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오랜만에 커텐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전망이 너무 좋습니다. 16층이고앞동이 가리지 않아 하늘이 다 보입니다. 문수산이 다 보입니다. 고속도로가 보입니다. 24호 국도가 보입니다. 강이 보입니다. 논이 보입니다. 동네가 보입니다. 그러니 정말 좋은 곳에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수산을 바라보니 참 좋습니다.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었습니다.푸른 하늘을 이고 있었습니다. 삼중, 사중의 겹겹이 앉아 있는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보이는 산보다 멀리 보이는 산이 더 좋아 보입니다. 더 깊이가 있어 보입니다. 더 무게가 있어 보입니다. 더 점잖아 보입니다. 더 인격이 있어 보입니다. 하늘과 더 가까이 있습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제일 큰형님입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회장님입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사장님입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웃어른입니다. 항상 제일 뒤에 있는 산이 선생님입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감독입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연출가입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선배입니다. 산들이 앉은 모양도 어찌나 예쁜지 감탄을 하게 됩니
2007-04-08 08:07오늘은 놀토는 아니지만 저에게는 엄청난 유익이 있었습니다. 오후에 일찍 퇴근하여 푹 쉴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세차를 할 시간이 없어 미뤄오다 동네에 있는 손세차 하는 곳에 가서 군복무 중인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니 더 없이 즐겁습니다. 차도 깨끗해 좋고 서로 바빠 대화할 기회도 없었는데 잠시나마 대화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무엇을 해나 하나 말했더니 아들은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하라고 하네요. 아들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TV를 보고 있어 TV 보는 게 중요하냐고 말을 던지기고 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이라고 하네요. 전에는 주말이면 주말연속극을 즐겨 보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그것 보는 것 자체가 시간이 아까운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무엇을 하나 망설이다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어 메모를 하기로 하고 지금 글을 쓰고 있습니다. 교육은 오종경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종경기는 승마(마술),펜싱, 사격 수영,크로스컨트리(육상)의 5가지 종목을 겨루어, 각 종목의 정해진 계산법으로 득점을 내어 그 종합적으로 성적을 겨루는 경기 아닙니까? 이 중…
2007-04-07 20:58교장으로 취임한지 1개월이 지났다. 4년 6개월 전문직 생활을 끝내고 학교들뜬마음으로 현장에 돌아왔다.학교는 아이들이 있어서 좋았다. 교정을 가득메운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소리와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새싹들의 힘찬 숨결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교직에 첫발령을 받을때 벅찬 가슴만큼 교장취임도 설래임으로 시작했다. 교장으로서 새로운 다짐들을 하나하나씩 생각하면서 ‘내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상식이 통하는 일을 해보자’고 재다짐 했다. 선생님들의 환영 박수와 꽃다발에 교장임을 새삼 느끼게 했다. 교장실! 교육청 방과 비교도 되지 않는가? 이렇게 큰 방이...... ‘그래도 이젠 교장이 잖아. 그것도 대통령이 준 임명장인데.....’ 첫날은 취임식, 입학식 등으로 교장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한 하루를 보냈다. 그 다음날 교장실을 들어온 옆반 선생님. “교장선생님! 아이들이 뛰어서 죄송해요. 다음부턴 잘 지도할께요.” “선생님 괜찮아요. 아이들은 뛰면서 자라잖아요. 전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모습 오히려 좋아요, 뛰는 모습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느껴요.” 하루 종일 분주한 선생들을 모습에서 “선생님, 힘드시지요? 천천히 하세요.” 란 말을 만나는 선
