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1일의 감격이 아직도 새롭다. '선생님은 개그맨'이란 제목으로 한교닷컴에 처음으로 글을 올렸을 때의 긴장과 설렘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서원순 선생님께서 그 글에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주시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을 때, 비로소 학교 밖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그분들이 필자의 글을 읽고 있다는 것에 실감이 났다. 그동안 한교닷컴 리포터로 열심히 활동하면서 필자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기사를 쓰기 위해 처음으로 거금을 주고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했고, 사진 찍는 기술과 기사작성법을 익히기 위해 직무연수에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덕분에 학교에서는 학교신문을 비롯해 홍보부 일을 도맡아서 해왔고 가끔 밖에서 교육과 관련된 무슨 큰 행사가 있으면 빠짐 없이 필자를 불러 기사거리를 제공하는 고마운 분들도 생겨났다. 2006년 이후 하루하루를 한교닷컴과 함께 동고동락해왔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세월이었다. 수많은 리포터 분들과 그 기사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의 글들을 꼼꼼히 읽으며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비록 얼굴은 직접 뵐 수 없었지만 리포터 한 분 한 분께서 올리신 글 속에는 학교현장의 생생한 움직임과 그
2010-04-20 15:42재작년 여름방학을 며칠 앞둔 7월 중순경이었다. 교무실 옆자리에 앉은 어느 선생님한테 한 학생이 찾아왔다. "선생님, 오늘 야자 감독이시죠? 야자 조퇴 좀 시켜주세요." "음…. 어디가 아프니? 그럼 먼저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조퇴하렴." "저…. 선생님이 바로 제 담임선생님이신데요?"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리포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썼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그리고 난감한 표정을 짓던 당사자인 담임선생님과 그 학생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3월초에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형편이라 사실 반 학생들을 완벽하게 기억하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여름방학을 며칠 앞둔 시점까지 반 학생들의 면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칫 무성의한 담임으로 비쳐질 염려가 있다. 얼마 전, 한 잡지사에서 인기 있는 선생님의 조건에 대한 여론조사를 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학교 생활을 하면서 좋아하는 선생님과 싫어하는 선생님의 유형 중 각각 한 가지씩을 무기명으로 자유롭게 써내게 하여 가장 많은 답변부터 순위를 매긴 것이었다. 1위가 유머 감각이 뛰어나 수업을 아주 재미있게 하여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치는 선
2010-04-18 12:32‘천안함’사건이 남긴 교훈을 곱씹어 보아야 금요일(16일) 조회시간. 교실 문을 열자 여느 때와 달리 교실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어수선했다. 영문을 몰라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들의 화제는 어제(15일) 실시된 천안함 함미 인양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아이들은 방송에서 접한 실종 전사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이야기하며 마음 아파했다. 심지어 전역을 앞둔 한 병사의 안타까운 사연에 눈시울을 붉히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교실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기에 내심 아이들이 이 사건에 대해 무관심한 줄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이 사건을 알면서도 표현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이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이라고 답을 주지 못했지만, 이 사건에 대해 아이들 또한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아이는 죽은 장병에 대한 넋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의 원인을 꼭 밝혀내야 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리고 한 아이는 인터넷 사이트에 남긴 자신이 쓴 추모의 글을 낭독하며 많은 아
