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각 부서에서 요구하는 자료 때문에 담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이에 모든 담임은 각 부서에서 요구한 제출일자를 지키기 위해 야근까지 감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과중한 업무로 진작 이루어져야 할 아이들과의 상담이 늦어지고 있었다. 담임 경험이 많은 교사의 경우, 일정에 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그나마 감지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담임 경험이 없는 교사의 경우, 모든 일이 익숙하지 않아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 담임을 하면서 느끼는 바이지만, 새로 맡게 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담임인 내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지 등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다가가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야자타임’이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야자타임’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선생님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가끔 아이들의 지나친 언사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화를 낸다면 ‘야자타임’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야자타임 날짜와 시간을
2010-04-02 23:15
여고에서의 생활은 여학생들이 자신의 내신 성적을 걱정해 미술이나 음악 시간에도 꼼꼼히 준비하고 시간 중에 열심히 노력하므로 지도교사의 신경을 크게 거슬리게 하지 않는 점이 좋았는데, 1996년 다시 실업계고교에 발령받아 내 교직생활에서 가장 험난한 4년을 보내게 된다. 첫해 신학기 시작 전부터 조짐이 왔다. 야간부 수업까지 맡아야 하는데 그 시간이 2시간, 그 외 산업계특별학급 1시간 총 시수 19시간이란 것. 이미 단단한 각오가 돼 있고 다른 방도가 없기에 그렇게 맡겠다고 약속했는데이틀 정도지나 2부 교무부장이 불러 가보니 2시간 잘못 계산한 점 양해를 구한다며 총 21시간이라고 통보했다.착각할 게 있지 머리끝까지 치솟는 원망을 억누르고 매주 2시간 늘어나는 수업은 맡을 수 없다고 버틴 결과, 합반 강행 총 19시간으로 조정했지만 퇴근시간에 남아 가르치거나 한 교실에 남학생 100여명을 앉혀놓고 입시강의도 아닌 실기수업 합반이라니. 수업이 끝날 무렵 오는 학생, 붓 한 자루 없이 오는 학생, 허점 보이면 대항하는 학생, 쉬는 시간 잠시 눈 돌리면 폭행사고 내는 학생들을 일일이 따지고 갋으며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후배교사가 겸무로 온 덕분에…
2010-04-02 17:21언제는 학교의 교장 자리가 중요하지 않았을까마는 최근 들어 교육혁신의 핵심기제로서 단위 학교 경영의 자율성과 책무성이 강조되는 한편으로 학교장의 권한과 역할 그리고 그 선발방법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됨으로써 교장 직이 새삼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학교의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하는 임무를 갖고 있는 교장의 자리. 어찌 보면 학교경영의 전권을 쥐고 있는 무소불위의 자리라고도 할 수 있으며, 그 경영능력 따라 학교 교육 전체가 죽고 사는, 참으로 막중한 역할이 교장에게 주어져 있다 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토록 중요한 교장자리이건만 세간에 비쳐진 학교장의 이미지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작금의 언론보도에서 보다시피 그 자리를 둘러싸고 빚어진 교육계 내부의 구조적 인사비리라든지, 일부 학교에서 드러난 직권의 남용과 부패사례는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성실하게 일하는 대다수 교원, 특히 교장들의 사기가 떨어짐은 물론 교육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교단 현실에 비추어 보건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교장은 개인적…
