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출발한 기차는 하루를 꼬박 달리고도 아직 크즐로르다에 도착하지 않았다. 도착 예정 시간을 서너 시간 남겨두고 지루해지려는 찰나, 작은 역에 기차가 멈춰 섰다. 아주 잠깐 정차한 기차는 다시 작은 역을 떠난다. 찬바람이 객실로 들어오고 잠시 후 아가씨 세 명이 내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외투에 묻은 찬 기운이 후텁지근한 객실을 잠시 시원하게 만들었다. 그녀들은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크즐로르다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했다. 각자 이름을 소개하는데 웃음이 피식 나왔다. 굴샷, 굴나라, 굴자나. ‘굴’ 시스터즈다. 카자흐스탄 여자 이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굴’은 꽃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아주 맛있는 해산물 이름이 굴이라고 하니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하니 크즐로르다에는 한국인 영웅이 살았던 곳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 영웅의 이름을 딴 거리도 있다고 했다. 소련 시절,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고려인 가수 ‘빅토르 최’가 태어난 곳이라고는 알고 있었는데 영웅이 살았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굴 시스터즈 말고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영웅에 대해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 영웅의 이름은 ‘혼벤도’라고 하는데 연관되는…
2021-03-05 10:30동학개미의 잇따른 승전보 주식투자 열풍이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잃기만 한 국내 투자자들이 똘똘 뭉쳐 수익을 내고 있다. 그래서 ‘동학개미’다. 테슬라 등 해외 주식투자에도 나선다. 그래서 ‘서학개미’다(국내 투자자는 1월에 ‘테슬라’만 무려 1조 400억 원을 순매수했다). 실제 이들의 승전보가 이어진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KODEX200선물인버스2×(코스피 200의 하락비율의 2배만큼 수익을 가져가는 상품)’같은 ETF에 투자한 투자자는 ‘매국개미’로 불린다. 이런 일도 있었다. ‘네이버 지식iN’에 어느 투자자가 혹시 ‘환불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BTS의 ‘빅히트’가 상장되자 5천만 원을 투자했다는 이 투자자는 주가가 폭락하자 ‘아직 매입한지 하루도 안됐는데 혹시 환불할 방법이 없나요?’라고 물었다.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우리 투자자들이 얼마나 서둘러 증시에 뛰어든다는 반증이다. 흔한 주식투자 패턴과 주식투자 비결 자산시장이 급등하면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번에도 비슷한 친구나 이웃들을 자주 만난다. 최근 몇 달 동안 부쩍 ‘김 기자는 ##주식 안사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들의 패…
2021-03-05 10:30흔히 서울 등 수도권은 3월 하순쯤 꽃이 피기 시작하는 걸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개나리·진달래·백목련은 3월 하순쯤 피기 시작하는 것이 맞지만, 서울 주변 천마산·화야산·축령산 등에 가면 3월초에, 빠르면 2월 말에도 피는 꽃들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꽃들이 필까. 국내 대표적인 야생화 동호인 모임인 ‘야사모(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이트에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 어떤 꽃이 올라왔는지 살펴보았다. 꽃쟁이들이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올린 꽃은 노루귀(14건)였다. 이어 얼레지(8건), 만주바람꽃과 깽깽이풀(각각 7건), 꿩의바람꽃, 산자고(각각 6건) 등 순이었다. 그다음으로 너도바람꽃, 동강할미꽃, 중의무릇, 올괴불나무, 큰괭이밥, 잔털제비꽃(각각 3건)이 있었다. 이런 야생화들이 3월초부터 산에 들에 피어나니 꽃쟁이들이 담아 올리는 것이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올린 야생화 수가 적긴 했지만 패턴은 예년과 차이가 없었다. 설레는 새봄 첫 산행에서 만나는 앙증맞은 꽃, ‘노루귀’ 먼저 노루귀는 숲속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이다. 3~4월 잎이 나기 전에 꽃줄기가 먼저 올라와 앙증맞은 꽃이 한 송이…
