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 학생들은 싱그러운 설렘과 벅찬 기대를 안고 새 학년을 맞이한다. 한 학년씩 진급하여 마치 어른이라도 된 듯 기뻐하고, 새로운 선생님과의 시작이 즐겁기만 하다. 전 학년도에 소홀했던 자기 생활에 대한 반성과 다짐으로 새 일년을 시작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봄비를 맞아 부푼 꽃망울처럼 생동감이 넘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갈고 다듬어 아름다운 꽃이 필 수 있도록 해야 할지 고민해 봤다.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들이 참으로 많지만…. 교장이 된지 6개월. 한 학기 동안 교장으로써의 역할보다는 교장 수습기간이라 생각하고 3월의 새 학년도에 대한 준비에 골몰했었다. 거창한 교육철학이나 경영관이라는 큰 틀 짜기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가서 크게 미칠 영향력(교육력) 있는 일들을 하고 싶었다. 마침내 전반적인 학교교육과정의 운영과 더불어 전체 학생들에게 미칠 작은 사업들 몇 가지를 선정했다. 그 중에서도 독서를 통한 바른 인성과 알찬 지혜를 키우는 일이 참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침독서 시간(20분간)을 설정해 전 학생은 물론 전 교직원까지도 책을 읽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 등교한 학생들이 특별히 하는 일
2010-03-06 20:48지난 3일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학년도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2008학년도 전국 최하위 권에 머물렀던 충북의 성적이 최상위 권으로 향상되어 충북교육의 가능성이 입증됐다. 그 동안 기초미달학생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1대1 맞춤교육과 방과 후 교실에서 다양한 지도를 해온 학교현장 선생님들의 얼굴엔 모처럼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2008학년도에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평가를 하기 전에 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공개해 많은 파장을 불러왔었다. 성적조작 사건이 터졌고 성적이 하위권에 머문 시군교육청에서는 몸 둘 바를 몰라 했으며 교육감까지 도민에게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현 교육과정에서는 평가를 서술식으로 하여 학교현장에서는 점수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데도 일부분 원인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009학년도에 치러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는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고 2008학년도 평가결과를 면밀하게 분석, 대책을 수립한 다음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바쳐 지도했다. 소년체전에서 전국 4위를 차지한 자긍심을 살려서 도민의 기대에 어긋났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했다. 성적이 향상 되려면 암기위주로…
2010-03-05 14:56오유오무(五有五無)란 우리 학교에서 꼭 있어야 할 다섯 가지와 사라져야 할 다섯 가지를 말합니다. 오유(五有)는 ‘미소, 인사, 칭찬, 재치, 명상’이고 오무(五無)는 ‘사교육, 핸드폰, 흡연, 폭력, 타종’입니다. 우리 학교에 반드시 있어야 할 오유, 즉 ‘미소, 인사, 칭찬 재치, 명상’의 다섯 가지 항목은 즐겁고 여유로운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를 의미합니다. 입시 경쟁에 찌든 인문계등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어들입니다. 특히 우리학교 같이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에서 과연 이같은 다섯 가지 항목의 여유로움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다섯 가지 항목은 완성도 높은 인성교육을 통해 오유를 반드시 실현해야 하고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학생들은 미소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하루의 시작도 웃음으로 시작돼야 합니다. 친구들의 만남도 웃음으로 시작돼야 합니다. 우리 선생님들과 만남도 웃음으로 시작돼야 합니다. 그래야 삶이 행복해집니다. 삶이 윤택해집니다. 삶의 여유가 생깁니다. 그리고 항상 웃는 모습으로 인사하는 것이 습관화 돼야 합니다. 또 친구를 보면 먼저 그 친구의 좋은 점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선생님을 보
