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코미디 황제였던 이주일의 맨트가 아니다. 명절을 맞이하여 학교에 못찾아가 뵈어서 죄송하다는 학부모의 메시지이다. 늘 때가 되면 학교를 찾아가야 되지 않을까? 선물을 들고 가서 눈도장을 찍어놔야 하지 않을까? 아니라고 했는데도 그렇게 안하면 막상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닐까? 막연한 불안의식이 그렇게 만드는 모양이다. ‘혹시 다 하는데 나만 안하는거 아냐?’ 선물을 들고 왔다가 다시 되들고 가야하는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선생님 집주소를 용케 알아내어 선물을 보냈다가 수취거부로 다시 되돌려받는 경험을 했으면서도 이런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하는 모양이다.(요즘의 정보력은 기가 막히다. 이런 점 때문에 선생님께 편지쓰기도 없애고, 그 어떤 경우든 주소는 절대 가르쳐주지 말라고 행정실에 단단히 부탁했음에도 어디서들 그렇게 귀신같이 알아내는지 세상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담임의 원칙과 소신을 믿고 그대로 따라주는 학부모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혹시나 하고 불안해하던 극소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이해하게 되고 따라주니 그렇게 문제될 것 없는 일이다. 아이들에게도 개인차가 있듯이 받아들이는 수용면에서 빠르고 느린 어른의…
2008-09-16 11:47무더위 심술에 지루했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애니메이션 한 편이 괜히 심사를 뒤틀어 놓았다. 디즈니와 픽사가 함께 만든 애니메이션 '월E'는 '니모를 찾아서' 이후 또한번 앤드류 스탠튼 감독 사단의 천재적인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이번만은 자동차 수출 수백만대와 맞먹는 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창출해내는지 째려보는(?) 자세가 아닌 그저 동심으로 돌아가 맘껏 편하게 상상하고 싶었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환경오염으로 텅 빈 지구에서 홀로 남아 수백년동안 외롭게 일만 하던 지구 폐기물 수거용 로봇 '월E'와 탐사 로봇 '이브'가 펼치는 환상적인 어드벤처는 황순원의 '소나기'와 시인 게리 스나이더의 작품을 클로즈업 시켰다. 소년과 소녀가 고이 간직했던 이성에 대한 설렘과 두근거림은 50여년 동서고금을 뛰어넘어 월E와 이브가 아주 짜릿하게 다시한번 펼쳐 보인다. 그리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시인 게리 스나이더가 그의 작품에서 경고한 현대문명의 후유증을 뿌연 필터기법을 통해 신랄하게 꼬집는다. 스나이더는 그의 1970년 시집 '파도를 관(觀)하며'에서 도시와 문명은 동물·나무·물들을 가장 악랄하게 착취하고 결국 멸망이라는 결말에 도달하게 한다고 무시무시한 경고를
2008-09-16 08:25최근 단기방학(재량휴업)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단기방학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휴가의 질적 개선 방안으로 마련된 제도였다. 즉 가족활동은 물론이고 효도활동 등을 체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가족간의 유대를 증진하고, 아울러 체험적 인성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또한 특색을 살린 다양한 지역문화 활동 체험을 통하여 공동체 의식과 인격형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지난 5월에 실시한 단기방학은 국민의 따가운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제도의 도입취지에 맞는 공감형성이 이루어지기는커녕, 학교와 교사가 국민적 공적(?)이 되어 버렸다. 이번 추석을 전후한 단기방학도 예외는 아니다. ‘누구를 위한 단기 방학인가’로 시작된 언론보도는 학교와 선생님을 부도덕한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 사무실로 걸려온 한 학부모의 육두문자가 섞인 전화는 교사에게 던지는 돌팔매나 다름없었다. “교사들이 봉급은 많이 받으면서 구실을 붙여 쉬려고만 한다.” “아이들을 미아로 만들어 놓고 자기들의 휴가를 늘리려고만 한다.” “결식아동 등은 굶겨 놓고 별다른 대책은 없다.” “맞벌이 부모가 직장에 나가면 아이들은 누가…
2008-09-13 14:51추석연휴의 첫날. 바쁘게 생활하다 갑자기 주어진 무한의 휴식이 사람을 멍하게 만듭니다. 평소의 습관대로 아침 여섯시에 일어났더니 정말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소탐산 등정에 나섰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알맞은 기온에 새벽안개까지 자욱하니 마치 선경을 거니는 듯했습니다. 지상으로 낮게 내려앉은 안개를 타고 금방이라도 아리따운 선녀가 하강할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였습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들깨밭을 지났습니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실려 온 고소한 깻잎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가슴을 활짝 열고 자연이 주는 맛있는 냄새를 실컷 마셨습니다. 조금 지나니 논에선 벼들이 벌써 누런 황금색을 띠어가며 고개를 숙여가고 있더군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 컷 찍었습니다. 생이불유(生而不有)라. 노자의 도덕경에나오는 구절로 비록 내 것이 아니더라도 풍요로운 자연을 보면 마음이 더없이 행복해진다는 뜻입니다. 여섯시 20분. 본격적인 햇살이 비치려면 좀더 시간이 흘러야 합니다. 울밑에 핀 자주색 나팔꽃에는 이름 모를 들꽃과 함께 영롱한 아침이슬이 아직도 생생하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여름에 정열적으로 피어나던 봉숭아도,때를 잊고 피어나던 코스모스도
