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앙인사위원회는 ‘공무원 여비규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마련,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방공무원제도를 관장하는 행정자치부도 중앙인사위원회의 시행내용을 검토한 뒤 따라 할 예정이다. 이를테면 모든 공무원에게 ‘개정안’이 적용되는 셈이다. 중앙인사위원회가 공무원 여비제도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개정안의 골자는 신용카드 사용이다. 현재 공무원 출장여비는 실제 소요액과 상관없이 법령에 정해진 금액을 사전 지급해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사후에 별도의 정산절차도 없다. 이러다보니 출장 일수와 인원을 과장하거나 실제로는 출장을 가지않았으면서도 여비를 청구하는 등의 비리가 발생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직원 출장비를 통한 비자금 사용이 적발되었다. 또 근무일수 절반 이상을 출장처리한 학교장이 있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중앙인사위원회의 개정안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탁상행정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는 좋은데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개정안인 것이다. 가령 국내 출장비의 신용카드 사용을 예로 들어보자. 개정안은 국내출장의 경우 숙박비와 운임 등을 사전에 지급하지…
2007-08-24 17:36보름 전쯤에 초임지에서 6학년 담임을 했던 50대 초반의 제자들이 모임 을 갖는다고 하면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오래전부터 모임을 해오면서 한번도 모시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예를 갖추어 환영하니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끼면서도 세월은 속일 수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어려보이기만 했던 제자들이었는데 중년이 넘어 이제는 같이 늙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할머니가 된 제자도 두 명이나 있었다. 동문체육대회를 주관하던 해 대부분 만난적은 있어도 졸업 후 처음 얼굴을 보는 제자도 있었다. 저녁식사가 시작되면서 초등학교 어린시절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아이들 키운 이야기, 동창들 살아가는 이야기, 고향이야기 등 화제의 꽃이 만발하였다. 재미있는 제자의 재담에 박장대소를 하며 한참 이야기가 진행 되다가 대선 이야기까지 나왔다. 오는 12월 19일 있는 대선에 충청북도 교육감 선거도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더니 “선생님 ! 교육감 선거도 우리가 해요?” 하며 놀라는 분위기다. 대통령 선거 때 교육감도 뽑는다는 것을 아는 제자는 한명도 없었다. 대부분 자녀들이 고등학교까지 졸업하였고 대학생인데 교육감을 우리가 어떻게 선택하느냐고 난감해 하는 기색이 보인다. 직선제
2007-08-24 17:36며칠 전 어느 백일장대회에 다녀왔다. 물론 글 깨나 쓰는 학생들에게 입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 때는 마침 쉬는 토요일이었고, 지역도 가는데만 내 차로 2시간 반쯤 걸리는 곳이었다. 시작시간이 오전 9시라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다. 처음 길도 마다않고 가까스로 백일장대회장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09시 10분이었다. 늦었지 싶어 접수 확인 후 곧바로 식장으로 들어가 시작을 기다렸다. 서둘러 온 것과 상관없이 개회식은 그 곳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도착하고나서야 시작되었다. 30분쯤 지난 후였다. 여러 명의 축사 외에도 수십 명의 문인 소개가 이어졌다. 평론가인 나로서도 알 만한 이름이 2~3명뿐이었으니 학생들에겐 오죽할까 하는 이른바 문인소개였다. 마침내 글제가 발표되는 순간에도 엉뚱한 변죽이 그칠 줄 몰랐다. 백일장 참가자들로 볼 때는 쓸데없는 축사며 문인소개로 보낸 시간이 얼마인데, 정작 글짓기 시간은 2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이의를 달아 2시간 20분간으로 글쓰는 시간을 벌었지만,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백일장대회였다. 정작 분통이 터진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문인소개와는 달리 지도교사…
