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라고 해서 또 그저 그런 연수려니 싶었다. 늘 같은 계열의 타교원이나 왕년에 연수분야에서 날렸다는 퇴임교장을 초대해 강의를 듣는 똑같은 패턴의 지리한 연수. 학습모형이 어떻구, 수업지도안이 어떻구, 다람쥐쳇바퀴돌듯 반복되는 시간때우기식 연수…. 가르침을 업으로 삼는 교사에게 이런 연수가 필수목록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한두번이지 늘 똑같은 주제의 연수만 받다보면 질리게 마련이다. 한번쯤은 밖에 나가 외식도 해봐야 늘 먹던 밥의 존재가 그리운 것처럼, 연수도 한번쯤은 색다른 주제로 숨통을 틔워주어야 유익한 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몇십년동안 계속해온 아나로그식 연수를 고집할 것인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수법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듯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도 이제는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우리가 주입식 교육을 받은 세대라 할지라도 졸리움을 유발하는 일방통행식의 강의는 재미가 없다. 딱딱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2시간여동안 유인물 보면서 듣기만 하는 연수는 제 아무리 날고기는 스타강사가 온다해도 환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여름방학을 앞두고 전교직원이 받은 MBTI 심리검사 연수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 강사는 교직계통은…
2008-07-30 10:13바람이 그리운 때다. 태풍 말고 시원한 바람 말이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이 때 시원한 바람은 무엇보다 가장 귀하게 느껴진다. 값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바람아 제발 불어다오. 선선한 바람 말이다. 오늘 같은 날은 산바람이 그리워진다. 자연바람이 그리워진다. 솔바람을 보고 싶기도 하고 강바람을 보고 싶기도 하고 바다바람도 그리워진다. 어제는 사무실 앞 태극기가 제법 많이 휘날리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태극기가 덜 움직인다. 오늘 날씨가 장난이 아님을 예고하는 듯하기도 하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좋다. 선선한 바람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마음 속에 그리는 그 바람이 나를 손짓한다. 그 바람이 나를 보게 한다. 그 바람이 나를 듣게 한다. 그 바람이 나를 마음으로 생각하게 한다. 그 바람이 나를 가르친다. 그 바람이 나를 교훈한다. 그 바람이 나의 눈을 뜨게 한다. 그 바람이 나의 귀가 열리게 한다. 그 바람이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바람은 나에게 바람(희망)을 가르친다. 바람은 나에게 꿈을 가르친다. 바람은 나에게 무슨 일을 해야 할지를 가르친다. 우리 아이들에게 비전을 가르친다. 장래를 가르친다. 바람은
2008-07-29 09:54
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흐르는 물이 언제 갑자기 불어날지 몰라 조금은 염려스럽지만 모처럼의 즐거운 놀이를 중단하고 싶지는 않아 그냥 지켜봅니다.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즐거운 표정으로 지켜보는데 물놀이 같이 하자고 아이들이 달려듭니다. 평상시 같으면 함께 물속에 들어가 물싸움도 하고 뒤엉키며 놀곤 하는데 이번에 사양을 하며 뒷걸음쳤습니다. 그런 날 보고 아이들이 '엥~! 쌤 잼 없어요.' 하곤 혀를 삐죽 내밀곤 다시 물속에 들어갑니다. 비가 오는데도 아이들은 물속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물에 젖은 몸이 비까지 맞으면 체온이 떨어져 감기에 걸릴까 은근 염려가 됩니다. "야! 너희들 춥지 않아?" "하나도 안 추워요. 물이 따뜻해요. 쌤도 들어오세요." "아냐. 너희들끼리 해. 난 보고만 있어도 즐거워." 아이들과 수련회나 캠프를 떠나면 늘 걱정하는 것이 안전입니다. 특히 여름철의 물놀이는 항상 주의를 요합니다. 어느 순간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방학을 앞두고 동아리 아이들과 1박 2일로 수련회를 갔습니다. 시골의 작은 폐교를 빌려 밥도 해먹고, 물놀이도 하고, 저녁엔 노래자랑을 하고 밤엔 캠프파이어도 했습니다. 답답했던