2008-09-13 14:492008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교정에 모여 있던 몇 명의 남학생들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선생님,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는데 군대는 왜 안가요, 그럼 여자 메달리스트는 무엇을 면제해주나요?” 금메달과 군대가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말투다. 장차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복무를 해야 할 학생들의 갑작스런 질문에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야구선수 14명을 비롯한 모두 24명의 병역 미필 남자 선수들이 수억 원대의 각종 포상금과 평생 일정액의 연금이 주어지는 혜택 이외에 군복무를 면제받게 됐다.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월드컵 16강, 세계야구선수권대회(WBC) 4강, 바둑국제대회 준우승 이상의 성적을 거둔 이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도록 되어 있는 병역법 시행령 제49조에 의해서 푸짐한 선물을 보너스로 더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군면제를 호소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 S대 휴학생의 ‘병역면제 발언’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연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미션스쿨에서 '학내종교 자유'를 외치며 법정투쟁을 벌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던바로 그 학생이다.그는“태환아, 너도
2008-09-12 05:20어제는 전임교에서 근무하던 교감선생님을 방문하였다. 체격은 작으시나 언제나 힘이 넘치셨고 당당하셨다. 지역교육청 중등과장님으로 발령을 받은 이후 처음방문이었다. 학기가 바뀌도록 미루어 왔던 것은 학위논문을 들고 폼을 잡고 가고 싶어서였고 결실을 이루고자한 의지의 다짐이기도 했다. 건물을 들어서서 거울도 보고 옷 매무새도 확인하니 얼굴이 수척해진 모습을 감출 수는 없었으나 까만 바탕 금장글씨의 학위논문이 더욱 반짝여 금방 표시는 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 표시된 안내에 따라 4층사무실에 들어서니 과장님의 얼굴을 뒤로하고 먼저 한소쿠리의 꽃바구니가 시야를 잡는다. 부임 시에 배달 한 보랏빛 스타치스 바구니가 빛만 바랫을 뿐 그대로 였다. 미리와 계시는 다른 한 분의 선생님께도 꽃 속으로 끌여 들여 수다를 떨었다. 과장님께서 이런 심미안이 있었는지를 미처 몰랐다. 다시 둘러본 전경이 한눈에 울산 북구 지역이 들어왔다. 이곳에서 왜 창의가 왜 철학이 창출되지 않겠는가. 원래도 그러하셨지만 언제나 신중하고 우리들의 존재를 자랑스러워 하셨다. 미리 와계신 여선생님을 소개하며 굉장히 자랑하셨는데 교장선생님으로 근무하셨을 때 한 학교에서 근무한 교사로 청소시간 지도, 수업
2008-09-11 08:40어제는 좋은 만남의 하루였다. 두 선생님을 같은 시간대에 만나게 되었다.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한 선생님은 울산여고에서 함께 근무한 50대 초반의 선생님이시고, 한 선생님은 농소중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20대 중반의 처녀 선생님이시다. 50대 초반의 선생님은 지난 8월에 부산대학교에서 간호학 박사학위를 받으시고 박사논문을 가지고 인사차 오셨고 20대 중반의 선생님은 함께 근무한 인연으로 잊지 않고 찾으셨다. 이 두 분 선생님은 리포터에게 많은 좋은 영향력을 주고 가셨다. 열정이 식어가고 노력이 식어가고 의욕이 떨어져가는 저에게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은 비타민 역할을 하고 가셨다. 찾아주신 두 분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두 분 선생님이 끼친 영향력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본다. 두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영향력은 무엇보다 비전갖기였다. 50이 넘은 선생님은 지금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하셨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하셨다.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이고 공부해야 할 것이 눈에 보이고...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 모든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오직 시간이 모자랄 뿐이지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또 한 젊은 선생님은 언어장벽을 뛰어
