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을하늘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날인 것 같다. 가까운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티도 없고 흠도 없다. 멀리서는 약간의 산과 아파트를 감싸는 안개구름이 보이긴 해도. 오늘과 같은 가을하늘처럼 언제나 흠도 없고 티도 없고 깨끗한 삶이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어제는 9월 첫 토요일이라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업활동을 하는 날이지만 교육청에는 쉬는 날이다. 한 주간의 피로를 풀 수 있고 밀린 일들을 할 수 있는 황금 같은 날이다. 그렇지만 우리 교육청 관내 직원들은 하루를 집에서 쉬지 않고 관내에 있는 자매기관인 태연재활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였다. 리포터도 함께 하였다. 두 시간의 봉사활동은 꿈, 보람, 감동을 주는 시간이었다. 원생과 함께 미술활동을 하며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움이었다. 그 자체가 꿈같은 시간이었다. 그 자체가 감동을 주는 시간이었다. 매일 매일의 프로그램의 시간에 따라 선생님이 배정해 주는 곳에 가서 활동을 하였다. 교육장님과 관리국장님과 리포터는 미술활동을 하는 반으로 배정되었다. 어느 분야보다 미술은 정말 자신이 없는 반이었다. 모두가 그러했다. 미술활동반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한 교실에 들어
2008-09-07 09:46아이들이 복도에 만들어 놓은 허수아비. 언뜻 보면 진짜 잠을 자는학생과 흡사하다. 1교시 야간자율학습 시간. 시작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기나긴 야자를 준비하기 위해 서둘러 각자 자기 반으로 돌아들 갔다. 그런데 한 녀석이 복도 한 귀퉁이에 엎드린 채 잠에곯아떨어져 있었다. 근데 저 녀석이…. 속으로 괘씸한 생각이 들어 태연하게 잠을 자고 있는 학생 곁으로 다가가 "이 녀석아, 아직도 자고 있으면 어떡해!"라며 지시봉으로 녀석의 등짝을 툭하고 치자 숨을 죽이며 복도 쪽을 내다보고 있던 아이들이 와하하 하고 배꼽을 잡고 웃는다. 녀석들이 선생님을 놀리려고 교묘하게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체육복 바지에 신문지를 둘둘 말아 넣고 몸통은 농구공으로 가득 채우고 머리에는 근사한 가발까지 씌웠으니 감쪽같았다. 실은 녀석들이 선생님들을 속이려고 낮부터 틈틈이 작업하는 모습을 봐왔었다. 하지만 녀석들의 정성과 기대를 차마 저버릴 수가 없어서 짐짓 모른 척 하고 속아주었더니 저렇게들 좋아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내 기분도 덩달아 상승되었다. 따분하고 무료한 학교생활에 오죽이나 놀이거리가 없었으면 저런 장난을 칠까 생각하니 한편으로 안쓰러운 생각도
2008-09-07 09:44세월은 참 빠르다. 9월의 첫 주가 마무리되는 날이다. 물이 흘러가면 되돌아오지 않듯이 흘러가는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하루하루의 시간들을 후회함이 없이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을 붙들어 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좋은 시간들만이라도, 즐거운 시간들만이라도, 행복한 시간들만이라도. 지루한 여름 더위는 이제 끝나는 것 같다. 아침저녁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새벽으로 이불이 없으면 잠을 못잘 정도다. 살기 좋은 가을이다. 이 좋은 계절에 날마다 스스로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요즘같이 살기 힘든 때가 잘 없다. 요즘처럼 불편한 때가 없다. 요즘은 올라가지 않는 것이 없다. 물가도 오르고, 유가도 오르고 금리도 오르고 오르지 말아야 할 것은 다 오른다. 그런데 올라야 할 것은 오르지 않는다. 봉급이 올라야 하고 자녀들의 성적이 올라야 하는데 이것은 정반대다. 그러니 이마의 주름은 더욱 깊어진다. 마음의 상처는 더욱 깊어진다. 생활의 불편은 더욱 피부에 느끼게 된다. 그럴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 오직 참는 일밖에 없다. 갑자기 떠오르는 말이 있다. "百忍堂中有泰和(백인당중유태화 : 백 번 참으면 집안에 평화가
2008-09-06 10:12요즘 학생들이 저지르는황당한 사건, 상상을 초월한다. 성적 통지표를 변조하는 것이아니라 통채로 위조한다. 워드 작업을 하여 마치 학교에서 보낸 것처럼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다. 담임 도장은 지우개로 비슷하게 새겨 찍는다는 것이다. 어디서 배웠을까? 그들의 말로는 학원에서 배웠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학원 친구들끼리는 정보를 주고 받은 것이다.중학생 쯤이면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학교 성적이 나쁘게 나오면 부모님께 야단맞으니 통지표 자체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부모님께 거짓말은 밥먹듯이 한다. 그들 나름대로는 치밀한 작전도 세운다. 성적을 궁금해 하는 부모님께 처음엔 "학교에서 통지표를 아직 나누어 주지 않았다"고 버티고.방학이 되면 "성적이 잘못되어 학교에서 고쳐 주기로 했다"고 시간을 끌고. 그 다음은 "뒷번호 친구의 협박에 의해 번호를 바꾸어 썼다"고 둘러대고. 자초지종은 이렇다. 방학 중 1학년 학부모 전화가 왔다. "왜 성적을정정해 주지 않는냐?"는 항의 전화다.담당부장은 어안이 벙벙하다. "성적 이의 신청이 한 건도 없었는데 정정이라니…." 학부모가인터넷 학부모서비스에 접속하여자녀의 성적을 알아보니 학생이 가져온 성적과는 전혀 다