2007-04-07 13:16오늘은 놀토가 아니지만 기분이 참 좋습니다. 보통 때보다 차량도 절반 가량 줄어 출근하기가 쉬운데다 하늘은 너무 맑고 푸르러 함께 푸른 웃음을 머금게 됩니다. 이런 날을 고대하기 위해 봄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이런 날을 맞기 위해 황사도 참았는지 모릅니다. 이런 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꽃샘추위도 참았는지 모릅니다. 연하게 푸른 하늘이 꼭 새순 같이 연하고 푸릅니다. 실오라기처럼 보이는 구름도 연하게 동화되어 있습니다. 우리학교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동대산도 푸른 기운을 안고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토요일입니다. 정말 푸른 토요일입니다. 오늘 출근길에 눈에 뜨이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푸른 잎이 파란 하늘을 향해 이고 있는 나무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그 뒤에는 개나리꽃이 반 이상 떨어지고 푸른 새순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에는 절정을 이루며 만개한 하얀 벚꽃이 화려한 노래를 부르며 기쁨의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벚꽃이 맨 앞에서 모양을 내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때를 아는지 푸르름에 앞자리를 양보하고 뒤에서 자리를 지키며 마지막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개나리는 역시 시대에 부응할 줄 아는 아름다움을 지녔습니다. 노란 꽃잎을 더 이상 자랑
2007-04-07 13:15다시 봄이 성큼 다가왔다. 우리는 겨우내 추위에 떨면서 따뜻한 봄을 기다린다. 희망의 봄, 사랑의 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봄을 칭송하며 봄이 어서 오기를 고대한다. 매스컴이 저 남쪽지방의 봄소식이라도 전하면 더 조바심을 내며 빨리 봄이 북상하여 우리 집 마당까지, 우리 동네 들녘에까지 당도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그렇게 아름다운 봄은 얼른 우리 곁으로 오지 않는다. 왜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던 찬란한 봄이 얼른 오지 않는 걸까. 혹시 우리가 어떤 착각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 사춘기 소년이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며 밤잠을 설치듯이 우리도 봄에 대하여 일종의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가. 멀리 남쪽 지방 어느 곳에 유채꽃이 만발했다고 했을 때, 3월 며칠쯤 벚꽃이 피기 시작할 것이라는 화신이라도 접하면 우리는 열심히 그 환상적인 봄을 머릿속에 그려보게 된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봄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무런 제약 없이 그려보는 봄의 정경 속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고 바람 한 점 없이 고운 봄날 마당에, 울타리에, 도로변에 온갖 꽃들이 만발하여 낙원을 이루고 있다. 산에는 진달래가 울긋불긋 장관을 이루
2007-04-07 07:19'무자격 교장 공모제'가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이틀 후그 통과와는 상관 없이 수원교육청에서는 초·중·고 교장 회의가 열렸다. 회의 자료만도 무려 4가지![사진 참조]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희망 수원교육, 중학교 교장회의 자료'(42쪽 분량), '학교 혁신 세부 추진계획'(36쪽), '초·중·고 학생 성폭력, 학교폭력, 체벌근절을 위한 초·중·고등학교장 회의자료'(8쪽),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희망 수원교육 BRAIN UP! 수원교육 2007 기본 계획[수원 중등 학력향상 계획서](6쪽 분량). 하나하나 읽어보니 그냥 가볍게 넘길 것이 없다. 중요한 내용들이다. 교단에서 잔뼈가 굵은 교육경력 30년 이상의 교장도 이것을 다 해내려면 힘에 부친다. 그러나 책임을 지고 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참여정부에서는 무자격자에게 맡기려 한다. 교육을 망치려 하는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교육의 근본, 본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교육이 살아나는 지도 모르고, 무조건 시행착오를 범하려 한다. 교육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수 십년 걸린다. 시행착오의 실수를 되돌
