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탐험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존 고다드(John Goddard)는 열다섯 살 되던 해 127개의 꿈(dream list)을 기록하였다. 그 꿈 가운데는 ‘보이 스카우트 가입’, ‘세익스피어의 작품 읽기’ 등과 같이 비교적 실천하기 쉬운 것도 있고, ‘낙하산 점프’, ‘비행기 조종법 배우기’와 같은 스릴 넘치는 것도 있었다. 또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심이 담긴 ‘달나라 여행’, ‘에베레스트 등정’, ‘아마존강 탐험’ 같은 결코 쉽지 않은 목표들도 있었다. 그리고 40년 후, 1972년 미국의 시사 포토뉴스 매거진 라이프지에는 존 고다드(John Goddard)가 ‘꿈을 성취한 미국인’으로 크게 소개된 바 있다. 당시 그는 127개의 목표 가운데 104개의 꿈을 이루었다. 그의 꿈 가운데에는 ‘21세기에도 살아 있는 것’도 있는데 지금도 여든 살이 훨씬 넘은 나이이지만 그 동안 못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존 고다드(John Goddard)가 꿈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그가 ‘꿈을 성취한 사나이’가 되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그만큼 자신의 의지를 불태우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3%의 명확하고 장기적인 목표가 있는
2008-04-01 08:50회의는 길면 길수록 좋다. 앉아만 있는 것으로 대단한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맘편히 졸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회의에서 당신의 임무는 아이디어가 별볼일 없을 때 가끔 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다음 회의에서 또 그 이슈가 도마 위에 오르도록만 하면 된다. 무슨 수를 쓰던 간에 회의에 참석하라. 안그러면 하루종일 실무에 시달려야 할 테니까. 프랭크아도란티가 쓴 “조직이 가르쳐주지 않는 승진의 비밀”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귀다. 그래서일까? 좋은 배경에 운까지 좋아 초고속으로 승진한 관리자일수록 회의를 엄청 좋아하고 회의시간을 길게 늘여 자기 자랑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회의시간은 늘 기준시간의 두 배를 넘기기가 일쑤이다. 교사들에게는 길고 긴 지루한 회의가 아이러니하게도 관리자에게는 대단한 홍보거리가 된다. “우리학교의 선생님들은 이렇게 열심히 학교발전을 위해 머리에 머리를 맞대고 퇴근시간을 넘겨가며 회의에 회의를 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작 교사들은 회의 내내 교실에서 하다말고 온 일거리에 대해, 그것을 처리하고 가려면 오늘도 밤하늘을 보면서 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에 쥐가나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정례직원회의 시간을 퇴근 한시간
2008-03-31 11:343월은 물오름달. 산과 들에 물이 올라 4월의 잎새달을 불러들이는 달이다. 자연은 새순을 틔우느라 바쁘고 학교는 새학기를 시작하느라 바쁘고... 특히 교사들은 새집 단장하랴 새아이들 맞아들이랴 새업무에 익숙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달이다. 화단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는지, 북향화인 목련의 꽃봉오리가 북쪽을 향해있는지 눈길한번 줄틈 없이 동동거리는 달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야 교사들의 본업이자 사명이니까 억소리나게 바쁘다해도 댓거리할 꺼리가 못된다. 하지만 3월 한 달 내내 환경정리에 목을 매야하는 그런 시간적 투자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시대가 아날로그에서 멀티미디어시대로 바뀌었어도 환경정리만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반 없다. 오리고 찢고 너덜너덜 붙이고 하다가 시간 다 보내는 그런 3월이라는데는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학교의 코팅기는 불티가 나고 교사들의 손에서는 가위와 풀이 떠날 때가 없다. 학교에서 지급되는 아주 기본적인 재료들을 이용해 앞쪽 게시판부터 시작해서 옆벽면을 지나 뒤편 게시판까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탓이다. 쉬운일 같아 보이지만 이름표 하나 만들고 코팅하고 오리고 붙이고 하는 일은 거의 한나절을 잡아먹을 정