2008-09-04 22:13어제 저녁 우연히 청소년에 대한 프로그램을 잠시 보았다. 평소 뉴스 외에는 잘 보지 않는데 청소년에 대한 프로그램이라 잠시 집중해서 보니 고2학생의 갈등과 고민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부모로부터, 특히 어머니로부터의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하는 장면이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을 같은 또래의 이종사촌과 비교하면서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보지 못해 정확히 몰라도 공부도 행동도 삶의 방식도 모든 행동방식을 이종사촌에게 맞추어 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 저녁식사를 할 때도, 공부를 하고 있는데도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비교해 가면서 애에게 닦달을 하였다. 이종사촌애처럼 공부도 잘해야 한다. 무엇도 잘해야 한다 하니 이 애는 참다못해 과연 이종사촌이 어떻게 하기에 그러는지 만나보고 싶어 친구랑 함께 만나보고 이종사촌의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하는 것을 보았다. 순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은 자녀교육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대다수가 자녀교육의 방법이 언제나 비교교육이 아닌가 싶다. 그것도 전후비교가 아닌 좌우비교 말이다. 요즘은 자녀를 한두명밖에 기르지 않다 보니 자
2008-09-04 09:20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끝났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푸른 들녘이 황금빛으로 변해간다. 푸른빛보다 황금빛이 더 많다. 여름 더위에 많이 단련되어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선생님들은 9월을 맞아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공부하는 학생들이황금빛처럼빛나 보일 것 같다. 어제는 관내 폐교학교인 무룡분교에 출장을 갔다. 폐교된 무룡분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임대를 요청하는 다른 기관에 임대를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위해 관계되는 분들과 함께 그 학교를 방문했다. 그곳은 생각보다 너무 좋은 곳이었다. 아주 조용하였다. 공기도 좋았다. 교통도 좋았다. 동해바다도 가까이 있었다. 학교 뒤로는 병풍처럼 산이 둘러 있었다. 학교 안에 들어가보니 애들이 뛰어놀던 놀이기구도 그대로 있었다. 조례대도 그대로 있었다. 운동장은 자연잔디가 깔려 있었다. 학교 앞에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곳은 지금도 애들의 뛰어 노는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애들이 운동장으로 뛰어나올 것 같았다. 교실에서는 선생님들의 힘찬 목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교실 곳곳에서 애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학생들이 있을 때는 참 좋은 학교였을…
2008-09-03 08:49오늘은 여름방학을 끝내고 첫 출근하는 날. 다른 날보다 일찍 서둘러 출근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교실 대청소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빈 교실에는 지난 여름에 교실에들어왔다가 미처 나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몇 마리 곤충들이 교실 바닥에 누워 있을 뿐, 예전과 다름없었습니다. 부지런히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마치고 집중 보관 중인 화분들을 살피러 갔습니다. 교실에 있을 때는 생생하던 화분 2개가 물길이 미치지 못했는지, 주인이 없어서였는지 잎이 마르고 늘어진 채 나를 원망하고 있었습니다.말 못하는 식물들이지만 참 미안했지요. 아이들이 오기 전에 죽은 꽃들을 정리했습니다. 생명이 다한 모습은 그것이 식물이건 파리 한마리이건 간에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게 좋기 때문입니다. 대충 정리를 끝내고 교실에 가려는데 교무부장 선생님이 부르셨습니다. "장 선생님, 2학년에 새 식구가 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1학기 때부터 입버릇처럼 남학생이 전학 오면 좋겠다고 했는데 여자 아이였습니다. 키도 크고 예쁘장한 여자 아이를 보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으로 즐거웠습니다. "00이 어머님! 참 잘 오셨습니다. 