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선생님과 함께 식사할 친구는 김정희!” 서로가 낯선 3월을 빨리 좁히기 위해 급식 첫 날부터 매일 돌아가며 마주 앉아 식사하는 것을 시작했다. 정희(가명)는 지독한 편식 습관이 있다. 김치는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 김치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최고의 음식이라고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다. 놀랍게도 선생님과 함께 식사한 이날 정희는 식판을 깨끗하게 비웠다. 이를 본 많은 아이들이 ‘와~’하며 박수를 쳤다. 정희가 겸연쩍은 듯 나와 친구들을 번갈아 보며 씩 웃었다. 새로운 학교에 부임해 처음 만난 아이들에게 우리 반의 급훈은 ‘남과 다르게 그리고 함께’(Creative Teamwork)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우리 반 30명 모두 가정환경도 틀리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도 다른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지만 서로 배려하고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무지개처럼 더욱 아름다운 학급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우리 반 별명은 ‘무지개학급’이다. 또한 필자가 개발하여 수월성 집단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던 ‘무지개형 학습모형’을 이제 일반 학급의 전 과목에 적용할 예정이다. 학생 각자의 숨겨진 잠재능력을 표출하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팀워크 활동을 강화해 아이들 모두
2010-03-16 08:56
지난 일요일, 모 중학교 교장실을 찾았다. 교장이 대학 동기인데 이번에 교장 승진을 받아 축하 화분 하나를 사들고 방문한 것이다. 유리 테이블 위에 분재 하나를 올려놓으니 제법 축하 분위기가 난다.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데 교직에서의 교장 승진, 단 한 번뿐이고 본인뿐 아니라 가문의 영광이다. 교직 선배님은 조선시대 당상관 직위에 해당하는 벼슬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교장실에는 이미 축하난 화분이 여러 개 들어와 있었다. 이제 가까이 있는 청계산으로 향한다. 이름하여 ‘교장 승진 축하 봄맞이 산행’. 계곡물이 녹아 힘차게 소리내어 흐르는 것을 보니 ‘그래, 이젠 봄이야!’를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산길은 눈이 녹아 질퍽거린다. 그늘진 곳에는 잔설이 보인다. 능선길은 곳곳이 빙판이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도 보았다. 그러나 봄이 맞는가 보다. 경사진 곳을 조금만 올라도 숨은 헉헉 대고 이마에는 땀이 솟구친다. 아마도 겨우내 체력이 달리다고 별안간 운동량이 많아지니 그런가 보다. 국사봉(國思峰. 540m) 정상에 올랐다. 제법 많은 등산객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그 중 한사람은 손바닥 위에 땅콩 부스러기를 올려놓고 산새를 부르고 있다. 어느새…
2010-03-16 08:523월이 시작된 지도 벌써 보름 가까이 흘렀구나.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구나. 세상사 돌아가는 소식은 가끔 인터넷 뉴스로만 확인할 뿐이지 선생님들의 관심은 온통 너희들에게 쏠려있단다. ‘설마 그럴라구요?’라고 의구심을 가질지 모르지만, 너희들이 직접 보면 알 것이다. 아홉 분의 담임선생님들은 매일 학교에서 너희들과 함께 하고 있단다. 너희들 상담 자료 만들고 성적 분석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길로 안내할 지 늘 고민하고 있단다. 이렇게 너희들과 묻혀 살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가족들과 얼굴 마주할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너희들의 인생길에 안내자가 될 수 있고 때로는 동반자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하단다. 선생님들도 치열한 입시 전쟁에 나선 상황이기에 긴장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밤을 밝히며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얻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단다. 사람은 어떤 상황과 위치에 놓이더라도 버릇처럼 감사하면서 생활하면 그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한다.그래서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너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2010-03-14 22:14
