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첫날 우리 아이들 여섯을 만났습니다. 들어서 옮겨주지 않으면 꼼짝도 못하는 아이들 여섯을 만났습니다. 어떤 아이는 웃음을 머금고 어떤 아이는 울음을 머금고 어떤 아이는 아무런 표정 없이 그렇게 만났습니다. 그렇게 만난지 석달이 되었는데 한 아이가 가버리고 다섯만 남았습니다. 서럽고 서러워서...누가 손가락만 대도 쏟아질것만 같은 눈을 하고 있습니다.우리반 지체장애 1급 아이들만 모여 있습니다. 둘은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말을 합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둘은 밥을 보면 밥을 달라고 손짓과 눈빛은로 표현합니다. 그게 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소변훈련 시킨다고 엉덩이를 때리며 화장실을 가리키라고 소리를 질러대도 내가슴으로 파고드는 정말 사랑스런 아이들입니다. 이가 흔들려 뽑아야 할때 보건 교사가 이를 잡고 흔들면 나는 차마 볼 수 없어 문밖에 나갑니다. 무서워서 서러워서 울고 있는 아이 앞에 나타나면 엄마소리 밖에 못하는 아이가 양손을 벌리며 '어마' 하고 달려드는 표현을 합니다. 달려가 꼭 안아주면 가슴속으로 한없이 파고드는 모습이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날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 은정이가 갔습니다. 식사지도 한다고 내…
2007-03-17 08:22생동감이 넘치는 춘삼월호시절, 긴 동면에서 부스스 잠을 깨어 기지개를 켜는 자연의 모습이 싱그럽다. 쏘옥 머리를 내미는 새싹이나 꽃망울 잎망울이 통통하게 부풀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흐릿했던 상록수의 녹색들도 진해지고, 거칠게 메말랐던 나무줄기들도 촉촉한 물기가 번지는 듯하다. 해마다 3월이 되면 움츠렸던 학교가 기지개를 켠다. 2월의 을씨년스런 날씨만큼이나 풀기 없던 학교에도 생기가 돋는다. 자는 듯 조용하던 교정에는 어린 새싹들이 활짝 웃으면서 재잘거린다. 1년의 시작은 1월이지만 학년도의 시작은 춘삼월이다. 학생들은 한 학년씩 진급하여 새로운 담임교사를 만나고,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교과서를 가지고 새로운 마음을 다짐하면서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교사들은 새로운 제자들을 만나고,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학교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새 식구들을 맞아 새로운 교육의 요람이 된다. 모두가 금년 한 해 농사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학교는 자라나는 인간에게 절대 필요한 공간이다. 인류가 만든 그 많은 문명들 중에서 가장 중추적이고 핵심적인 지식과 정서와 가치와 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다.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
2007-03-16 19:46어제 조금 내린 비로 인해 퇴근할 때 보니 차가 흙탕물로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하늘에 얼마나 먼지가 많으면 이와 같을까? 퇴근하고 난 후 동네 셀프 세차장에서 손수 세차를 했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또 보슬비가 내립니다. 다시 해야 하나 어쩌나 하고 망설이게 됩니다. 비가 안 오는 것보다 몇 배 낫지만 오는 김에 좀더 많이 왔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날씨만큼이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게 바로 교문 입구에 주민들이 버려다 놓은 쓰레기 봉지입니다. 그곳은 쓰레기 버리는 곳이 아닌데도 왜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매일 쌓아놓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출근할 때마다 마음을 어둡게 합니다. 주민들이 자기 집 앞에 쓰레기 봉지를 모아놓았다가 청소차가 오면 가져가도록 해야 할 것인데 그것이 냄새나고 지저분하다고 학교 앞에 갔다 놓으면 어떻게 됩니까? 개개인의 건강만 생각하고 자기 집 주위의 환경만 깨끗하면 됩니까? 1,200명의 학생과 교직원들의 건강은 중요하지 않고 학교 주변의 환경은 지저분해도 된다는 말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온갖 더러운 냄새도 나고 파리, 모기들이 우글거릴 텐데 그래도 좋
2007-03-16 09:53봄꽃이 겨우내 얼었던 흙을 비집고 올라오고, 눈꽃을 가슴에 안고 인내하던 나무들도 꽃망울을 터트립니다. 잠시 꽃샘추위로 움츠러들던 아이들도 날이 풀리면서 활기차게 움직입니다.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기는 한데 그 웃음 속에 아픔을 안고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침 시간. 교실에 들어서자 한 아이가 눈을 발갛게 한 채 눈물을 훔치고 있습니다. 분위기로 보거나 아이의 성격을 보거나 누구와 다툰 것 같지 않은데 울고 있어 일단 분위기를 터트려봤습니다. "야, 누가 이쁜 가을(가명)일 울린 거야. 누가 때렸어?" "아름(가명)이가요. 아름이가 막 때렸어요." 아이들이 책을 보고 있던 아름이 이름을 대면서 웃습니다. 엉뚱하게 가을일 때린 사람이 된 아름인 멀뚱멀뚱하게 "저 아니에요?" 하며 날 바라봅니다. 그런 표정에 울고 있던 가을이도 미소를 짓습니다. 아이들에게 전달할 사항을 전달하고 가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눈이 발개진 채 가을인 또 울먹입니다. "가을아, 너 무슨 일 있니. 눈이 발개지도록 왜 울어?" "아니에요, 그냥요." "정말? 아닌 것 같은데…, 말해봐 선생님이 도와줄 것 같으면 도와줄게." 그러자 한참을 뜸들이던 가을인 의외의 대답을 합니다
