본 전역에 큰 감동을 몰고 왔습니다. 오타 에미코 선생님이 담당하고 있는 미술실의 벽면은 선명한 색상의 그림들이 빽빽하고 철따라 바뀌는 화초들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오타 선생님의 배려 덕택입니다. 오타 선생님은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할 때 “안 돼”라고 하지 않고 “싫다”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을 ‘스스로 판단할 수
2008-09-01 09:00
멱쇠채 작은 섬 전체에 조그마한 들꽃들이 서로의 모습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앞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하는 5월이었습니다. 어느 날 해변을 가기 위해 산언덕을 내려가던 중 노랗고 큰 꽃 몇 송이가 탐스럽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보는 꽃이었는데 민들레도 아닌 것이 마치 원예종을 이곳에 옮겨 놓은 것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꽃 자체가 크고 아름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며칠을 고생해 알게 된 이름은 ‘멱쇠채’. 미역 모양의 잎을 먹을 수 있으나 조금 질긴 채소라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여러해살이풀이며 뿌리가 매우 굵고 잎은 뿌리목에서 모여나기 하고 잎 가장자리는 밋밋한 것이 특징입니다. 꽃 속 수술의 모양은 얼핏 보면 낚싯바늘들이 촘촘히 서 있는 것 같아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줍니다. 주로 중부 이북 지방에서 자라고 어린잎과 꽃줄기는 나물로도 먹을 수 있습니다. 아름답고 귀한 우리나라 자연의 식물자산 중 1품종이라고 해도 좋을 꽃 멱쇠채. 개인적으로는 이 꽃을 개량하여 원예종으로 발전시킨다면 어느 꽃보다 아름답고 새로운 품종으로 탄생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2008-09-01 09:00어린이와 청소년은 성장기이며 식습관이 형성되는 시기다. 이시기의 균형 잡힌 영양공급과 바른 식습관은 건강과 성장뿐 아니라 평생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생애주기 중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식생활은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2005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초·중·고등학생의 경우 탄산음료, 라면, 아이스크림, 주스류가 다소비 식품 20위 내에 있으며 라면, 스낵과자, 비스킷, 아이스크림이 주요 에너지 급원식품과 주요 지방 급원식품 10위 내로 영양을 골고루 갖춘 음식보다는 편리성·기능성을 중시하는 인스턴트식품, 가공식품, 패스트푸드를 선호, 이들 식품을 과잉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등학생부터 육류 섭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과일, 우유 등의 간식보다는 과자, 빵, 라면,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 고당, 고지방, 고나트륨 간식 비율이 50%를 초과하고 있어 소아비만 유병률이 10~14세 때 가장 높아 17.9%에 달하고 있다. 반면에 우유가 다소비 식품 2위임에도 칼슘 섭취는 초등학생은 권장섭취량의 68.7%, 중·고등학생은 55.4%에 불과하여 섭취 부족 상
2008-09-01 09:00“체임벌린과 달라디에, 1938년 뮌헨에서 단호한 태도를 취해 히틀러의 슈테덴 병합 야욕을 꺾다.” 물론 뮌헨회담은 정반대의 드라마로 끝났고, 연합국의 자유 수호 의지를 과소평가한 히틀러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을 도발했다. 히틀러의 체코슬로바키아 점령 계획 1938년 3월 오스트리아 병합에 성공한 히틀러와 그의 참모들은 동년 5월에 체코슬로바키아 점령을 계획했고, 우선 독일계 3백만 명이 거주하던 슈테덴을 병합하려 했다. 당시의 체코는 동맹국 프랑스의 군사원조에 의지했다. 역시 동맹관계에 있던 소련도 체코의 방위를 위해 필요할 경우 영·불과 협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 무렵 소련은 거의 무시되었다. 히틀러는 줄곧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병합을 요구했다. 그렇듯 독일의 체코침공이 임박한 듯했으나 영국도 프랑스도 체코를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사실 양국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독일과의 전쟁을 피하려 했다. 9월 22일 체임벌린은 독일 고데스부르크에서 히틀러를 만났지만 그의 강경한 요구만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히틀러는 체코인들에게 9월 28일까지 슈테덴에서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체임벌린은 히틀러의 주장을 수용하려 했지만 체코는 물론 영국 내각과 프랑스는
2008-09-01 09:00
여름이다. 교실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축 쳐진 채 엎드려 있다. 몇몇 아이들은 아예 의자에 누워 잠을 청한 아이도 있다. 10분간의 그 짧은 시간을 아이들은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엎드리고 누워 있는 아이들을 깨우다 보면 목소리 톤은 올라가고 그 목소리에 아이들은 눈을 비비며 인상을 찌푸리기도 한다. 잠자는 데 왜 귀찮게 깨웠느냐는 표정이다. “어이, 예쁜이! 예쁜 얼굴 인상 쓰면 미워지잖아. 웃어야지~. 그렇지, 웃으니까 예쁘잖아.” 교실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수업이 시작된다. 오늘은 김현승의 ‘눈물’과 관련해 발표를 하는 시간이다. 수업에 앞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슬펐던 경험을 시로 써 오라고 숙제를 내 주었다. ‘눈물’이라는 시가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노래한 시라 그런 숙제를 내줬는데 생각지도 않게 교실을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렸다. 아이들도 자신이 쓴 글을 읽다가 눈물을 흘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많은 아이들이 사소한(?) 아픔을 시로 써왔는데 몇몇 아이들은 가슴 속에 그리움으로 묻어두었던 슬픔과 아픔을 시로 써왔다. 한 아이의 시를 보자. 열아홉 / 꽃다울 때 / 그 꽃이 / 꽃을 맺어 꽃 위에 /
2008-09-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