2007-08-24 17:35최근 우리나라 출판계에는 소위 ‘래핑 책(wrapping book, 랩으로 아무나 펼쳐 볼 수 없도록 책을 싼 것)’이 많이 나오고 있다. 래핑 책(wrapping book)은 책의 상태를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고, 또한 타인의 지적 자산이 대가없이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래핑 책(wrapping book)은 연예인의 누드 화보집 등에 제한적으로 나온 것 같다. 일정한 돈을 내지 않으면 볼 수 없도록 랩으로 싸서 포장한 것이다. 만약 이를 일반 책과 같이 랩으로 싸지 않고 판다면 이를 공짜로 보기 위하여 서점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서점으로서는 실속 없이 분주할 뿐 이익을 실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또 하나의 이유는 자유롭게 개방되었을 경우 미성년자에게 미칠 수 있는 정서상의 해악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랩으로 포장된 화보집을 볼 때마다 그 속에 담긴 내용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더욱 증가되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그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것으로 그 또한 판매 전략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일반 책도 랩으로 포장하여 판매대에 내놓고 있다.…
2007-08-24 15:214학년 학생 이상은 매년 대부분의 학교에서 2박 3일 일정의 수련회를 다녀옵니다. 프로그램은 수련회 측에서 제공한 내용 중 선정하고, 지도는 강사들에게 일임하는 것이 아주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회장 선거가 끝난 3월초 임원 수련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학부모들도 참관하니 장소만 빌리고, 학생 지도 전문가인 교사가 프로그램 진행하는 것을 원하셨습니다. 젊은 부장과 담당자에게 이야기하니 강사 보다 잘할 자신도 없으며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합니다. 할 수없이 교장선생님께 1박 2일 중 학부모가 참관하는 2~3시간만 교사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조정하였습니다. 3월 초라 바쁜 관계로 잊고 있다가 행사 하루 전날 물어보니 대책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급히 12명의 부장 및 담당자를 소집하여 교사가 진행하여야 할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협의하였습니다. 임원으로서 리더쉽도 기르고 흥미도 있어야 되는데 누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1시간 넘게 이야기 했습니다. 내용에 대하여서는 의견을 내나 진행자 선정에서는 준비할 시간이 없기에 모두가 두 손을 들었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교장 선생님께 1학기는 수련회 측에 일임하고 2학기에는 준비를 철저히 하겠
2007-08-24 14:57오늘 평생 한번 있는 뜻깊은 날이다. 8월 20일, 인사발표에 따라 도교육청에서 대통령 명의의 교장 임명장과 발령통지서를 수여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제 교직의 꽃인 학교 CEO,학교장이 되는 것이다. 06:00 기상 후 목욕재계. 아침식사 후 곤색 양복을 입는다. 흰 와이셔츠에얼마 전 구입한 최신유행의 넥타이를 고른다. 튀지 않는 양복과 넥타이를 고른 것이다. 한교닷컴과 짱짱뉴스 덕분으로공인이 되어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아내가 방금 다려준 셔츠를 입으니 목 뒤가 따끈따끈하다. 중등교육과에 들르니 장학담당 장학관님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신다. 중등교육과장님은 "학교장의 능력을 발휘하여 특성화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신다. 장학관님은 '보이기 위한 교육'을 하지 말고 '교육 본질 추구'에 힘쓰라고 충고하신다. 대강당으로 가니 승진, 전직하는 교장과 장학관들의 상호 축하 인사가 한창이다. 부임지를 서로 묻고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고 25-30년 이상을 교직에 몸바쳐 온 것이 아닌가? 산전수전 다 치르고 단맛쓴맛도 어느 정도 맛보았다. 이번 9월 1일자 208명이 단상에 올라가 교육감님으로부터 직접 임명장과 발령통지서를 수여 받았다
2007-08-24 14:33리포터는 두 세차례에 걸쳐 학교의 냉방문제를 e-리포터 코너를 통해 제기한 바 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필요이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학교현장의 분위기는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냉방시설'이라는 데에 특별한 이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난방문제는 어느정도 해결이 되었다고 본다. 학생들이 추위에 떨면서 공부하는 풍경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냉방문제는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학교는 냉방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본다. 최소한 요즈음의 폭염에서는 가장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선학교장에게 단축수업이나 임시휴교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지만, 학교장들은 쉽게 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 '내가 제일먼저 나서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 대부분의 교장선생님들 이야기다. 