2010-04-18 12:29선생님은 아이들의 무분별한 교무실 출입에 스트레스 받는다 월요일 점심시간. 식사를 하고 난 뒤 교무실로 돌아오자 우리 반 아이들 여러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담임인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잊은 채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 소리가 너무 커 교무실 전체가 소란하기까지 했다. 교무실은 대부분의 선생님이 식사하러 가고 몇 분의 선생님만 휴식을 취하고 있어 다행이었지만 순간 아이들의 그런 모습에 화가나 소리를 질렀다. “이 녀석들, 교무실이 너희들의 놀이터냐?” 그제야 아이들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내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한 아이를 부축하고 있던 아이가 말을 했다. “선생님, 〇〇가 많이 아파 병원에 보내야겠는데요.” “그런데 나머지 아이들은 무슨 볼일 때문에?” 내 질문에 누구 하나 대답하지 않고 서로 눈치만 살피는 것이었다. 짐작하건대 나머지 아이들은 특별한 볼일 없이 그냥 따라온 듯했다. 어이가 없어 재차 아이들을 꾸짖으며 교무실 금지령을 내렸다.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시는 교무실에 내려오는 일이 없도록 해. 알았어?” 아이들은 교무실에 그냥 따라온 것에 후회스러운 듯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한 아이를 줄줄이…
2010-04-15 09:44
요즘 학교장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 전문직 인사비리를 시작으로 교육계의 비리가 연달아 보도되니교육계가 마치 부정한 집단의 소굴인 양 국민에게 비춰지고 있다. 당연히 교육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교육계의 잘못을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인사 청탁에 뇌물이 오갔다면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다. 학연, 지연에 뇌물고리 상납까지 이어졌으니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될만 하다.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 대부분의 교장은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 극히 일부가 거기에 해당할 뿐이다. 부정 부패의 일부분을 언론에서 크게 다루다보니 마치 교육계가 비리의 온상인 듯 비쳐지고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부정축재자처럼 취급을 받아 고개를 들기가 어렵다. 교과부는 교육비리의 대책으로 교장공모제를 이번 2학기부터 50% 이상 실시하고 경쟁률을 10대1 이상으로 만든다고 한다.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 그 영향일까? 지금 교장 연수를 받고 있는 교감들은 사기가 꺾여 연수분위기가 말이 아니게 침체되어 있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 수원 인근지역의 초등학교 여교장과 통화를 한 적이 있다. 전문직에도 있었고 학교 운영을…
2010-04-15 09:40
계절제 대학원 수업을 하며 과거 한 번도 정식으로 배우지 못했던 도자기와 염색 공예에 대해 실습을 통해 좋은 작품까지 만들고 전시하는 귀한 경험을 얻었으며 강원도, 전라도 경기도 등 각지의 젊은 교사들과의 생활은 새로운 삶의 가치와 재충전의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작품제작 수업 중에는 점심시간도 채 되기 전에찾아오셔서 어디서 뭘 먹을지 걱정하시는 지도교수님이 계셨는데한번은 그분을 찾아 학교까지 갔다가 논문지도 약속날짜 깜빡하시고 서울에 계시어 대신 다른 분께 지도받던 일, 자정을 넘기도록 이어지는 작품 완성의 몰아지경, 시간을 쪼개어 양말과 내의를 세탁해 창가에 말리던 일, 강사와 수강생이 교대로 졸던 세미나 시간, 남들이 자는 한밤중에 ‘파닥’ 치킨과 함께 회포를 풀던 일도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다. 수업시간에는변함없이끝까지 충실했지만 영어시험도 전공시험도 내겐 힘겨웠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금요일 고속도로에서 한번은 정상운행중인 우리 차량 옆을 ‘끼익!’하며 난데없이 처박은 겁 없는 처녀들이 있었다. 무면헌지 졸았는지 사고차를 살피는 순간 우리 뒤에는 대형 트럭이 삼킬 듯이 버티고 있다. 만약 가운데 압축되었더라면 뼈도 못 추릴 뻔했다. 교과서에
2010-04-12 17:30
새천년이라고 야단법석을 떨던 2000년 나는 20년간의 고교교사 생활을 접고 집 부근 J중학교에 새 보금자리를 잡았다. 중학교는 업무도 수업도 많다지만 끝에서 끝으로 반복되는 출퇴근이 싫어 선택했었다. 남들이 승진을 위해 일찍 방향을 틀던 중학교에 늦은 안착이었다. 학교에서 권하는 대로 환경부장을 맡았고 그 해 깨끗한 화장실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푸른숲선도원’이란 교내 봉사단을 만들어 청결한 학교환경에 힘썼다. 매일 학생을 모으는 일도 예삿일이 아니었고 구석구석 눈과 잔손이 가지 않은 곳의 청소는 체질에 맞지 않은 것 같았다. 새벽에 수학여행단이 10여대 관광버스로 떠난 후 등교시간까지 기다릴 수 없어 혼자 온 운동장 전체를 돌며 청소한 일은 지금도 잊지 못할 일이다. 떠나기 전 인솔교사가 학생들 스스로 줍고 가도록 지시만 했더라면 바로 해결될 일이었는데…. 20년 만에 중학생을 대하니 귀엽기 짝이 없고 행동 하나하나가 재롱스럽기 그지 없었다. 복도에서 서로 엉켜 뒹구는 일은 다반사였고 고교에서는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번은 학생이 입안을 빨갛게 물들여 자랑스레 벌리고 다닌다. 다쳤나 이상해서 한 번 더 보려 해도 도망가더니 바로 그