폭설에도 그 아이의 열정만은 빛났다 경칩이었던 6일, 영동 동해안에 내린 눈이 전국고등학교 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되는 10일까지 계속 이어졌다. 아침 등굣길은 도로에 쌓인 눈으로 교통 혼잡을 이루었고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편 폭설로 아이들의 지각이 염려됐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발걸음이 향한 곳은 교실이었다. 교실 문을 열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명의 아이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이 아이는 원거리에 살고 있기에 평소에도 통학하기가 불편했다. 그럼에도 이 학생은 지각을 한 적이 없었다. 고3에 올라와 처음으로 실시되는 학력평가에 기대를 거는 아이들이 많았다. 성적이 상위권인 이 여학생은 이번 시험을 내심 기다리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만에 하나 이 여학생이 시험을 못 볼 경우,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날씨 탓이라 생각하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하였다 . 제1교시(언어영역) 시험을 치러야 할 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 아이의 집에 전화를 해봤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요즘 연일 내리는 눈에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설 때가 많다고 했다. 우
2010-03-11 08:57
3월은 각급 학교 새 학년 새 출발의 달이다. 선생님들도 새로 전입한 선생님들과사귀기에 바쁘다. 부서별로 단합모임을 갖기도 한다. 그 계기의 하나가 환영회다. 우리 학교도 48명의 교원 중 기간제 교사를 포함, 17명의 선생님이새로 부임했다. 무려 35%가 바뀐 셈이다. 친목회 주관으로 환영회를 준비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음식 메뉴다. 메뉴에 따라 음식점이 정해진다. 과거의환영회를 보니 주로 돼지갈비, 삼겹살, 생선회 등이다. 지난번 송별회는 횟집에서 했는데 술값을 포함해 꽤 많은 돈이 나옸다.석별의 정을 진하게 나누었다고나 할까? 이 비용 모두가 교직원 부담이다. '소경 제 닭 잡아먹기'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좋게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술이 이성을 잃게 하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회식 문화를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공식적인 모임은 1차로 끝내고 술은 건배 제의용으로 끝내고. 2차는 가고 싶은 사람끼리만 가고. 어찌보면 재미 없는 직장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차, 3차로 이어지는 술문화는 개선되어야 한다. 여선생님이 무려 80%가 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2010-03-11 08:55학교에 있다 보면, 각종 문제를 일으키거나 부적응을 보이는 학생 선도와 관련하여 선생님들이 무심결에 내뱉는 얘기 가운데서 참으로 듣기 불편한 소리가 하나 있다. “집에서 제 부모도 못 휘어잡는(포기한) 아이를 선생이 무슨 수로 가르치겠어요? 잘 되건 못 되건 그냥 내버려 두는 수밖에….” 어찌 생각하면 맞는 얘기 같기도 하다. 직접 낳아 기른 부모도 제 자식을 어쩌지 못하고 내버려 두고 마는 상황에서 선생님이 그 무슨 전지전능한 재주를 가진 것도 아닌 바에야 빗나가고 비뚤어진 아이를 일조일석에 바로잡는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문제되고 학교에서 골칫거리인 아이라 해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장차 어떻게 될까? 결국 비행과 범죄의 나락에 빠져들어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고 나아가 사회적 안정까지 크게 위협할 수도 있다. 가정에서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 사는 것도 힘든데 말썽만 부려서 끝내는 부모조차 포기한 아이, 그리하여 학교 집단 내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라 해서, 무한한 변화가능성에 대한 희망조차 포기해 버린 채 그들에 대한 선도나 교정 노력을 선생님들이 게을리 한다면 그것은 교육
2010-03-11 08:51충북대학교 사범대학장을 역임 하신 물리학계의 권위자 김영대 박사께서 지난 2월말 향년 76세로 세상을 뜨셨다. 고향인 충주시 용관동 벌미 마을 양지 바른 곳에 영면하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후진 양성에 생애를 바치신 김영대 박사의 업적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교직에서 정년을 하시면 대부분 개인취미생활로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분들이 많은데김 박사님은 물리영재를 기르며 여생을 마치셨다. 충북대에서 정년을 하신 후에 물리영재를 기르기 위해 거주하시는 청주의 살림집 2층에 AE연구소를 만들어 초중고 물리영재학생들을 10여 년간 가르치셨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사재를 써가며 무료로 물리 꿈나무들을 가르치셨다. 주말 오후엔 충주와 단양을 찾아오셔서 임시로 빌린 작은 강의실에서 영재아이들을 가르치셨다. 단양가곡중학교에 근무하는 제자인 어윤재 선생님께서 박사님의 유지를 받들어 영재교육에 혼신을 다하여 함께 노력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생님의 실력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소문으로 듣고 서울의 영재들도 공부하러오고 박사님께서도 직접 서울까지 가셔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셨다. 박사님은충주교현초등학교를 걸어서 다녔다고 한다. 충주사범학교 졸업 후 서울대