즉 남들이 하면 나도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우기 임시휴교나 단축수업을 했을경우 나중에 수업일수와 수업시수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학생들과 교사들은 무더위와 싸우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2007-08-24 08:39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우문을 굳이 던질 필요는 없지만, 교직에 몸담고 있는 현장 교사로서 자꾸만 교육에 대한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요즘 학생들을 보면서 지나간 세대에 대한 향수에서 나오는 어설픈 질문일까? 아니면 참된 교육자가 되고파서 자신이 정한 잣대에 교육이라는 단어를 꿰맞추기 때문일까? 이런 저런 향수가 시야를 스쳐가는 것은 그래도 교단을 지켜가는 가련한 한 교사로서의 몸부림이 아닐까 싶다. 양심의 소리가 멀어져 가고 옛 도덕이라는 틀조차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래도 교단에서만이라도 희미한 양심의 소리를 통한 양식있는 사고인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바른 교육자의 소신이 아닐까? 교육자는 바른 교육을 통해 바른 소리를 듣는데 있어야 “교육이 어렵다” “자식을 기르기 어렵다”라는 말을 말로만 들으면서 커 왔던 지난날의 일들을 돌이켜 보면, 정작 교단은 누구의 소리에 의해 누구에게 소리를 전하는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이 언뜻언뜻 든다. 사실 현장 교사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의도로 하는 말은 아니다. 교사이기에 그리고 한 해 두 해 세월을 보내는 입장에서 교육이라
2007-08-23 15:52갑자기 거동을 할 수 없게 된 어머니가 청주 효성병원에 입원한 날이 7월 18일이다. 그때부터 절망에서 희망으로, 희망에서 절망으로 희비가 교차되는 나날이었다. MRI 촬영으로 척추관협착증이라는 병명을 알아내고, 걸을 수 있다는 희망에 어머니가 수술을 원하고, 관절염약 남용으로 생기는 부작용 때문에 마취과에서 수술을 반대하고, 몸 상태가 좋을 때를 기다려 수술을 했으나 회복이 되지 않아 사경을 헤매고, 기적적으로 소생을 해 일반병실에서 생활하게 되고, 문병 온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걸을 수 있다는 꿈에 부풀고, 폐렴 등 합병증이 발생해 다시 중환자실로 옮기는 일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어머니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지푸라기라도 짚고 싶은 심정이었다. 중환자실에서의 아픈 추억을 자주 말씀하셨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머니에게는 소생해 다시 일반병실로 갈 수 있다는 희망마저 욕심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그런 희망마저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를 중환자실로 모시고 하루만인 8월 21일에는 우연찮게 만감이 교차하는 일들을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더 슬프고, 더 안타까운 날이었다. 아침 면회시간에 어머니는 자꾸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헛소리를 하시는 어
2007-08-23 15:51한여름의 더위를 의연하게 이겨낸 은행나무. - 우리학교 교목이다. 오늘 새벽에는 이불을 끌어다 덮을 정도로 날씨가 선선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뽀송뽀송한 감촉이 좋아 한동안이불을 껴안고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잠자리를 즐기다 그만 늦잠을 자고야 말았습니다. 처서의 늦더위가 까마귀 대가리를 벗길 정도로 기승을 부려도 어느새 가을은 우리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서는 모양입니다. 과일이 익어 가는 달콤한 냄새와 억새가 시들어 가는 상큼한 풀 냄새가 열려진 창틈으로 미세하게 풍겨옵니다. 그동안 교정의 벚나무를 아지트 삼아 쓰-름, 쓰-름 힘차게 울어 젖히던 매미소리도 오늘 아침엔 어쩐지 힘을 잃은 것 같습니다. 진입로의 베고니아는 선홍빛의 꽃잎과 잎사귀가 한결 짙어졌습니다. 학교 주변의 옷가게에는 벌써 가을 상품이 입하되었다는 전단지가 나붙고 책상 위 캘린더에는 추석연휴를 나타내는 붉은 글씨가 점점 선명해지는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방학 내내 한여름 뙤약볕아래 호박잎처럼 축축 늘어져있던 아이들도 다시 생기를 되찾기 시작합니다.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과학동과 음악실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옵니다. 아침을 행복하게 열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입니다. 선생님들도
2007-08-23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