2008-03-31 10:54존경하는 일선의 교장․교감 선생님들께. 개학식과 입학식을 치르면서 희망찬 새 학년도 새 출발의 닻을 올린 것이 어제 같은데 어느 새 삼월의 끝자락입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그리움에 부푼 처녀의 젖가슴처럼 금세라도 터질 듯 꽃망울 부풀어 오른다 싶더니 벌써 한 잎 두 잎 시들어 지고 있는 목련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덧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다 볼 틈조차 없이 무언가에 쫒기 듯이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란 것이, 어쩌면 짧은 봄밤의 꿈처럼 피었다가는 홀연히 지고 마는 저 꽃잎 같다는 생각에 그만 숙연해지는 마음 한 구석 소리 없이 찾아드는 쓸쓸함을 벗 삼아서, 안타까운 우리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잠시나마 함께 걱정해 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의 굴레를 걸머지고 계시는 교장․교감 선생님. 학교 경영하시기가 너무 힘드시죠? 공교육 무용론이 공공연히 들먹여질 정도로 학교가 불신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시고자 하는 일 어느 한 가지도 쉽지 않으실 줄 압니다. 급변하는 세계사의 조류 속에서 나름의 철학과 비전으로 시대의 흐름을 바르게 읽어내어 그에 합당한 교육목표와 실행계획을 세우는 일이 그러하고, 투입
2008-03-31 00:48신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매년 반복되는 잡무(雜務)지만 담임으로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부서별로 요구하는 것을 제시간, 날짜에 맞추고자 교사의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하물며 어떤 선생님은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 담임 업무로 지친다며 넋두리를 늘어놓곤 한다. 그러다 보니, 빨리 이뤄져야 할 아이들과의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올 해에 맡은 아이들은 지금까지 가르쳐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실력조차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한 터라 상담 시기를 앞당겨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학기 초, 어떤 아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망설인 적도 있었다. 2009학년도 대학입학전형계획과 대학별 입시 요강이 발표됨에 따라 벌써 고3인 아이들의 마음은 대학 진학에 대한 근심으로 불안하다. 일부 아이들은 가고자 하는 대학의 정보와 학과를 꼼꼼하게 챙기기도 하지만 아직 대학을 결정하지 못한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내려와 상담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 12일에 치러진 전국연합모의고사 결과에 적지 않게 실망을 한 대부분 아이들은
2008-03-28 19:04아침 8시, 봄 기운이 완연한 교정을 지나 교실에 들어서면 조용한 교실에서 나를 기다리는 봄꽃들이 인사를 합니다. 밤 사이 꽃대를 쑥쑥 올리며 아쉬운 3월을 붙잡기라도 할듯 내 발길을 당기는 작은 꽃들에게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선사합니다. 잠시후면 학교 버스에서 내려 교실로 들어선 아이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아침 독서를 시작합니다. 이제 20여 일을 함께 살아온 2학년 어린 아이들이지만 담임 선생님의 취향을 눈치챘는지 아침이면 독서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나도 그런 아이들과 함께 독서하는 봄날 아침의 행복을 누리고 싶어서 서둘러 출근을 합니다. 우리 반 아침 풍경 아침마다 달려가는 내 교실 거기엔 음악과 다섯 아이들 숨소리 그리고 사랑스런 봄 아가씨가 운동장 가득 봄 냄새를 안고 서 있지요. 큰 바위 얼굴로 서 있는 월출산 아지랑이 아롱대는 봄날 아침, 아이들과 함께 시집을 읽는 기쁨을, 몰입하는 즐거움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나는 바람난 봄 가시내가 됩니다. 오늘이 참 소중해서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활짝 핀 목련화와 샛노란 수선화, 작은 왕관을 쓴 것처럼 여린 꽃망울을 달고 서 있는 산수유 한 그루를 들여다보고 아이들과 함께 꽃들에게 편지를 썼지
2008-03-28 19:03올해는 월요일인 3월 3일에 초등학교 입학식을 한 학교가 많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입학식에 엄마의 손을 잡고 자기가 다닐 학교 교문을 들어 설 때 부모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초등학교 입학의 설렘을 경험하는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여선생님들은 근무하는 학교 시업식과 입학식이 있고 새 학년 새 담임선생님을 기다리는 아이들 때문에 사랑스러운 자기자녀 입학식엔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입학식에 참석하거나 직장에 늦게 출근하면서 아빠가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필자의 외손녀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초등학교 교사인 딸도 1학년을 맡아서 사위가 회사에 늦게 출근하며 딸아이의 입학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내 자녀나 가족보다는 직장이 우선이다. 여러 명의 남의 자식을 맡아 가르쳐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넘기기에는 마음 한구석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된다. 그뿐이 아니다. 소풍 날, 운동회 날, 학예발표회 날, 졸업식, 학부모회의가 있어도 참석을 못하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맞벌이 부부들이 겪는 이런 일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물론 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마음 아픈 기…
