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우리의 말과 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하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자를 익숙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느낄 정도로 한자어와 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어 우리 글이 위축될 정도다. 게다가 요즘은 세계화 바람 탓인지 우리 글을 잘못 사용하거나 어법에 맞지 않는 글을 쓰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면 앞날이 걱정되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국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점점 희박해져 간다. 초등학교 국어 책에는 온통 외국말로 된 간판으로 가득한 이 나라에 온 세종대왕께서 `이 나라는 내 나라가 아니구나'라며 쓸쓸히 돌아서는 그림을 싣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는 단원이 있을 정도다. 한글의 우수성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이런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적어도 동음이의어의 경우처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글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한자나 영어가 아닌 우리 글을 잘 알고 쓰는 일이 자랑스럽다는 것을 몸으로 가르쳐야 한다. 한자를 잘 하고 영어를 잘 하는 일이 결국 국력을 신장시켜 우리말과 글이 세계에 널리 쓰이도록 만드는 일임을 가르쳐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2000-08-07 00:00강덕식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장·경북대 교수 교육부의 국립대학 발전계획안이 발표되고 7월 28일 공청회가 개최됐다. 교육부는 이 안에 대해 8월10일까지 대학별로 의견수렴을 거쳐 8월 중순 교육부 안으로 확정하고 8월중에 국무회의에 상정하여 국립대학발전계획을 확정한다고 한다. 한 학기의 강의가 끝나고 차분히 다음 학기를 준비하여야할 대학가에 또 다시 일파만파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이 계획안은 `발전'계획이라는 이름을 달고 기존의 구조조정 정책의 단순 경제논리와는 다소 차원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그 취지 자체에 이의를 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립대학에서 국가정책적으로 필요한 분야의 인적 자원개발을 하도록 지원하고 학문의 균형발전을 위한 기초·보호 학문분야를 육성토록 하며 지역 고등교육의 질적·양적 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 대해 누가 반대할 것인가.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론에 들어가면 국립대학의 근본 위상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들로 가득 차 있다. 우선 대학 총장을 교육부가 공모하여 책임운영 시키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관료적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임운영기관이란 기본적인 목표의 달성을 전제로 그 기관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조직운영방식이다. 그러나…
2000-08-07 00:00최근 새교위는 대학원 수준에서 중등교원을 준비시키는 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많은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득보다는 실이 더 커서 결국은 또다른 혼란과 낭비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들어 새교위 안의 문제점을 분석해 본다. 첫째, '교원전문대학원'안에는 교직 지원자의 수익률 저하 문제 해소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장기적으로는 교사의 질이 떨어지는 정반대의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학부 수준에서 교사교육을 마치고 교사가 되어도 비용-효과면에서 다른 전문직종에 훨씬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대학원 수준에서 교원교육을 실시할 경우 그 수익률은 더욱 떨어지게 될 것이고, 수익률이 떨어지면 지원자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을 막기 어렵다. 따라서 학위 수준에 걸맞는 교사 급여 체계 도입, 준비 비용 감소를 위한 지원금 마련 등 교직 지원자의 수익률을 유지시키는 보완책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이 안은 초등교사를 다시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로 내모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교원을 양성한다'는 취지를 중등교사로 국한하고 있는 것은 초등교직을 이해하지 못한 소치이다. 경영학자인 드럭커(