2021-03-05 10:30방학을 보내고 있는 50대 교사 D는 요즘 30대 교사들이 쓴 책을 주로 읽고 있다. 방학을 맞으며 SNS에서 인기 많은 교사가 쓴 책이나 밀레니얼세대 교사들을 인터뷰해서 썼다는 책을 구매했다. 20년이나 후배인 교사들을 옆에서 지켜보니 그들은 소통 DNA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학부모나 학생과 소통하는 방식을 대하는 마인드, 학생들과 나누는 이야기, 통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름을 느꼈다. 그래서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지난 10년간 학교에서 가장 많이 바뀐 것 세상이 바뀌는 속도만큼 가장 빨리 변해야 하는 곳은 학교다. 하지만 학교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교육이란 교사·학생·학부모라는 인적 요소가 핵심인지라 산업발전 속도와는 사뭇 다른 속도감을 느낀다. 학교가 공교육체제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이자 관료제라는 점은 변화에 유연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변한 것이 있다. 바로 소통방식이다. 많은 교사가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소통 방식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크게 변했다고 느낀다. 10년 전 어떤 일이 있었을까. 10년 전 바로 스마트폰의 등장과 카카오톡의 시작이라는 일대 변
2021-03-05 10:30꼴뚜기 (진형민 지음, 황K 그림, 창비 펴냄, 88쪽, 1만 원) 동화작가인 저자가 동화집 꼴뚜기에 수록된 3편의 이야기를 희곡으로 각색한 희곡집으로 ‘인생 최대의 위기’,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가 포함됐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소리 내어 읽고,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하면서 작품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누구나 쉽고 재밌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대사를 간결하고 생생하게 표현했다.
2021-03-05 10:30무지개 파라솔 (유강희 시, 밤코 그림, 문학동네 펴냄, 120쪽, 1만1500원) 유강희 시인의 5번째 동시집. 1부 내 이마를 토독, 2부 개미는 우쭐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갔다, 3부 이렇게 낮게 내려온 무지개는 처음 봐, 4부 멀리 갔던 그 새가 다시 날아와로 구성됐으며 총 40편의 동시로 꾸려졌다.
2021-03-05 10:30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정명섭 지음, 사계절출판사 펴냄, 184쪽, 1만1000원)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빨리 적응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19살 생일이 지나면 좀비가 된다는 설정으로 좀비가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살아남은 청소년들의 생존기를 담았다. 도시와 사람들의 삶이 하루아침에 파괴된 세상 속에서 생존자들을 이끌었던 규빈과 시아의 세대와 십여 년 후 주혁과 민지의 세대 이야기가 교차 서술된다.
2021-03-05 10:30우주를 꿈꾼 여성들 (타냐 리 스톤 지음, 김충선 옮김, 돌베개 펴냄, 216쪽, 1만3000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본격적인 우주 경쟁의 시대에 우주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미국 7명의 우주비행사 ‘머큐리 7’ 그늘에 가려졌던 여성 우주비행사들의 이야기. 우주 비행사 테스트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지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주에 갈 수 없었던 13명의 여성 ‘머큐리 13’의 성공하지 못한 도전을 다루고 있다.
2021-03-05 10:30엄마, 달려요 (대만 산업재해피해자협회 지음, 천루이추 그림, 김신우 옮김, 시금치 펴냄, 48쪽, 1만3000원) 사고로 아빠가 떠나고 갑작스레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아이를 주인공으로 산업재해피해자와 가족들의 아픔과 희망을 그렸다. 어른들의 슬픔에 가려진 아이는 아빠의 부재와 먹구름 속에 갇힌 엄마를 보며 슬픔과 불안이라는 이중고를 겪지만, 엄마에게 함께 밝은 곳으로 달리자며 손을 내민다.
2021-02-05 10:30난 나쁜 친구야 (배다인 지음, 강홍주 그림, 토마토하우스 펴냄, 148쪽, 1만3000원) 아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자 중요한 존재인 ‘친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사건을 그려 낸 단편 동화집. 어린 시절 또래친구들과의 갈등은 혼자만의 힘으로 헤쳐나갈 수 없는 시련이다. 어린이들이 언젠가는 한 번쯤 겪을 법한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 갈 힌트를 5편의 단편에 담았다.
2021-02-05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