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프로그램 중에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다.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경상도 가족이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비틀어 보여주는 내용으로 가족간의 오해와 무관심, 그로 인한 의사소통의 장애를 통해 역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인기프로그램이다. “아부지예, 용돈 좀 올려주이소. 한 달에 5,000원이 뭡니까?” 아들이 불평하면 “쳐 뭐라 씨부리쌌노?” 엄마는 윽박지르고 아버지는 묵살하며 “밥묵자” 라는 단말마로 끝이 나는 소극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가 ‘일방통행’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 코너는 매번 똑같은 패턴이지만 ‘밥묵자’라는 마지막 웃음 코드에서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는다. 소극에 절묘하게 녹아나는 서민들의 유쾌하지 못한 소통부재의 현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탓이다. 그런 연유로 공개코미디의 수명이 6개월도 장담할 수 없다는 속성을 뛰어넘어 1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 이 중의 명대사는 역시 ‘밥묵자’라는 굵고 짧은 세글자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대화 없는 가족의 현실이 이 짧은 말에 함축되어 있다. 소통이 단절된 가족…. 단촐한 식구임에도 이들의 관계는 물과 기름 같이 겉돌고 대화는 허공을 향해 메아리칠 뿐이다. 사실…
2008-09-29 11:441조 악어놀이 - 악어 입에 손을 넣다 빼어 잡히면 술래가 되는 놀이 2조 고리걸이 - 실에 달린 고리를 나무젓가락에 거는 놀이 3조 가족놀이 - 텔레비전 상자에 얼굴을 넣고 표정을 짓는 놀이 4조 로봇놀이 - 무선장치로 로봇을 움직여 가는 놀이 5조 개집놀이 - 개가 되어 개집을 들락날락 거리는 놀이 6조 판자놀이 - 골판지를 상자에 던져 골인하면 이기는 놀이 우리반 아이들이 의논 끝에 결정한 협동장난감의 발표를 듣고 나는 세 번 놀랐다. 우선 놀잇감의 다양함에 놀랬고, 어른의 시각으로 봤을 때 시시한 것들이 1학년 아이들에게는 대단한 것이 됨에 놀랐고, 그것을 만들 준비물을 배당하는데 너무도 합리적인 것에 놀랐다.‘이 꼬망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협동장난감을 만들지?’하고 우려했던 나를 비웃듯 아이들은 준비부터 제작하고 놀이하는 데까지 담임선생님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도 의젓하게 잘해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협동장난감을 만들던 날…. 커다란 박스들이 여기저기에 등장하고 교실의 공기는한없이 들떠 금방이라도 날아갈듯 술렁였다. 슬기로운 생활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해해호호 희희낙락 까르르 깔깔 난리도 아니었다. 아이들
2008-09-29 11:41우리학교 식단은 날마다 특식이다. 5대영양소가 한상에 담긴 그런 식단인데 어디가나 같은것 같지만 뭔지 다르다. 알고 보니 교육이란 조미료가 담겨있어 더욱 그러한 것이다. 바쁜시간이 지나면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평생 동안 알아야 할 영양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다보니 인스탄트에, 육식의 입맛에 젖어 있는 아이들도 취향과 다른 나물류가 나와도 불만이 없고 수용하며 맛까지 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 가족에게 건강을 줄 것인가 인스틴트나 페스트푸드로 그들의 입맛에 맞다고 해로움을 줄 것인가는 가치에 따라 선택하는것이기에 더욱 맛을 들여 가는 것이다. 그기다 경제개념까지 곁들인다. 어느 날 왕새우 튀김이 나오는 날이었다. 점심시간 전에 메신져가 날아들었는데 왕새우튀김을 한개씩만 먹도록 지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왕새우 곱하기 1과 왕새우 곱하기 2라는 계산으로 상당한 차이의 숫자를 통한 호소력 있는 메쎄지는 한 개 이상을 먹으면 뒷줄의 아이들은 못먹겠다 큰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생각뿐 아니라 욕구를 통제하는 교육적 효과도 컸다. 즉,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셸 박사가 4세 아동을 대상으로 달콤한 마시멜로 과자를 하나씩 나누어주며 15분 간 마시
2008-09-28 13:42여름 내내 무던히도 덥더니 9월 하순까지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졌다. 밖에 나가면 햇볕이 따가웠던 날씨가 만추를 재촉하는 비가 내리면서 긴팔을 입어야 할 만큼 선선해졌다. 토요일, 수업을 하다 우연히 밖을 내다봤다. 흰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하늘이 마음을 빼앗을 만큼 예쁘다. 아름다운 풍경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운동장으로 내보냈다. 농촌의 작은 분교이고, 운동장이 놀이터인 아이들이지만 신이 나서 밖으로 뛰쳐나간다. 전부래야 6명이지만 우르르 몰려가 놀이기구에도 올라가고 운동장이 좁을 만큼 힘차게 뛰어다닌다. 아이들은 눈이 시릴 만큼 파란 하늘에 흰 구름으로 그린 멋진 그림을 올려다보며 즐거워한다. 영리한 새침데기 신행, 친구들 잘 웃기는 경호, 달리기 잘하는 성수, 이해심 많은 홍일점 현정, 행동이 민첩한 원준, 리더십이 강한 현중이가 놀이를 멈추고 카메라 앞에 섰다. 맑은 날씨 때문인지 오늘따라 아이들의 표정이 더 밝다.