2010-04-02 17:10서글픈 교육 비리 '수학여행 뒷돈 교장 대거 적발, 대규모 징계사태 불가피' 요즈음 연일 터지는 교육계의 비리는 이제 정점을 향해가는 모양이다. 인터넷에, 텔레비전 방송으로 신문으로 대서특필되는 교육계의 비리 문제는 이제식상할 정도다.이미 공정택 전 교육감이 뇌물수수 사건으로 시끄럽던 교단이다. 그러니 일부의 문제라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라고 강변해 봤자 말하는 사람만 더 우습게 된 현실이다. 교육계 비리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나는 요즈음 교단에서 연일 터지는 비리문제를 접하며 이제야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철저히 밝혀서 뿌리를 뽑고 거듭나는 모습을 보일 때라는 생각이 간절하다. 결코 덮어서 더 큰 문제를 잉태하지 않도록 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경리를 보았던 3년 차 교사의 비애 나는 교단 경력 3년 차 나던 해의 고난을 결코 잊을 수 없다. 2월 초에 첫 아이를 낳고 한 달도 쉬지 못하고 3월 첫날 학교에 나가니 6학년 담임에 경리, 봉급 관리,비품 관리에다 과학, 합창부, 수학경시부까지 맡기는 바람에 교무실에서 울고 말았고 그 해에는 방학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바로 경리였
2010-03-31 09:491, 2학년 14명 짓기 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전교생이 4시까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1, 2학년은 다시 보육프로그램까지 참여합니다. 나는 2학년 담임이라 전교생을 대상으로 두 학년씩 묶어서 짓기 지도에 참여합니다. 학년 수준이 맞지 않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년 발달 수준에 맞추어 지도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글을 모르는 아이, 떠듬떠듬 읽는 아이, 진도가 빨라서 심심해 하는 아이, 학년 발달 수준이 한참이나 다른 1, 2학년을 함께 앉혀놓고 방과후 짓기 교실을 여는 나는 늘 고민에 빠집니다. 다 함께 즐겁고 유익한 짓기 시간이어야 하니까 말입니다. 이제 겨우 '우리들은 1학년'을 공부하는 1학년 아이들이지만 아직도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글 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우리 반 2학년 아이들을 4시간 공부시키는 것보다 더 힘듭니다. 글쓰기의 기본이 자기 생각 나타내기, 새로운 생각 끌어내기, 더 나아가 아름답고 솔직한 표현 찾아서 글로 표현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해야 함을 생각해야 합니다. 짧은 글 쓰기, 상상되는 낱말 찾기, 끝말 잇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
2010-03-31 09:44내년 8월이면 33년간의 교직생활을 끝내야 한다. 남은 1년 5개월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33년 동안 해온 교직생활을 생각하면 짧지만 지금 새로이 1년 5개월 동안 해외여행을 떠난다거나 유학길에 오른다고 가정하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마음 먹기 따라서는 큰 업적을 쌓거나 대작을 한 편 완성할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직장 내에서 이제 제일 연장자가 되었다. 나 이외에 나를 더 잘 이해할 사람이 누구인가. 아무도 없다. 모든 선배가 갔던 길이고 모든 후배들이 가야 할 길이지만 내가 처한 시점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을 수는 없다. 정년까지 똑같은 시간이 남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드리는 태도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른 사람 얘기를 참고는 하되 맹목적으로 받아드리지는 않는다. 나만의 목표를 갖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혹자는 이제 직장생활이 지루할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반대로 빨리 서둘러 퇴직 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의견에 귀는 기울이지만 나만의 행동강령을 갖고 나머지 기간 봉직할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데 왜 억지로 노년을 자처하고 말년을 염두에 두는가. 직장생활로 내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이 직장에서 퇴직하면 또…
2010-03-28 22:16