2008-03-27 14:24입장 바꿔 보기 모 고등학교에 함께 지내던 동료교사가 전출을 갔다. 급히 전해야 할 사정이 생겨 몇 차례 연락하나 수업 중으로 통화가 되질 않는다. 전화를 걸때마다 같은 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죄송하지만 000으로 전화를 부탁한다고 메모를 좀 남겨 주십시요’라고 정중히 부탁을 했다. 그런데 ‘전해주실 수 없는지요? 라고 말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라고 또박또박 가르치시고는 먼저 뚝 끊어졌다. 느닷없이 들린 말이 여운으로 남겨져 일예가 생각난다. 지금은 옛말이 되었지만 교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나타낼 때의 일예 중 하나가 교사 며느리를 보면 시키고 가르칠 라고 든다. ’어머니 일어선 김에 물 좀 갖다 주세요‘ 어머니 이렇게 해 주세요 알아들어 시겠어요?’ 한다는 옛 얘기가 다시생각 난다. 자기입장에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직업의식을 두고 한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교육에도 혁신이 일었다. 고쳐서 새롭게 함인 것이다. 우선, 학교경영도 수요자 원칙이며 교육도 학습자 중심이다. 특히 학교 영양평가 도입기부터 학교도 기업처럼 친절바람이 분지 오래다. 그래서 교육청에서는 단위학교별로 좋은 강사진을 초대하여 순회친절 강의를 하기
2008-03-26 18:30며칠 전에 ‘교원보수 세계 최고’라는 뉴스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왜 하필이면 이런 뉴스가 주목을 끌게 되었을까. 혹시 지난 15일 행정안전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더 내고 덜 받는’구조의 연금법개정안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교사의 월급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니 참 다행(?)이다. 그런데도 해마다 물가 상승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봉급 인상을 늘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이를 본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그런데 이와 같은 결론을 끌어낸 사고과정이 해괴하게 이를 데 없다. 교원의 봉급 총액과 구매력 지수(PPP: Purchasing Power Parity)와의 상관성을 통해서 이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비교 시점이 가히 놀랄만하다. 교원의 연간 급여는 시장 환율이 1달러당 1,200원대(2004년 기준)를 기준으로 하였고, 봉급 액면가의 구매력 지수 환율은 700원대를 기준으로 하였다고 한다. 이런 셈법으로 계산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모든 공무원의 봉급이 세계적 수준일 터인데 유독 교사의 봉급만이 세계 수준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연구자가 대학교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2008-03-25 17:28"얘들아! 소풍보다 이게 더 좋으니?" "예! 이것이 더 좋아요." 교정에서 체육대회를 끝내고 삽겹살 파티를 하고 있는 3학년 학생들의 답변이다. 학교 소풍에 대한 거센 도전이 시작되었다. 학교장의 생각은 이렇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대공원, 민속촌 등 놀이시설이 있는 곳의 소풍은 아니됩니다.소풍 장소 입구에 모여 인원 확인하고 몇 시까지 모여라하고 교사 따로 학생 따로 몰려다니는 놀이시설 소풍, 이제 끝내야하겠습니다. 학생들은 손목에 밴드 차고 놀이시설 많이 이용하느라 뛰어다니느라 정신 없고...교사들은 교사끼리 다니다가 점심식사 사먹고...소풍이 학교교육의 연장이라고요? 이건 교육이 아닙니다. 교사와 학생간 대화가 없고 따로 노는 것은 교육의 포기 아닐까요?" 서호중학교가 소풍의 관행깨기에 나섰다. 20년 이상 묵인되어 온,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어떻게? 학교의 '소풍 장소, 놀이시설 불가' 방침이다. 특히 3월 소풍이니 봄나들이에 중점을 두지 말고 학급 단합대회에 목적을 두자는 것이다. 3월 한달 담임과 학생들간에 서로를 알기 위한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그럼 어디로? 대안으로 20여군데를 추천하였다. 그 중에서 선정된 곳은 5군데…
2008-03-25 1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