2007-03-15 22:46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경기도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다. 학생 구성원들은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기능을 연마하여 사회에서 우수한 기능인으로 사회에 진출하겠다는 결심을 갖고 입학한다. 하지만 지원하는 학생이 대부분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저조한 학업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업계 학교에 진학한 경우가 적지 않다. 3월이 되면, 봄 햇살처럼 밝은 얼굴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학업 성적이 저조하여 실업계에 진학했다는 자괴감 탓인지 아직도 그들의 가슴에 선명하게 금이 가 있다. 또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자신의 꿈을 한 겹 접은 채 힘겨운 생활을 하는 학생도 의외로 많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어두운 표정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학기초에 실업계 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그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일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학업에 대한 목표와 동기를 분명하게 세워주는 일이기도 하다. 첫 단추를 잘 끼어야 옷매무새를 바른 옷을입을 수 있는 것처럼, 신입생 때부터 자신의 생애를 계획하고 그에 대한 꿈나무를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이런 친구들에게 용기와 희망를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은신문이나 방송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소개하는 일이다.
2007-03-15 14:27오늘 아침은 비가 올 듯한 날씨입니다. 흐린 날씨이지만 아침 뉴스는 밝은 날씨 못지않은 좋은 뉴스가 있었습니다. 아침 방송을 듣는 중에 두 가지가 특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안동 용계 은행나무의 상실작업으로 죽어가던 나무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수백 년이 된 귀하고 가치 있는 은행나무가 죽어가고 있었지만 전문가의 정성스런 상실작업으로 다시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기뻤습니다. 우리 선생님들도 한 학생 한 학생이 귀하고 가치가 있기에 도저히 가망이 없고 희망이 없어보이는 학생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지도하면 다시 생기를 얻어 아주 값지고 가치 있는 학생으로 다시 쑥쑥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산수유축제 소식이었습니다. 축제 자체도 좋은 소식이지만 우리가 봄을 맞이하고 있지만 노란 산수유를 잘 볼 수 없는데 따뜻한 온도로 열흘 먼저 개화하여 온 국민에게 노란 웃음을 선사하여 주니 얼마나 좋습니까? 학교에 와서 어느 신문을 보니 박지성(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유럽의 별’로 떴다라는 제목이 있어 기사를 읽어보니 박지성은 14일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유럽
2007-03-15 09:36아침 교무회의가막 끝날 무렵이었다. 손전화로 한 학생의 다급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0섭인데요. 지금 차비가 없어서 학교를 못가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되요?” "선생님! 깨워주는 사람이 없어서 늦잠을 잤어요.늦게 등교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 종종 겪는 일 중에 하나다. 맞벌이 부모님께서 일찍 직장에 출근하다보니 자녀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경우이거나 혹은 부모님께서 자녀와 함께살지 않는 경우다. 문제는학생의 부모님이 이혼했거나 사별하여부모이 따뜻한사랑을 경험하지못하는 학생들이다. 우리반의 경우, 절반 이상이 한부모 가정이다.부모가 실직이나 퇴직등으로 인해 자녀와 떨어져 사는경우도 있고, 부모의 따뜻한 돌봄을 받기보다는연로하신 조부모가 양육하는 학생이 4명이나 된다.그러다 보니 아침 식사를 거르고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이참으로 많다. 요즘도 경제 상황이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이다. IMF 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하다는 말을 듣곤한다. 이런 경제 위기가 부모들을 거리로 내몰았고 자녀들과함께대화를 나누는행복한 삶을 빼앗아버렸다.아직도 직업이 없이거리를 방황하는 우리들의 부모들이 참 많다. 학교의 현실은 참으로 심각하다. 가정이 흔들리면 학교가