2010-03-04 17:23금년부터 교과부가 토론식 수업방법을 새로운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주입식 교육으로는 클로벌 인재 육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이젠 더 이상 간과해서는 교육의 국제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을 이제야 인식한 것 같다. 미국에서 토론식 교육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로 알려진 필립스 엑시터의 ‘토론교육 현장’을 보면 보통 대학 상급 학년이나 대학원에서 하는 수업을 여기서는 9학년 때부터 훈련받고 11학년이 되면 능숙하게 토론을 하며 자유자재로 질문하고 답하는 분위기가 이뤄진다고 한다.교사가 다수의 학생들을 앞에 두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우리 교육의 현실과는달리 교사와 10여 명의 학생들이 하크네스 테이블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들 간의 대화를 통해 모든 수업이 진행된다. 45개의 하크네스 테이블이 교실에 처음 등장한 지 80여년이 흐른 현재도 하크네스 테이블은 모든 교실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인문계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음악 등 모든 과목에서 하크네스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학교들이 토론식 수업을 시도하고 자랑하지만 필립스 엑시터처럼 하크네스 이념이 매일 모든 수업에서 실현되는 곳은 없다. '하크네스'란 타원형의 테이블이나…
2010-03-03 17:03흔히들 공무원을 가리켜 철밥통이라 한다. 한 번 임용되면 커다란 잘못이 없는 한 그 직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계발을 게을리 해도 누가 무어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 모습이 국민들의 눈에는 좋지 않게 보인다. 교원도 국가공무원이다. 학생들이 변하고 학부모들의 요구가 변하고 시대가 급변하건만 교직은 지극히 보수적이다. 변화 수용이 더디다. 변화를 선도해야 하는데 변화를 쫒아가기 바쁘다. 그래서 때론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학교의 기간제 교사 취업, 경쟁이 치열하다. 한 번 ‘불성실’로 낙인 찍히면 재취업이 어렵다. 금방 소문이 나기 때문이다. 젊은 기간제 교사들의 교육 열정이 대단하다. 정규교사 못지 않을 뿐더러 그들을 능가하기도 한다. 기간제 교사들은 이력서를 항시 준비하고 있고 자기소개서를 최신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놓는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교장의 면접에서도 준비되어 있는 자세다. 그렇다면 정규교사는? 반성할 점이 있다. 전보교사의 경우, 새학교로 발령통지서 한 장 갖고 방문한다. 이미 근무지를 국가가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학교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은 있지만 그래도 기간제…
2010-02-27 15:393월이다.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 키는 얼마나 컸을 것이며 또 마음들은 얼마나 자라있을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간에 경쟁의 사슬에 옭매어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방학은 말 뿐일 뿐,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가랴, 혹은 개인과외 받으랴 마음 놓고 쉴 틈이 없었을 아이들이 짠하기도 하지만 두 달여 만에 만나게 되는 아이들의, 봄처럼 싱그럽고 풋풋한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방학동안 학교는 조용했고, 귀찮은 사건도 일어나지 않아 골치 아플 일도 없었다. 선생님들은 공부를 가르치지 않는 동안 차분히 스스로를 돌아다볼 시간이 있어 좋았고 부족한 전문성을 보충할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재충전의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무한정 쉴 수만은 없는 법. 이제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가르침의 의욕을 불태워야 한다. 겨울을 인내한 강인한 생명력으로 수액을 빨아올려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나무들처럼 무지개빛 꿈을 펼쳐 나가는 아이들. 생각하면 하나하나 더 없이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인 그들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끄집어내 줌으로써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행복한 삶의 길로 인도하는 교육자의 역할은…
2010-02-26 18:00"사람의 동기를 의심하는 순간, 그의 모든 행동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마하트마 간디 오래 산다는 의미 노자는 '죽어도 잊혀 지지 않는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이다(死而不忘者壽)'라고 했고 '논어'에는 '인자수(仁者壽)'라는 말이 나옵니다. '어진 사람은 오래 산다'는 뜻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오래 산다는 뜻은 마음에 남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육신만 오래 살고 이름은 오명을 썼다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형용사로 살펴본 '어질다'는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행이 높다'입니다. 교직 경력 30년 동안 나를 거쳐간 제자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들은 바로 '어진' 아이들이었습니다. 지난 해에도 나는 12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1년 동안 가장 강조한 교육이 바로 어진 사람, 즉 아이들 말로 옮기면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똑같은 교실에서 같은 책으로 공부하고 같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지만 그 중에는 분명히 다른 아이들보다 착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바른생활 시간이나 착한 어린이 상을 추천할 때 반드시 아이들의 의견을 묻곤하는데, 그 때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착한 어린이와 내가 생각하는 착한 어린이