2008-09-10 11:56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꿈을 들어 올리고 세계를 들어 올린 역도의 금메달을 목에 건 자랑스런 장미란 선수가 어느 한 대학 강단에 서서 특강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 선수는 자기는 세계를 들어 올리고 세계기록을 깬 훌륭한 선수였지만 자기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겸손해 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대단한 선수는 뛰어난 인품도 함께 갖추고 있음을 보게 되어 흐뭇함을 더해 주고 있다. 장미란 선수가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며 습관이 바뀌면 생활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면 인생도 달라진다.”고 하면서 긍정적인 생각, 좋은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얼마 전 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람들은 하루에 몇 가지 생각을 하는지 아느냐고 묻고서는 사람들은 하루에 오만 가지 생각을 하는데 그 중에 75%가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꿔야 하는데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 희망이라고 하셨다. 장 선수의 강의와 한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생각’에 대해 특히 긍정적인 생각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긍정적인…
2008-09-09 17:57요즈음의 아이들 학습 태도를 보면 무엇인가 개선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면서 짧은 시간도 참아내지를 못한다. 한마디로 인내력의 부족이 한심할 정도이며, 전에는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것이 하나의 규칙으로 자리잡았는데 이것도 허물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사회 전반에 걸쳐 기강이 무너지면서 교실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어떤 일을 집중하여 하는 것이 아니라 대강대강 해치우려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곧, 반복학습을 싫어하는경향이라 할수 있다. 이같은 아이들의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부모에게 일관되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초 교육의 중요성과 반복 습관에 대한 것이다. 공부에 굳이 왕도가 있다면 '반복'에 대한 확실한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믿는다.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들여다 보면 ‘반복’에 능하기 때문이며, 자신이 얼마만큼 반복하면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지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공부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 시기에 반복 습관과 이를 활용하는 기술을 잘 익혀두어야 기초 학습 능력은 물론 확실한 공부습관을 몸에 정착시킬 수
2008-09-09 11:33과연 수원갈비의 명성이 대단한가 보다. 세계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가 부인, 대사관 직원과 가족 10여명이 지난 6일 수원에서 미국산 쇠고기로 점심을 먹는 장면이 사진과 함께 언론에 보도되었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을 떠나기 전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수원갈비를 맛볼 수 있어 기쁘다"며 능숙하게 된장과 갈비를 넣은 상추쌈을 먹으며 직원 자녀에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는 "대한민국에서도 수원갈비는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시 수원갈비는 맛과 품질면에서 모두 뛰어났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래 맞아! 수원갈비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품 갈비!” 공감을 표하며 오늘 저녁 가족 회식으로 제안하였더니 대찬성이다. 식당에 도착하여 주인에게 주문 도움을 청하니 “갈비맛을 아는 사람은 생갈비를 먹는다”고 귀띔한다. 메뉴판을 보니 국내산 한우는 한 대에 4만원이 넘는다. 미국산 생갈비는 25,000원, 양념갈비는 23,000원이다. 이만하면 먹을 수 있겠다. 상추도 신선하고 반찬도 푸짐하게 나온다. 생갈비를 먹어보니 조금 질긴 부분이 있긴한데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아무래도 국산 한우만은 못한 듯싶다.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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