2000-08-07 00:00지방교육자치제하에서 교육감의 위치는 시 도의 교육 학예에 관한 사무를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최고의 집행권자이다. 초 중등교육, 사회교육, 과학 기술교육, 학교의 설 폐 및 교육과정 운영, 학교체육 보건, 학예 등을 책임지는 지방교육의 총수이다.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개칭되고 장관이 부총리로 승격되면 교육감 역시 지방의 인적자원개발에 관한 사항을 총괄 조정하는 업무를 담당해야 할 것이며, 그 위상도 현재보다는 크게 격상될 것이다. 최근에 서울 등 4개 시 도에서 교육감 선거가 있었다. 교육감 선출은 지방교육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처음에는 교육위원이 선출하였다. 학교운영위원회제도가 도입된 후에는 학교운영위원회 대표와 일부의 교원대표가 선출하였으나 이번에는 학교운영위원 전체가 투표인단으로 참여해서 선출하였다. 주민참여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종전의 선출방식보다는 진일보한 느낌이다. 현재의 방식은 1차 투표에서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하되, 과반수를 얻은 자가 없을 때는 득표순위 1, 2위자에 대하여 결선투표를 실시해 최고 득표자를 당선자로 하도록 되어있다. 지금까지 선거가 실시된 4개 지역 모두에서 결선투표를 실시하여 당선자를 확정하였는데 1차투표는 물
2000-08-07 00:00최근 교육부가 제2외국어 학생 선택 확대방안을 금년 2학기부터 도입·운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탁상행정과 졸속정책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우선 제2외국어 학생선택 확대방안의 적용시점이 부적절하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그 적용시점은 학기중간이 아닌 학년초로 잡았어야 했다. 교육부가 제2외국어 학생 선택 확대방안을 시달하면서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기본 체제가 흔들리지 않는 범위안에서 추진토록 권장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정책추진의 무리를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학기 중에 과목이 변경되면, 학급편성과 담임교사 배정을 새로 해야 하고,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연이어 수정해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상식 밖의 조치라 교육부가 금년 2학기부터 학생들이 제2외국어 교과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한 배경을 놓고 갖가지 억측이 일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사회적으로 민원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하나 과연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이 이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기에 제2외국어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것인지 납득이 안돼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더욱이 제2외국어 학생 선택 확대방침은 섣부르게 도입될 경우 일본어 교과에 대한 편중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전에 별도의 대책을 강
2000-08-07 00:00교정의 살구나무가 막 꽃망울을 터뜨린 봄날 오후. 3학년 체육시간에 나는 배구장에서 서브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배구 수업이 세 번째 시간이라 학생들이 서브를 넣은 공은 파란 하늘을 높이 날아 네트를 가볍게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유독 한 아이의 공은 매번 네트 근처에도 못 가고 힘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민영이는 전혀 힘을 가하지 못하고 공에다 겨우 손만 갖다 대고 있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높였다. "더 힘껏 쳐야지. 이렇게 해봐. 왜 안돼" 나는 그렇게 쉬운 동작도 못하는 것이 이상하기만 했다. 그러자 민영이는 "공까지 손이 가질 않아요. 저…선생님, 저는 오른팔과 손을 쓰지 못해요…"라며 겸연쩍게 말했다. 그리고는 힘없이 늘어진 오른팔을 몸의 반동으로 흔들어 겨우 손을 공에 갖다대는 동작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오늘까지 세 시간 동안 그렇게 애쓰며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당황했지만 애써 진정하며 말했다. "미리 얘기를 했어야지…" 세 시간 동안 아이가 어떤 생각으로 수업을 받았을 지 가슴이 메었다. 못하겠다는 말도 없이 장애를 배려해주지 못한 나를 원망하기보다 내 수업방식에 맞춰 불편한 자신의 손을 적
2000-07-24 00:00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자식을 잃고 난 후의 그리움과 고통을 표현한 정지용의 `유리창'이란 시의 일부분이다. 두툼한 여행배낭을 메고 밝은 웃음과 들뜬 표정으로 현관에서 떠나 보냈을 소중한 자식을 검게 타버린 시신으로 맞이한 부모들의 오열하는 모습을 아침신문에서 보면서 내 가슴속에 눈물처럼 떠올려진 시이다. 꿈을 펴지도 못한 채 떠나간 18명의 어린 생명들. 그리고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과 한을 평생 안고 살아갈지도 모르는 부모들의 심정을 겪어보지 않고는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과 학창시절의 추억을 함께 하던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겪을 마음의 상처를 누가 치유해줄 수 있겠는가. 언제까지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잘못된 관행과 도덕적 불감증에 희생되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아침 통학 길에 성수대교붕괴로 꽃다운 나이로 숨진 한 여고생의 책상에 놓였던 친구들의 편지와 국화꽃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씨랜드 참사로 사랑하는 자식의 혼을 한국에 덧없이 뿌리고는 국적마저 버리고 먼 이국 땅으로 가버린 부모의 뒷모습이 그리 먼 이야기가 아