2007-04-07 07:18며칠 전, 학교에서 휴대전화의 폐해가 심각하다며 대전시의 중ㆍ고등학교 교장들이 ‘휴대전화 안 가져오기 운동’을 벌이겠다는 결의대회를 열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러자 바로 편을 나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므로 당연히 막아야 한다는 의견과 학생들의 의사에 상관없이 강제로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우려로 나뉜다. 교원들에게는 학생들에게 면학분위기를 조성해야줘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휴대전화 안 가져오기 운동’이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인권침해 요소와도 상충한다는 게 문제다. 전화사용을 막기 위한 수업 중의 휴대전화 수거를 학생들이 제대로 지켜준다면 이런 얘기가 나올 리도 만무하다. 그렇게 매스컴에서까지 강조하는데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한 학생들이 해마다 적발되는 것을 보면 실태가 어떤지 짐작이 간다. 오죽하면 일부학교에서는 시험기간 중에만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다. 이런 조치가 대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여러 학교에서 시행 중이고 2004년 5월에는 창원에서 발생한 속칭 ‘왕따 동영상’ 사건으로 교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
2007-04-06 17:21우리 선생님들은 정말 요즘 너무 바쁩니다. 정신없이 바쁩니다. 교무부장 선생님께서는 선생님들이 오후 7시 반이 되었는데도 대부분 퇴근을 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바쁩니다. 어제 오후 서울에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서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저의 딸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말미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정신이 없다’고 하더군요. 며칠 전에는 식당 질서지도로 인해 입이 밥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합니다. 하루는 환경미화를 한다고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다고 하며 또 어떤 하루는 일기검사를 한다고 학교에 남아있다고 하고 또 하루는 장학사님 오신다고 해서 수업 준비한다고 남아있다고 하더군요. 또 어제 저의 고모상으로 인해 부산 영락공원 빈소에 갔었는데 거기에는 형님, 형수를 비롯하여 우리 교육가족이 거의 다 모였습니다. 생질부(甥姪婦)도 초등학교에 근무하는데 퇴근하는 길에 두 딸과 함께 빈소에 오신 누님께 왔습니다. 그 동안 할머니와 함께 잘 놀던 두 아이는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품에 안기며 그 때부터 어머니를 못살게 굴었습니다. 학교에서 너무 힘들게 생활하다 왔는데 또 집에 와서도 애들에게
2007-04-06 10:22공부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공부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다. 공부는 사소하고 작은 것이다. 이 경구 같은 말은 요새 내가 종종 교육현장에서 느끼게 되는 깨달음이다. 저 화려한 놀이공원, 저 현란한 텔레비전 쇼에 비하여 공부가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가. 조용히 책상에 앉아 이리저리 생각에 몰두하며 앉아있는 모습은 초라해 보이고 궁상맞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거기엔 작은 겨자씨 하나가 하늘을 덮을 만큼 큰 나무로 자라나듯 무한한 희망의 씨앗이 내재하여 있는 것이다. 나는 일본말을 모른다. 꽤 오래 전에 일본말을 배워보려고 기초일본어 교재를 구입해서 조금 본 일이 있다. 그때 언뜻 눈에 띈 단어가 하나 있었다. 바로 `지식`이라는 일본말인데 무엇인가를 잘게 쪼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설명이었다. 지금은 그 단어마저 잃어버린 상태인데 그 설명만은 오래 되었어도 잊지 않고 가끔 생각나 수긍을 하게 된다. 원자니 반도체니 광통신이니 나노기술이니 하는 첨단 기술이 모두 끝없이 작고 정교하게 쪼개는 것이 아닌가. 수백만 분의 일의 오차도 없이 정밀을 요하는 것이 아닌가. 지식, 즉 무엇을 알아가는 과정은 이렇게 작고 정밀한 것을 향하여 나
2007-04-05 16:39오늘은 금년 들어 가장 하늘이 맑고 밝은 날인 것 같습니다. 구름 한 점 없고 티없이 맑은 날입니다. 수정 같이 맑고 고운 하늘입니다. 오늘이 알고 보니 우리나라 24절기의 하나인 청명입니다. 글자 그대로 청명한 날입니다. 음력 3월인 청명은 보통 식목일과 겹치는데 오늘이 그러합니다. 청명 보통 한식 하루 전날이거나 한식과 같은 날이 되는데 이번에는 한식 하루 앞날입니다. 오늘과 같이 날씨가 맑고 밝은 청명일을 기해 농부들은 봄일을 시작하는 날 아닙니까? 씨앗도 뿌리고 나무도 심고 논밭도 갈아붙이고 농기구 손질도 시작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때 농부와 같이 우리 선생님들은 교육농사에 대한 다듬질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이제는 바깥 정비도 어느 정도 끝이 났습니다. 안에도 많은 손질을 했습니다. 도서실도, 과학실도, 컴퓨터실도, 음악실도, 가사실도, 각종 특별실에도 열심히 정비하고 손질을 하고 깨끗하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농부가 농가에서 논밭을 갈아붙이고 농기구 손질을 하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교실환경을 꾸미고 유리창을 청소하고 교실바닥을 깨끗하게 하며 거울을 손질하며 각종 과학실험도구를 손질하며 컴퓨터를 점검하는 것을 보면서 지혜로운 농
2007-04-05 0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