2008-07-28 15:45아이들은 지금 여름방학을 맞아 행복감을 맛보며 몸과 마음이 싱그러운 녹음처럼 잘 자라고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해본다. 틀에 박힌 학교생활에서 벗어나서 각자 가정에서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 생활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여름방학의 의미는 더위를 피해 가정에서 생활하는 의미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디자인하여 자율적으로 엮어나갈지 그 다양성에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시원한 나무그늘아래서 독서삼매경에 빠졌거나 지금은 거의 사라져간 원두막에 앉아 방학숙제를 하는 모습이 보고 싶을 정도로 내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 땀을 흘리며 효행을 실천하는 아이들을 상상하면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특기신장에 노력하는 아이들의 값진 구슬땀도 자랑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부모님과 함께 피서여행을 떠나 새로운 문물을 접해보고 색다른 경험에 감탄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계곡이나 해수욕장을 찾아 물장난을 치며 하루해가 가는 줄도 모르고 놀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보내어 심신의 건강에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방학을 맞아 외가나 친척집을 방문하여 평소에…
2008-07-28 09:37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침 안개가 피어난다. 꽃이 피어나듯이 말이다. 지난 토요일도 그러했는데. 무더위 속에서도 유달리 울산만은 시원한 구름띠로 인해 시원한 공기 마시고 맑은 공기 마시고 푸른 공기 마시면서 안개의 피어남에 매료된다. 피어남 때문에 미소를 머금는다. 피어남 때문에 생각에 젖는다. 피어남 때문에 기뻐한다. 피어남 때문에 평안을 느낀다. 이른 아침에 안개는 피어났다. 얇지만 우리의 사무실을 감싸주고 있다. 살며시 내려 앉아 신비감을 더해 준다.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흥미를 더해 준다. 내가 앉은 사무실 아니면 그걸 맛볼 수가 없다. 우리 사무실 아니면 안개로 인해 상상의 바다로 헤엄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머무는 사무실이 아니면 안개와 나무를 동시에 볼 수가 없다. 안개와 나무는 생각을 만든다. 안개와 나무는 삶을 가르친다. 안개와 나무는 우리를 고상하게 만든다. 안개와 나무는 우리에게 상상력을 키우도록 한다. 안개와 나무는 우리에게 깨달음을 준다. 비록 짧게 피우다가 사라지긴 해도 나에게 교훈을 준다. 안개는 장애물만은 아니다. 걸림돌이 아니다. 안개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안개는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이 아니다. 안개는 영원히 없어져야 할 존
2008-07-28 09:36지금 서울에서는 시민이 직접 뽑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오는 7월 30일 실시되는 서울특별시교육감 선거의 열기로 뜨거워야 할 것인데 뜨겁기는 커녕 미지근하다. 아니 차갑기만 하다. 우리나라 교육의 중심지이기도 한 수도 서울의 교육수장을 시민이 직접 뽑는다는 것 자체도 모르는 분이 많이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부산과 충남의 교육감 직선제의 경우 15.3%, 17.2%의 저조한 투표율을 보여 많은 아쉬움을 더해 주었는데 이번 서울 교육감 직선제에서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 부족과 관심 부족, 주민 참여 의식의 결여로 인해 투표율이 저조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저조한 투표율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감 직선제를 하게 된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 알리고 강조해야 할 때라 본다. 만약 예상했던 대로 투표율이 저조하여 10%대에 그친다면 간선제, 러닝메이트제가 다시 고개를 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교육이 정치권에 예속되어 교육의 중립성, 독립성, 전문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에 교육감 직선제가 계속 유지 발전될 수 있도록…
2008-07-26 17:58오늘 이른 아침에 우리 아파트에 새가 찾아왔다. 내가 찾아간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안방까지 찾아왔다. 우리의 서재에도 찾아왔다. 우리 애들의 방에도 찾아왔다. 새는 산에 있어도 소리로 찾아왔다.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우리 곁에 찾아왔다. 큰 소리로 찾아왔다. 작은 소리로 찾아왔다. 미세한 소리로 찾아왔다. 아름답게 들려왔다. 리듬을 맞춰가며 찾아왔다. 반복하며 들려왔다. 자기들끼리 화답하며 찾아왔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따로 없었다. 오늘 찾아온 새들은 리듬이 있었다. 박자가 있었다. 쉼표가 있었다. 화음이 있었다. 돌림노래였다. 소프라노, 엘토, 테너, 베이스가 적절한 시점에 섞여서 들려왔다. 알맞게 찾아왔다. 너무 이르지도 않았다. 너무 늦지도 않았다. 알람이 필요 없다. 오늘도 들려주는 음악소리는 바로 이 소리였다. 힘을 내라는 소리, 좌절하지 말라는 소리, 행복해 하라는 소리였다.찾아가라는 소리였다. 그것도 매일, 그것도 성실하게. 그것도 일찍부터,요청이 없어도, 끊임없이, 변함없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푸대접을 해도, 인정해 주지 않아도 찾아가라는 소리였다. 어제 우리 과에 함께 근무하고 계시는 두 상담선생님이 내 방에…
