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환산(고리산)에 오르면서 바라봤던 추소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0월 19일, 청주삼백리와 대전옛생돌 회원들이 추소리 주변의 대청호를 답사한다기에 급한 일 제쳐두고 따라 나섰다. 4번 국도에서 경부고속도로 굴다리를 빠져나와 추소리 방향으로 접어들면 굽잇길 사이로 나타나는 호반 풍경이 아름답다. 추소리는 부수머니(부소), 절골(사곡), 추동, 서낭댕이로 구성된 제법 큰 마을이었다는데 대부분 대청댐으로 수몰된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그래서 아름드리 느티나무, 쉼터인 정자, 돌로 쌓은 성황당이 길가의 언덕에서 맞이하는 추소리 서낭당마을의 풍경에 정감이 느껴진다. 90년대 초, TV 다큐멘터리로도 소개되었다는 추소리는 자기를 알리는 방법도 다른 마을과 다르다. 나지막한 표석에 작은 문패가 걸려있는 마을 입구의 모습이 동화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단풍이 곱게 물든 높은 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마을 옆 밭둑의 감나무에 붉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열매를 매달고 있는 고욤나무나 느티나무의 고목에 새알처럼 모여 있는 버섯도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마을 앞으로는 금강의 지류인 소옥천이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2008-11-01 10:51지난 10월 하순, 전교생이 가을 나들이를 갔습니다. 에너지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영광 원자력발전소를 견학하고 영광 가마미 해수욕장의 바닷가에서 놀이도 하였지요. 아이들과 함께 가을 소풍을 가는 버스에서 바라본 벼논은 해님이 빗질하고 바람이 가위질을 했는지 단발머리 소녀처럼 이발한 벼들이 단정하게 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누구 하나 삐죽이 나오지 않고 키를 맞추어 서서 평등 세상을 노래하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어쩌다 삐죽이 얼굴을 내민 녀석은 농부의 손길에서 살아남은 피 뿐이었습니다. 해마다 보아왔던 벼논의 풍경이 새롭게 보여서 놀랐습니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보다 새로운 시각을 갖는데 있다.' 고 한 프루스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추수를 끝내지 않은 벼논은 한결같이 같은 키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이발을 시켜 놓은 것처럼! 문득 세상의 아이들도 저렇게 공평하고 곱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모두 함께 성취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희망을 품은 것입니다. 세상의 어떤 아이도 가정환경이나 외모, 재능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 저렇게 대우받으며 함께 기뻐하고 어울리며사는 세상. 세상에
2008-11-01 10:50
연일 이어지는 2학기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에 지원한 모든 아이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마다 발표일이 달라 불합격으로 인한 후유증이 수능 시험을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아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수시모집 제도에 대한 모순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내신이 상위권인 우리 반의 한 여학생의 경우, 수도권에 소재한 대학 3곳에 지원하여 1개 대학은 1단계에서 떨어지고 다행히 2개 대학은 1단계에 합격하여 지난 10월 초 2단계 전형인 심층면접과 논술을 위해 대학에 다녀왔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그 아이는 최근 격일로 발표한 두 대학 모두 떨어져 거기에 따른 충격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연이은 낙방에 그 아이는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듯 공부를 게을리하였으며 심지어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불참도 없었던 야간자율학습을 최근 들어 자주 불참하곤 한다. 짐작하건대 그 아이는 수시 불합격으로 시험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듯했다. 더욱 큰 문제는 2학기 수시모집을 준비(심층면접, 논술 등)하는데 모든 시간을 할애한 까닦에 수능을 위한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2008-11-01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