필자는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려 4시간 동안 면접관으로 활동했다. 경기도 차세대위원을 선발하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16개 시도에 모두 구성되어 있는데 타시도는 명칭이 '청소년참여위원회'다. 위원회는 청소년들이 청소년 정책 및 사업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하여 청소년 시책의 실효성 제고 및 청소년 권익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올해 구성되는 위원회가 11기이니 벌써 10년의 역사다. 주요 활동 내용을 보면 청소년 정책 및 사업에 대한 의견 제시, 자문 및 평가,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 토론회 캠페인 등 개최 및 참여, 경기도 차세대위원회 자체 기획·추진 사업, 청소년특별회의 지역회의 활동 등이다. 이 위원회 정원은 25명으로경쟁도 치열해 229명이 원서를 제출, 서류 심사를 거친 50명이최종 면접을 치뤘다.고등학생이 대부분이고 대학생, 휴학생, 다문화 학생, 장애인 등도 있고 경기도내 각시군에서 골고루 응모했다. 면접심사 기준은 정책 제안의 이해도 30점, 활동 의지 40점, 성실성과 책임감 15점, 지원 동기 15점으로필자의 채점 결과는 모두 90점 이상이었다. 이들의 능력과 수준은 무척이나 높았다. 자기 소개와 지원 동
2010-03-27 23:21
일반계 고교에서 8년이지나 C상고(현 일반계고교 전환)로 발령이 났다. 과목별 인원 조정 착오로 미술교사 2명이 됐다.내게 교생실습지도를받은 적 있는 젊은이가 배정돼 와서 자신은 수업시수가 많아도 미술과목만 맡겠다기에나머지 미술 4시간 한문 10시간을 가르치는 행운을 딱 1년 누렸다.나의 전공인 미술은 학생의 개성적 창의적 발상과 수행학습이 절대적이지만 한문은 읽고 쓰고 뜻을 밝혀 문장에 적용하는 과목 아닌가. 오래 전에 국어 영어를 가르친 경험도 있고 해서 교과서 중심의 전통적 교수 학습전개 방법의 수업은 쉬웠다. 교정이 워낙 넓고 야구장까지 갖춘 학교라 처음으로 바깥에서 풍경화 실기수업을 감행했다.이곳저곳 맘에 드는 구도를 찾아 돌아다녀야 하는 수업이라 교실에서처럼 학생들을 관리하기가 더 어려웠고 미술실수업은 청소하기가 힘들었다. 1988년 마흔 살에 이룬방송통신대학 합격은 또 한 번의 인생 새 출발이었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학습관에 가다가 한 번은 고등학교 제자를 만났다. 대학 4년 졸업 후 법학과 3년에 편입했단다. 전공은 달라도 나보다 선배 학년이었다. 늘 동생 같고 조카 같은 동기생들과 스터디클럽을 만들어 서로 정보를 공유했고, 녹음기가 탑재된…
2010-03-27 23:13
고생 끝에 낙인가. 지난 6년 농촌학교의 추억과 겸무 1년의 고행을 뒤로하고 대구명문 D여고에 발령을 받았다. 지난해 여고 수업경험은 보약이 된 셈이다. 학교가 시내 한복판에 자리했던 시절 30여분을 걸어서 출근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일도 짐처럼 실려서 가는 일도 마음 편치 않았다. 수업 20시간, 담임을 맡지 않았으나 3주 이상 임시담임 한 적은 있었다. 일생 처음으로 장만한 내 집 근처 범어동 교사로 이전한 후 한동안은 환경정리가 벅찬 일이었다. 수십 년 학교 복도와 계단 벽면을 장식했던 작가나 졸업생들의 미술 서예작품 액자들을 그대로 옮겨와 신축건물 4층 전체의 빈 공간에 배치하고 진열하여 사람 사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단장하는 일은 노동이요 부역이나 다름없었다. 유리액자 서예이거나 작품 규격이 웬만하면 100호, 200호에 해당하는 그림들이라 고용직 직원 외 미술교사는 나 혼자뿐이어서 높이와 좌우 여백에 맞도록 위치를 정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81학년도 고입연합고사 출제위원으로 선발됐다.과목마다 가장 훌륭하신 여러 선배 교사 분들 가까이에서 입시업무를 담당하는 경험을 쌓았다.대구은행 저축포스터공모전 소식을 듣고 수업시간 중 가장 색채 감각이 뛰어나고
2010-03-27 23:04고교 동창 아들이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왔다. 짐작하건데 친구의 아들은 서른 둘 셋은 됐을 것이다. 나보다 결혼을 몇 해 먼저 했으니 우리 아이들과 비교해보면 그렇게 짐작이 되는 것이다. 이 친구는 중학교 입학 때 전교 일등을 하고 그 후로 6년 동안 반장을 도맡아 해 친구들 사이에서 지명도가 높다. 나하고는 고2 때 서클을 만들어 같이 활동했으니 각별하다. 결혼식장은 영등포 공군회관이다. 친구가 공군 사병 출신이라 아들 결혼식을 공군회관에서 한 것인지, 아들이 공군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조금 일찍 출발했는데도 교통체증으로 허둥지둥 식장으로 들어갔다. 식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신랑신부가 주례 앞에 서 있고 사회자가 주례자를 소개하고 있었다. "주례자 아무개는 공학박사이며 모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십니다. 신랑 아버지와는 중고등학교 동창으로 50년 지기이기도 합니다." 나는 양가 부모석을 살펴보았다. 단정하게 앉아 있는 친구 내외의 모습이 보였다. 가득찬 하객석에도 친구 몇몇이 자리하고 있었다. 식장엔 들어가지도 않고 바로 피로연장으로 가는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하여 꽤 여러 명의 친구들이 식장에 남아 예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례자
2010-03-23 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