2010-03-09 17:56
자녀의 신학기 선물로 고민하는 분이 많다. 무엇인가 사주고 싶은데 특별한 것이 없다. 사실 옛날 가난할 때야 가방이 선물이 되고 옷가지가 선물이 됐다. 책 한권, 필기도구 하나도 기념품이 되었지만 지금은 컴퓨터에 휴대전화기까지 다 가지고 있어서 도대체 새로 사줄 것이 없다. 하지만 아직 사주지 못한 것이 있다. 국어사전이다. 국어사전은 컴퓨터보다 휴대전화보다 중요한 물건이다. 국어사전이야 말로 가져도 되고 안 가져도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자녀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언어는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기 위한 도구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의 주된 기능도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에 의해서 실현된다. 일을 할 때 도구를 쓸 줄 모르면 일이 서툴듯이, 공부할 때도 언어를 모르면 학습이 힘들어진다. 모든 교과의 도구가 되는 국어 어휘력이 향상되면 학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어휘력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책을 많이 읽는 방법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그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사전 활용이다. 사전 찾기는 개념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 깊이 있는 학습 과정으로 들게 한다. 국어사전 사용 습관은 공부를 잘하는 길로 가는 첫걸음이다. 상급 학년이…
2010-03-08 16:03오늘은 퇴임식 및 송별회 하는 날이다. 해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2월 달은 학교에 근무하는 날이 많지 않기 때문에 너무나 바쁘게 생활을 하게 된다. 학년말 종업식 준비와 졸업식, 정·명예퇴직 및 인사이동으로 동료교사들도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다. 이러한 때 대전초등교원상조회와 대전교총 업무 및 전국초등수석교사 협의회장을 맡은 필자는 너무나 바쁜 생활을 해야만 했다. 더구나 대전초등교원상조회는 회계결산연도가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이기도 하지만 2400여 명이나 되기 때문에 결산보고를 준비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또 2월 말에 정·명예퇴직 하는 분들의 부조금 신청이 폭주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겨울방학과 학년말 방학이 있었지만 제대로 하루 편히 쉬지 못했다. 송별회는 오후 6시부터시작하는데 일을 하다 보니 벌써 오후 6시를 넘고 있었다. 급히 서둘러 식장으로 갔다. 아래층에 명예퇴직을 하시는 분들이 보였다. 준비를 하고 있다가 예식이 시작이 될 때쯤 교장선생님이 함께 올라올 것이다.식장으로 들어갔다. 대체적으로 퇴임식에는 ‘000 교감선생님 명예로운 퇴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러한 문구를 보게 되는데 이번에는 ‘떠나시는 선생님 건강과 행운
2010-03-08 14:013월이 되면, 학생들은 싱그러운 설렘과 벅찬 기대를 안고 새 학년을 맞이한다. 한 학년씩 진급하여 마치 어른이라도 된 듯 기뻐하고, 새로운 선생님과의 시작이 즐겁기만 하다. 전 학년도에 소홀했던 자기 생활에 대한 반성과 다짐으로 새 일년을 시작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봄비를 맞아 부푼 꽃망울처럼 생동감이 넘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갈고 다듬어 아름다운 꽃이 필 수 있도록 해야 할지 고민해 봤다.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들이 참으로 많지만…. 교장이 된지 6개월. 한 학기 동안 교장으로써의 역할보다는 교장 수습기간이라 생각하고 3월의 새 학년도에 대한 준비에 골몰했었다. 거창한 교육철학이나 경영관이라는 큰 틀 짜기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가서 크게 미칠 영향력(교육력) 있는 일들을 하고 싶었다. 마침내 전반적인 학교교육과정의 운영과 더불어 전체 학생들에게 미칠 작은 사업들 몇 가지를 선정했다. 그 중에서도 독서를 통한 바른 인성과 알찬 지혜를 키우는 일이 참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침독서 시간(20분간)을 설정해 전 학생은 물론 전 교직원까지도 책을 읽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 등교한 학생들이 특별히 하는 일
2010-03-06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