2010-04-12 17:27
“입고 갈 봄 옷이 없네.” 출근을 서두르던 초등 교사인 아내가 평소와 다르게 거울 앞에서 슬쩍 푸념을 던졌다. 아, 그러고 보니까 오늘 학부모 총회가 있는 날이다. 설레는 봄 날씨처럼 처음 만나 대화할 많은 학부모들에게 첫 인상을 잘 보이고 싶었나 보다. ‘선생님의 세련된 패션 감각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진정 열심히 학급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이번 달 월급 타면 봄 옷 한 벌 사주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교육 비리’라는 거대한 사건(?)과 관계없이 2010년 대한민국 교육현장은 학부모 총회를 시작으로 이렇게 또다시 물 흐르듯 흘러가고 있다. 벌써 학부모 공개 수업을 실시한 부지런한 학교 소식도 들린다. 왠지 올해부턴 학부모 총회뿐만 아니라 학부모 공개 수업이나 동료 교사들 간의 수업 공개도 ‘교원능력개발평가’와 맞물려 색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듯하다. 학교 관리자들의 의욕에 찬 인사말도 그렇고 교사들의 학급경영안내 유인물도 한층 정성이 담겨 있다. 수업 준비에도 전보다 더 신경을 쓰는 듯하다. 그렇다고 과연 이런 것들이 교원평가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일까? 오히려 많은 동료교사들은…
2010-04-08 23:47토요일 오후, 올해 졸업한 한 제자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자에서 제자는 대학 적응이 힘들다며 상담을 해 달라고 했다. 대학 생활을 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제자의 고민이 조금 시기상조(時機尙早)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으로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제자와의 시간을 정했다. 점심을 먹고 교무실로 돌아오자 낯익은 얼굴이 책상 옆에 서성거리고 있었다. 제자였다. 지난 2월 졸업 후 오랜만에 만난 제자이기에 그 반가움은 더욱 컸다.머리 스타일만 조금 달라졌을 뿐 모습은 옛날 그대로였다. 그런데 얼굴은 고민을 많이 한 탓인지 조금 수척해져 보였다. 순간, 문득 학과선택 때문에 부모님과 많은 갈등을 겪었던 작년 2학기 때의 일이 떠올려졌다. 본인은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하기를 원했던 반면 부모님은 아이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간호과를 고집하여 적지 않은 승강이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수도권에 소재한 대학은 절대로 보낼 수 없다는 부모의 완강한 고집으로 그 아이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결국 지방의 한 간호과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다. 사실 부모님은 내게 아이의 학과선택에 대해 여러 번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아이의 적성이 무엇보다…
2010-04-07 09:02
한밤중 중학교 교정이 환하게 불이 밝혀져있다. 각 교실 형광등도 모두 켜져 있다. 운동장엔 자가용 수 십대가 주차되어 있다. 도대체 중학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바로 학부모총회다. 해마다 오후 2시쯤 열리던 총회가 저녁 6시로 바꿨다. 직장을 갖고 있거나 맞벌이 부부 학부모 총회 참석을 위해서다.바로 학부모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한, 수요자를 고려한 것이다. 각 담임들도 각 교실에서 상담을 위해 대기 상태다.반별로 담임 소개자료를 비롯해 교육방침, 학급 연간운영 계획, 학력 향상 방안 등도 들어가 있다.제법 분량이 두툼하다. 올해 들어 학교가 눈에 보이게 바뀌고 있다. 학교가 학부모를 의식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존재가치를 비로소 중히 여기게 되었다고나 할까? 학부모총회 자료도 작년 10 페이지에서 올해 20 페이지로 2배가 늘었다. 학교장 학교경영 철학과 경영방침도 들어가 있다. 담당부장교사는 학교소개 자료를 ppt로 만들어 보고 한다. 학부모가 알아두어야 할 사항을 유인물과 함께 시각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ppt로 작성해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10여전 전만해도 학교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교육청의 장학지도였다. 그러던 것이 학교평가로
2010-04-06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