2008-09-28 13:41이제 아침저녁으로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향기로운 바람을 타고 가을이 집 안방까지 찾아온다. 향기로운 가을에 향기로운 열매를 기대하면서 풍성한 가을맞이를 하고 싶다. 학교생활은 참 힘들다. 특히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다는 것은 무척 힘들다. 학생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 뒤에 있는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동생, 친인척들이 있기에 그분들을 의식을 하면서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안에서 보이는 교장, 교감선생님의 눈치만 보려고 해도 힘이 들어 죽겠는데 맡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 학생에 대한 딸린 식구까지 신경을 써 가면서 교육을 해야 하니 오죽 힘들겠는가? 학생들이 말을 잘 들어 칭찬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학생은 집에 가서 부모님들에게 좋은 말, 기억에 남는 말, 칭찬들은 말을 할 것이니 부모님들이 담임선생님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거나 혹 칭찬이나 격려의 말씀과 위로의 말씀으로 힘을 실어 준다. 하지만 학교에서 말을 잘 듣지 않고 문제만 일으키고 말썽만 부리는 학생은 매일 듣는 게 꾸중이요, 듣는 게 잔소리이니 이 학생이 집에 돌아가면 어떻게 말하겠는가? 보나마나 자신의 잘못은 되돌아보지 않고 선생님이 꾸중하고, 지적하는 것만 이야
2008-09-28 13:41어제 울산 강북교육청 관내 남목중학교에서 교장 장학협의회를 가졌다. 장학협의회 시간에 교감 선생님께서 학교현황을 설명하셨다. 그 가운데 지금 2학년에 다니고 있는 할머니 학생에 대해 방송녹화된 것을 보여 주셨다. 이 박영선(62) 할머니 학생은 지금 2학년 학생으로 학교를 잘 다니고 있었다. 아주 잘 적응하고 계셨다.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만 파마머리일 뿐 다른 것은 다 똑 같았다. 젊은 선생님이 가르치고 계셨고 연세 많으신 할머니 학생은 몇 앞에 다른 학생과 함께 앉아 서 공부하고 계셨다. 학생들이 단체로 벌을 쓸 때는 할머니 학생도 똑 같이 뒤에 나가서 손을 들고 벌을 쓰기도 하셨다. 할머니 학생은 공부가 재미있다고 하셨다. 과목마다 재미있다고 하셨다. 젊은 학생들 중에 공부가 재미있다고 하는 학생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러나 할머니 학생은 공부할 시기가 아닌데도 공부가 재미있다고 하니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은 자극을 많이 받을 것 같았다. 공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시는 모습을 볼 때면 공부가 죽으라고 하기 싫은 학생들에게 많은 자극과 도전이 됨에 틀림없을 것 같다. 공부시기를 놓친 것이 후회가 되어 늦게나마 공부에 뛰어 들었는
2008-09-27 08:42청춘의 더운 피로 가슴 뛰던 내 젊은 날,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되어보고 싶은 사람도 많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에 혼자 농사일 하시며 힘들게 육남매 키우시는 어머니 걱정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하나로 덜컥 발을 들여놓은 교단. 첫 부임지인 고흥 나로도 백양중학교, 그 낯설고 물 설은 섬에 도착하여 나룻배에서 내리자마자 우르르 몰려나와 나를 반기던 아이들의 그 밝고 환한 미소에 눈물이 울컥 솟던 그 순간 나는 다짐했었다. 열심히 가르치자고. 그리고 좋은 선생님 되자고. 그로부터 한해 두해…. 돌아보면 아스라한 교직 인생 30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어떤 때는 세상 무슨 직업을 가진 사람도 부럽지 않는 교직만의 보람과 기쁨이 샘처럼 솟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또 가르치는 자만의 말 못할 상처와 아픔이 교차하던 그 애환의 세월들. 그 속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으며 어떤 사람을 길러냈을까. 묻건대 나는 과연 그들에게 존경받는 스승이었으며, 세상 앞에 부끄럽지 않는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온 것일까. 그토록 바라던 교장자격연수 지명을 받고 이렇게 교원대 종합교육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지금의 하루하루가 솔직히 내겐 꿈만 같다. 아무나 되지 못하는, 교직인생