2008-07-25 17:33전화할까 하다가 이내 편지를 쓰기로 작정해버렸다. 제자에게 편지쓰는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그 기억조차 까마득하다만, 요즘 흔해빠진 문자(쉿, 이건 비밀인데, 사실 나는 문자메시지는 보낼 줄 모른다.)나 전화통화로는 속 깊은 이야기들을 다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야. 그래, 섬진강을 다녀온 기분이 어땠니, 소정의 시는 두 편 썼니? 사전 약속 때문 나서긴 했지만, 솔직히 대학교 백일장에서 상을 받지 못한 너의 한 일자(一字) 굳은 표정을 보며 운전하는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아니 좋기는커녕 반짝이는 시상(詩想)을 위한 사제동행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기분이었단다. 더구나 네 옆에 선아가 있어 선생님으로선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단다. 너를 달래고 위로하다보면 상 받은 선아 입장에서 ‘너만 이뻐하는’ 선생님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았거든. “너 얼굴 펴지 않으면 진짜로 섬진강 안 간다!” 세 번쯤 경고했을 때인가. 너는 평소의 미소를 담기 시작했다. 마침내 섬진강 구담마을에 도착, 강가를 찾았다. 서녘 수줍은 햇빛이 물살을 갈라 은빛 찬란함을 뿜어냈지. 구담마을 옆구리에 끼고 웃음지으며 남쪽으로만 달음질치는 섬진강물이 시선을 어지럽히고…
2008-07-25 09:3821일 보충수업 첫날, 몇 명의 아이들을 제외한 아이들 대부분이 출석하였다. 그리고 1차 수시모집에 지원한 아이들의 경우, 최종 경쟁률을 확인하고 난 뒤 보충수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내신 성적이 우수한 몇 명의 아이들은 높은 경쟁률과 관계없이 수시모집에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23일 수시모집 마감결과, 생각보다 경쟁률이 높아 그 누구 하나 합격을 장담하기가 어려워졌다. 경쟁률에 신경을 쓰지 않겠다던 아이들까지도 다소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원서를 작성하기 전에 경쟁률이 높아 합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 두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실제 경쟁률에 놀라운 눈치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합격하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불합격을 했을 경우, 방학 보충 불참으로 생긴 수업결손을 어떻게 보충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짐작하건대 불합격으로 인한 후유증이 2차 수시모집이나 나아가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터라 수시 모집에 지원한 아이들에게 방학 보충수업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주문하였다. 최근 1차 수시 원서를 작성하는 며칠 동안, 왠지 모르게 수능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예전보다 많
2008-07-25 09:36강마을 학교에는 긴 침묵이 붉은 칸나와 노오란 멕시코해바라기로 가득한 화단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따금 나나니벌 몇 마리와 검은 제비나비가 날아다니고, 매미 소리는 트럼펫처럼 쏴쏴 울려댑니다. 학생들이 방학을 하니, 학교는 비어 버립니다. 꽃도 벌레도 나무도 그대로인데, 왜 그런지 무겁고 가라앉아 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빈 학교에 앉아 하루 종일 책을 읽었습니다. 한비야의 세계여행기도 읽고, 공간에 대한 글과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는 가슴뛰는 메시지를 던지는 어느 유명 강사가 쓴 글도 읽었습니다. 몇 장의 엽서에 연꽃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한 잔 들고 현관에서 멀리 융단처럼 펼쳐진 초록의 논도 바라보았습니다. 이렇게 한가한 시간을 낼 수 있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지던 지난 학기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참 좋은 하루입니다. 뜨거운 햇살과 더 뜨거운 지열 이따금 나뭇잎을 팔랑거리는 은사시나무의 훌쩍한 모습을 한가롭게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길고 길고 침묵이 감싼 학교에서 하루종일 수업도 없이 다른 업무도 없이 근무를 하면서 행복해합니다. 하얀 모시 치마 저고리를 입고 학교에 앉아서 책을 읽은 참 좋은 좋은 여름날입니다. 치열했던 지
2008-07-24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