2000-07-24 00:00얼마전 대통령 자문기구인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자립형사립고의 설립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전인적인 교육으로 다양한 인재를 길러낸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문과 학벌주의로 점철된 우리 사회를 인성과 능력이 인정받는 사회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일종이다. 그러나 취지는 좋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시기상조라고 본다. 우선 대학의 선발자율권이 보장돼 있지 않다. 그리고 명문학교 지상주의가 아직도 팽배해 있다. 이런 상태에서 자립형사립고는 엘리트 교육과 명문입학생 배출소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교육부도 2003년까지 연기한다고 밝힌바 있다. 자립형사립고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립형사립고가 명문대학을 가기 위한 통로로 이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무시험전형과 함께 대학의 선발자율권이 동시에 보장돼야 한다. 각 대학이 다양한 전형방법으로 신입생을 뽑을 수 있을 때 자립형사립고의 올바른 운영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명문지상주의와 학벌위주의 사회풍토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2000-07-24 00:00남북 정상회담 이후 일선 교육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남북간의 정치적 상황과 학교에서의 지도내용 간에 괴리가 온 까닭이다. 지금까지 학교의 통일교육은 어른들이 갖고 있는 반목과, 분노심, 적개심만 강요하여 북한을 괴뢰나 원수로 각인시키고 북한의 이미지를 뿔 달린 괴물, 거지왕국, 옥수수 죽, 누더기 옷으로 정형화하는 흠집내기식 교육이었을 뿐 북한의 실상을 바로 볼 기회를 주지 못했다. 남북 정상이 포옹하던 시간 우리의 교실에선 반공 웅변대회가 열려 북괴 김정일 타도가 메아리 쳤으며 합의사항이 발표될 때 학교에선 저마다 호국보훈의 달 행사로 반공 글짓기, 그림 그리기, 표어 포스터 만들기와 6.25 격전지 답사활동 등이 이루어졌다. 그 와중에 어떤 교사들은 급진전하는 남북의 상황과 학습 지도안의 지도목표 사이에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그 상황은 아직도 해제되지 않았다. 학생들도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바로 이점에서 교사들의 적극적인 상황대처가 필요하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융통성과 재량권을 가지고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해야 할 것이다. 교과서에 의존하지 않고 지도 내용을 조정, 대치, 보완, 추가 배열하
2000-07-24 00:00최근에도 학부모가 학생의 잘못을 지적한 여교사를 폭행하고 수업을 방해한 사건이 있었다. 어떻게 임신한 여교사를 아이들 앞에서 때린 수 있는가. 이렇듯 교권이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교육개혁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학생을 꾸짖는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육체적, 정신적 위협을 받고 있다. 인터넷상에 교사와 학교를 비방하는 사이트가 생겨나고 학부모들의 고발과 폭행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상급기관이나 기관장은 교사들의 고충을 이해하기보다 사건을 무마하는데 신경을 쓰며 교사에게 인간적인 교육을 하라고 명령만 내릴 뿐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타의의 무사안일에 빠져 있다. 소신껏 지도하기보다는 학생, 학부모와 말썽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교사가 움직이지 않는 학교는 죽은 학교일 뿐이다. 겉으로는 잘 돌아가는 것 같지만 고름이 터지듯 그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 사회에 곧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교권을 강화해야 한다. 교칙을 어기고 교사를 비방하거나 폭행을 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평생 불이익을 주는 법을 제정하고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학교를 고발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교칙과 질서를 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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