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정치인의 말이 새삼스럽다. 새 학기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방학을 맞았다. 까맣게만 느껴지던 그 숱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격렬한 전투를 치르고 난 뒤의 다소 허탈한 느낌이랄까.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큰 시험에 들고 그때마다 치열한 승부를 벌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고3. 모르긴 몰라도 이 시기가 인생을 좌우할 최대 승부처고 그래서 목숨걸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오죽했으면 ‘고3병’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고3이 되면 아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한 마디로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공부 기계로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고3 과목을 맡은 선생님들은 사실 이런저런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시험을 치를 때마다 전국 대비 과목별 평균과 석차까지 유리알처럼 드러나고 성적이 떨어지는 과목은 교장, 교감은 물론이고 학부모의 눈총까지 받아야 한다. 고3 담임은 부담이 몇 가지 더 얹힌다. 시험볼 때마다 아이들 상담은 물론이고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요즘처럼 대학전
2010-07-19 22:29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더욱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아침이다. 이제 장마는 서서히 끝이 나려나. 삶의 희망을 불어넣는 밝은 햇살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 학교는 아침 7시 30분까지 등교를 하고 7시 40분부터 글로벌 인성교육이 시작된다. 월, 수요일은 리더십트레이닝 교육, 매주 화, 목요일은 명심보감을 통한 인성교육, 목요일은 우리들의 지성과 감성이야기, 토요일은 시와 음악시간이 운영된다. 오늘 아침은 리더십트레이닝 교육 시간이 운영되었다. 이 시간에는 필자를 비롯해 전 선생님께서 훈화자료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훈화를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각 교실에서 훈화를 듣고 노트에 자기의 생각들을 정리한다.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고쳐야 할 일, 다짐하는 일, 결심하는 일 등 각종의 생각들을 노트에 적고는 이를 실행에 옮긴다. 오늘 아침에는 30대의 중국어 선생님께서 훈화를 준비해서 말씀을 하셨다. 훈화의 말씀은 고사성어에 대한 말씀이었다. 세 가지의 고사성어를 말씀하셨다. 그 중의 하나가 계륵(鷄肋)에 대한 말씀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계륵의 계(鷄)는 닭이고 륵(肋)은 갈비뼈이다. 고사 내용
2010-07-19 09:36방학식이 끝나고 우리 학교 학생회 임원들이 칠보산 자락 아래 맷돌화장실 앞에 모였다. 학생회임원 수련회에 모인 것이다.흔히들 학생 간부 수련회는 1박 2일로 수련원을 찾아 그 곳에 프로그램을 맡기지만 우리 학교는 교장과 선생님들이 직접 지도한다. 비용도 적게 들고 우리가지도 목표를 세우고프로그램의 내용도 구성하니 교육적 성과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학생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행동을 같이하니 사제지간이 더 가까와진다.필자의 평소 생각, 애교심과 애향심은 애국심으로 나아감을 프로그램을 통해 실천하는 것이다. 흔히들 우리는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고 말한다. 학교도 마찬가지고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모교에 대해, 고향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 애정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에 모교와 칠보산에 관한 퀴즈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오후 3시 30분. 등산 안내판앞에서 필자가 가이드로 나섰다. "자, 여러분! 이 화장실 이름은 무엇이죠? 그리고 이 화장실 기둥은 모두 몇 개일까요? 왜 칠보산일까요? 과연 일곱개의 보물은? 칠보산 정상의 고도는 얼마일까요?" "맷돌 화장실, 기둥은 일곱 개, 일곱 개의 보물이 있어서요. 일곱 개의 보물은산삼, 맷돌, 잣나무
2010-07-19 09:32까치밥 “윤영아 ! 위험해 어서 내려와!” 아버지가 고개를 뒤로 재껴서 감나무를 바라보면서 소리칩니다. “여기 이것을 꺾어야 해요.” 윤영이는 아직도 더 올라가야 잡힐 나뭇가지를 꺾겠다고 한사코 더 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 모습을 보면서 아련한 옛날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선생님이 아직 초등학교 5학년 가을의 일이었던가 봅니다. 유난히 빨갛게 감이 잘 열린 그 해 가을, 무슨 일이었던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담임선생님께서 방문을 하셨습니다. 집 뒷뜨락에 있는 커다란 감나무는 그 높이가 20m 가까이나 되고 아이들이 둘이서 손을 마주 잡아야 간신히 둘레를 잴 수 있는 큰 나무였습니다. 나무가 얼마나 크고 감이 많이 열리는지 마을에 들어서면 온통 감나무가 마을을 가리고 마치 빨간 낙하산을 펼쳐 놓은 것 같은 커다란 감나무가 마을 안에 10여 그루나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감나무나 선생님의 집 감나무였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집을 방문하셨는데 그 시절(1956년)에는 농촌에서 손님이 온다고 무얼 대접할 만한 음식도 없고 차나 술도 없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집 뒤란에 있는 감이나 조금 따서 드리고 싶었던가 봅니다. 그 때까지 겁이