어떻게 읍내 학교에서 작은 시골 학교로 오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2008-09-02 08:438월 31일, 무슨 날일까? 중학교 3학년이라면 금방 알 것이다. 고입 내신 성적으로 봉사활동을 마감하는 날이다. 중학교 3개년 과정에서 총 60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내신점수 20점이 나오는 것이다. 아마도 어느 정도 공부를한 학생이거나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는 3학년 1학기나 여름방학 때 60시간을 다 채워 놓았다. 그러나 학생이 학업에 관심이 없고 부모가 사는데 급급해 자녀교육에 소홀히 하였을 경우, 30시간이 고작이다. 학교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공통으로주어진 시간만 갖고 있는 것이다. 교육여건이 열악한 학교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의욕이 부족하다. 귀차니즘에 빠져매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공부도 못하는데 봉사시간도 채우지 못해 30시간 14점에 그치는 것이다. 그렇다고학교에서 이들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교육포기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3학년 담임과 봉사학습부장이 힘을 합친다. 8월 30일(토)과 31일(일), 서호사랑 봉사학습 체험교실 4시간, 화성사랑 봉사학습 체험교실 8시간을 준비하였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하여 무려 12시간을 채워 주려는 것이다. 선생님들의 뜻이 갸륵하다. 반강제적으로 유인해 토요일72명, 일요일은 54명을 모
2008-09-02 08:4320대는 20킬로미터의 속도로 30대는 30킬로미터의 속도로 40대는 40킬로미터의 속도로 세월가는 속도와 나이가 비례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한달여 씩이나 되는 방학이 어찌 그리도 쉽게 가버리는지…. 예전에는 방학이 황금알을 낳는 기간이라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른 것까지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된게 이제 시작해봐야지 했는데 바로 개학이니 참으로 내가 늙기는 늙은 모양이다. 나이듦에 따라 빨라지는 시간의 속도를 눈치채지 못하다가 방학 중반에야 겨우 감지하고 이래서는 안되겠다며 마음 독하게 먹고 다시 나를 다잡았는데 웬걸…. 만리장성처럼 떡하니 가로막은 복병이 있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처음에는 그깟 올림픽 정도야 했었다.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88올림픽도 아니고 2002월드컵도 아니고 뭬 그리 큰 영향이 있을까 신경 안쓰면 되지 하고 장담했던 건이었다. 또한 맥놓고 앉아 멍하니 바라봐야만 하는TV시청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터라 나의 옹골찬 계획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8월 8일 개막식부터 24일 폐막식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올림픽을 시청했고, 더 나아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광장까지 직접 가
2008-09-02 08:42비가 온 뒤라 그런지 너무 깨끗하다. 공기도 맑다. 더운 기운은 사라지고 선풍기가 없어도 견딜 만하다. 가을을 재촉하는 단비였던 것 같다. 이런 날이면 정신도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다. 출근하는 길이었다. 아침 6시 40분 모 라디오방송국에서 수원 어느 초등학교 학급 임원을 뽑는 상황을 녹음하여 들려주었다. ‘잘 하겠습니다. 잘 할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잘 할 것 같습니다.’ 등 임원으로 뽑히면 어떻게 하겠다는 말들이었다. 주로 ‘잘 하겠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임원이 되는 애들에게 부탁하는 학급 애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잘난 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말보다 실천을 하면 좋겠습니다.’라는 따끔한 충고의 말도 하였다.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정말 똑똑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옛날 시절이 생각났다.학급 임원이 되겠다고 나섰던 추억도 되살아난다. 다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 단순하고 진실되게 오직 잘 하겠다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요즘처럼 무엇이든 안 하려고 하는 세태에 하겠다고 하고 잘 하겠다고 하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보기좋은 일인가? 오늘 아침 초등학교 학급 임원 선출의 방송을 들으면서 중,
2008-09-02 0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