2008-09-25 16:45여름 같은 가을이다. 벽에 달린 선풍기만이 삐그덕거리며 교실의 무더위를 식히려 애를 쓰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워 보인다. 저거라도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쉬지 못하고 종일 일하는 모습이 딱딱한 의자에 앉아 밤늦게까지 책과 씨름하는 아이들 모습과 교차되어 더 안쓰러워 보인지도 모른다. 수업이 끝나갈 즈음 한 아이를 불렀다. 어제 밤늦게까지 눈이 퉁퉁 부을 때까지 울다가 집에 갔던 아이다. “어제 많이 울었니?” “네.” “어때?” “가슴이 확 뚫린 것 같아요. 언제 막힐지 모르지만요.” “그래? 그럼 이거 한 번 읽어볼래?” 그러면서 읽고 있는 책의 한 부분을 보여주며 읽어 보라 했다. 이런 내용이다. ‘상처는 정말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무서운 독일까? 아니다. 상처야말로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는 물감이다. 상처가 있기에 우리는 진정 깊은 사랑을 할 수 있고 상처 덕분에 따뜻하고 정직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상처를 통해 한층 더 고결한 영혼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다.’ 읽고 난 아이가 싱긋 웃는다. ‘어떠니?’ 하고 물으니 ‘좋아요’ 한다. 울음의 이유를 물었더니 아빠와 엄마의 사이가 많이 안 좋다고 한다. 그래서 답답하단다. 답
2008-09-24 17:08일요일. 아침을 먹고 난 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했던 책을 읽을 요량으로 침대에 누웠다. 대략 30분이 지났을까? 며칠째 계속 이어지는 늦더위에 방안이 후덥지근하여 더는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그제야 조금 시원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삼매경에 빠졌다. 그런데 이 분위기를 깬 것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동네 아이들의 괴성이었다.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듯 소리를 질러가며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이들의 대화였다. 아이들이 내뱉는 열 마디 중 거의 두 마디는 듣기에도 거북한 욕을 포함하고 있었다. 더욱이 아이들은 서로 뒤지지 않으려고 목소리 톤을 높이기까지 했다. 욕하는 데는 남녀 구분이 없었다. 오히려 여자 아이가 욕을 더 잘하는 듯했다. 처음에는 잠시 놀다가 집으로 들어가겠거니 생각하고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놀이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더군다나 소음도 더 커져갔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아이들에게 잔소리할 생각으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놀이터에는 초등학교 남녀 아이들 여러 명이 짝을 지어 재
2008-09-24 09:34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비가 너무 오지 않아 비가 그리워지는데 충분한 비를 뿌려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더위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이 비를 계기로 더위도 좀 사그라졌으면 한다. 어제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평소와 달리 밥이 엉망이었다. 밥이 질고 쌀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함께 식사하시는 한 분께서 주인을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늘 밥을 보니 다시 이 식당에 오고 싶지 않는 생각이 든다. 다른 반찬은 다 좋은데, 어느 식당에 가면 밥이 너무 좋아 그 식당에는 가고 싶어진다.’ 이렇게 말씀을 하고 나니 여주인께서는 표정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 주인이 식은 밥을 데운 건지, 쌀이 좋지 않은 건지, 물 조절을 잘 못한 건지, 불 조절을 잘 못한 건지 몰라도 밥이 영 말이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는 정성이 좀 부족한 것 같았다. 음식에는 정성이 최고인데.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밥맛도 떨어지게 되고 건강에도 유익하지 않을 것인데. 함께 식사하는 분 가운데 어느 분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옛날 밥상에는 밥과 된장과 간장이 고작이었는데 그래도 거기에는 정성과 따뜻함이 깃들어 있기에 최고의 밥상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2008-09-24 0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