2007-03-14 21:43아직도 날씨가 차갑습니다. 그렇지만 목련은 겁을 내지 않고 봄을 알리고 있습니다. 출근을하면서 우리학교 담 너머에 피어있는 목련을 보니 대견스럽습니다. 밤새 추위에 시달린 듯 목련꽃이 약간 시달린 모습이지만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목련꽃이 봄을 알리는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었습니다. 이맘때면 꽃을 샘하며 죽이기까지 하려고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다른 봄꽃들은 일단은 추위는 피하고 보자 하면서 고개를 내밀 준비를 하지 않지만 목련꽃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목련꽃! 그 꽃이 전보다 아름답게 느껴지고 귀하게 느껴지고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평생을 살면서 목련꽃을 그렇게 귀여워하지 않았는데 이제 생각이 달라집니다. 자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어떠한 환경에도 굴복하지도 않고 좌절하지도 않는 그 목련을 이제 사랑하렵니다. 오래 기억에 남기고 싶습니다.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목련꽃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렵니다. 비록 빛이 약간 바랜 듯한 느낌을 받았어도 은근히 좋아집니다. 약간의 하얀 빛이 떨어지는 그 흔적이 고난을 이겨낸 증표 아니겠습니까? 추위를 이겨낸 결과 아니겠습니까? 어려운
2007-03-14 10:265년전 특수학교에 첫발을 내딛었었다. 두려움과 떨림, 그리고 한번도 접하지 않았던 1급 장애아들 7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은 믿지 못하겠다는 학부모님과 대면했을때 속으로 얼마나 주눅이 들었는지 모른다. 5년이 지난 지난 2월 졸업식 우리반 어머니들은 쇼핑백과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작 자기 아이들 졸업식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내앞에 몰려들어 서로가 은밀한 눈웃음을 지며 쇼핑백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교육경력 18면 10개월만에 처음 받아보는 감사패였다. "산오름반 학부모일동" 이라고 씌여진 감사패를 받아든 순간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손가락 하나 까닥이지 못하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똥오줌 받아내면서도 즐거웠다. 걸음을 걷게 하기 위해 하기싫다고 울어대는 아이들 붙들고 1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30분씩 땀을 흘리며 실랑이를 버린것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경련성 경기를 하루에 몇번씩 하는 아이를 붙들고 가슴이 메어져 울었던 적도 많았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내며 서럽고 서러움에 가슴을 태운적도 있었다. 너무나 심한 장애로 죽을 넘기는것도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며 이렇게 건강을 주심에 감사
2007-03-14 10:23오늘 아침도 여전히 싸늘합니다. 밖에서 선생님들이 활동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싸늘한 날씨인데도 교문에는 학생부장 선생님을 위시하여 학생부 선생님들께서 생활지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청소도구가 있는 창고에서는 환경부장 선생님께서 세 분 선생님에게 청소도구를 나눠주고 계셨습니다. 8시 반에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여러 학생들은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면 인사를 너무 잘합니다. 너무 착합니다. 너무 귀엽습니다. 말없이 열심히 청소하는 학생도 보였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이 있기에 학교 안팎이 깨끗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교실마다 담임선생님께서 8시 30분부터 전원 입실하여 자습지도를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정말 보기 좋습니다. 우리 반 학생들을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아침부터 공부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그 모습은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 반 골마루에는 두 여학생이 꿇어앉아 있었습니다. 그래도 착해서 지나가니 인사를 합니다. 이런 학생들을 바르게 잘 자라도록 사람됨 교육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기쁨을 느낍니다. 어제 오후 수업이 다 끝난 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결의대회가 우리학교 운동장에서 전교생이 모인 가운
2007-03-13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