2010-02-26 17:49학년말 종업을 며칠 앞둔 때였다. 우리 반의 체육수업은 교담이 하고 있었고 담임인 나는 체육교과 중 보건 영역 수업만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겨울방학 이전에 체육수업이 모두 끝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옆에반 선생님은 교육과정의 수업시간과 상관없이 아이들을 운동장에 나가서 저희들끼리 공차며 놀라고 해주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반 아이들은 너무도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반 아이들도 그렇게 해주라고 졸라 대었다. 그래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내일 그렇게 해주마고 대답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다음날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그럼 강당에라도 가서 피구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강당은 유치원이 졸업식 행사를 하기 위해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불만의 표현으로 교사인 나에게 욕을 했다는 것이다. 직접 듣지는 못했으니 전해들은 말로는 ‘아~, ××년이 체육도 안 해줘!’ 라고 했다는 것이다. 너무도 충격이 컸다. 교사로서의 자괴감을 이렇게 크게 느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1년 동안 아이들에게 뭘 잘못했을까? 자괴감과 마음이 아픈 상태에서 나에게 욕을 했다는 두 아이를 불렀다. 그두 아이는평소 활발하고
2010-02-26 17:40만나고 헤어지는 일. 나이 먹다 보면 늘 경험하는 일이라 무감각해지기 쉽다. 그래도 몇 년씩 얼굴을 맞대고 사는 직장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은 의미가 남다르다. 4년을 근무하던 문의초등학교를 떠나 3월 2일부터는 상당초등학교에서 근무한다. 면단위학교는 근무기간이 5년이라 1년을 더 근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래 전부터 어느 학교에서 몇 년 근무하느냐보다는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는 일에 의미를 두고 있다. 학교 이동을 결정했지만 나이가 몇인지를 궁금해 하면서 유난히 나를 따르던 아이들에게는 미리 말할 수 없어 학부모님들에게 의미 있는 글을 보내며 떠날 준비를 했었다. 아이들과 처음 만나던 날이 생각납니다. 양성산 위에서 내려다보던 잔설만큼이나 추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사랑으로 따뜻하게 감싸겠다는 다짐을 했었지요. 세월은 유수와 같이 빠르게 흘러 그저 몇 달 쯤 웃고 떠들며 추억남기기를 한 것 같은데 아이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그래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부쩍 성장해 제법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우리 반 아이들이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이제 며칠 후면 새학년이 시작됩니다. 늘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고, 되바라지지 않으면서 남을 위해 봉
2010-02-22 20:44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졸업식이 진행되는 2월은 그야말로 졸업시즌이다. 올해도 세인의 주목을 끄는 이색졸업식이 경쟁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부 학생들의 졸업식 뒤풀이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세인의 지탄을 받고 있기에 너무 안타깝다. 아직도 추위가 남은 겨울 끝자락에 하필이면 알몸으로 뒤풀이를 하는가? 그 학생들의 행태는 정상을 벗어난 낯 뜨거운 행동이며 졸업생들의 뒤에는 그들을 조정하는 선배나 폭력배들이 있다면 이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근절을 시켜야 할 일이다. 입학을 시작으로 보면 졸업은 마침이요,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졸업은 또 다른 시작임이 분명하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새로운 학교생활을 설계하고 준비하는 기간이 2월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2월은 썩은 달이라고도 악평을 하기도 하는데 생각에 따라서는 매우 의미 있는 달이라고 볼 수 있다. 한 학년도를 마무리하고 준비하는 달이요,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의식이 있고 새 학년도를 준비하는 아주 의미 있는 기간이다. 선생님들도 인사이동이 있어 오고가는 정을 나누며 아쉬움을 곱씹는 달이다. 그래서 1년 중 가장 짧은 달인가 보다. 우리학교도 올해 60회 졸업식을 치렀다.
2010-02-22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