2010-07-19 09:07우리 학교에 영재반 3개 학급이 있다. 수월성 교육 차원에서 1, 2, 3학년 6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침 7시 40분부터 하루 1시간씩 수학, 영어, 과학 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급 운영에수원시의 교육보조금 2천만원이 지원되고 있다. 며칠전이들을 대상으로 학교장 특강이 있었다. 주제는 '더불어 사는 창의적인 삶'. 쉽게 말해 인생 특강이다. 교장 위주로 이야기 하다간 눈높이가 어긋날 수도 있어 질의응답식으로 하기로 했다. 어떤 질문이 나올까? 질문 내용으로는우리학교 운영 방안, 비전은 무엇인지?칼럼집 3권 출판하였는데 그 내용은 무엇인지?선생님이 된 계기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장점과 단점은? 등이다. 질문 내용에 맞추어 평상시 나의 인생관, 교육철학. 개인 성장사와 우리 집 이야기, 우리 학교 이야기 등을 간추려 이야기하였다. 주요 강조사항을 보면 첫째, 삶의 목표를 정하고 그 길을 향해 매진하라.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전공도 미리 생각해 두어라. 목표가 분명한 사람은 삶을 허비하지 않는다. 둘째, 인생 어려움을 만나면 그것을 지혜롭게 극복하라. 그 난관은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어려움은 그것을 이겨내라고 있는 것이다. 셋째, 자신
2010-07-17 13:30“선생님, 2학기 때는 다른 학교로 가세요?” “응, 왜 물어?” “안 가시면 좋은데…….” “…….” “그럼 어디로 가세요?” “…….” “선생님, 가시려거든 ○○초등학교로 가세요.” “왜?" “저 그 학교로 전학 갈 거예요.” “그러니?” 3월부터 현재까지 담임교사의 육아휴직 때문에 기간제교사가 학급담임인 학급에서 그 선생님과 한 학생의 대화다. 이제 곧 방학이 시작되고 방학이 끝나면 함께 할 시간이 이틀뿐이어서 헤어질 준비를 학생들도 하고 있는 듯 하다. 9월부터는 새로운 선생님을 맞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가신다면 ○○초등학교로 가시란다. 거기 가서 계시면 곧 자기도 그 학교로 전학을 갈 테니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간 많이 정들었고, 선생님이 정말 좋았고, 헤어지기 싫다는 마음이 짧은 대화 속에 담겨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직 어린 학생들이다. 이제 겨우 코흘리개 신세를 면한 개구쟁이다. 자기가 전학 갈 학교로 가시면 좋겠다고 생각한 어린 마음,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들어서 선생님 가시는 것이 못내 서운한 어린 마음,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예뻐해 주신 선생님에 대한 간절한 소망, 이런 마음을 심어준 교사야말로 참 스승이 아닐까! 주의산만하
2010-07-17 13:28사람이 살아가면서 공과 사를 구분하며 청렴하게 살아가기란 정말로 힘든 것 같다. 특히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심이 들어가 개인의 이익을 추구다가 법의 심판을 받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사적인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더 큰 것을 잃고 평생 동안 후회하며 살아가는 어리석음이라고 할 수 있다. 청백리이자 명재상으로 잘 알려진 황희(黃喜, 1363~1452)정승은 조선조 최장수 재상이다. 그는 정치 일선에서 원칙과 소신을 견지하면서도 때로는 관용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건국 초기 조선의 안정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조선조에서 재상을 역임하였던 청백리는 약 18명이 거론된다. 그 가운데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이가 황희다. 황희의 맏아들은 일찍부터 출세하여 벼슬이 참의에 이르렀다. 돈을 모아 살던 집을 새로 크게 짓고 낙성식을 하였다. 말이 낙성식이지 크게 잔치를 베푼 터이라 그 자리에는 고관들과 권세 있는 친구들이 많이 참석하였다. 집들이 잔치가 시작되려 할 때, 아버지 황희가 돌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선비가 청렴하여 비새는 집안에서 정사를 살펴도 나라 일이 잘 될는지 의문인데, 거처를
2010-07-17 13:23학업성취도 평가를 끝낸 요즈음은 나도 아이들처럼 아침독서에 열중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외수 님의 책, '청춘불패'에 따르면 내 시계는 풍류기(風流期)여야 한다. 오십대는 남은 인생 전부를 노니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20대 초반부터 시작한 교직 생활 동안 쉼없이 달려 온 것이다.눈이 침침하고 책을 볼 때는 돋보기를 써야 하며, 운전을 할 때는 먼 것이 잘 보이는 안경을 따로 써야 한다. 내 눈은 나에게 쉬어야 할 때임을 말해 주고 있다. 인디언 속담에 50은 산을 바라보는 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세상이 살기 좋아져서 몸이 덜 고생하고 섭생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세상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의 나이는 옛 사람이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그 선견지명에 놀랄 뿐이다. 사람이 생존 가능한 수명이 길어지고 있으니 50대를 풍류기로 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만 몸이 가리키는 시계는 아무리 우겨봐도 풍류기가 많을 듯 싶다. 그렇다면 내 몸의 나이는 계절로 말하면 늦가을 쯤이 아닐까? 지난 세상 힘들게 일해 온 내 나무의 뿌리를 쉬게 하고 더 이상 새 잎을 키우지 않으며 고운 자태를 드러낸 단풍잎을 달고 서 있는
2010-07-15 22:56오늘은 장마 중 햇살을 볼 수 있는 아침이다. 전날 잠을 편하게 자면 정신이 맑아진다.즉,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잠을 이루면 꿈과 잠이 편안해진다. 오늘 아침도 명심보감을 통한 인성교육이 시작되었다. 정기편 열한 번째 문장이었다. 경행록에 나오는 말인데 문장은 다음과 같다. “食淡精神爽(식담정신상)이요 心淸夢寐安(심청몽매안)이라”는 문장이다. ‘음식이 담백하면 정신이 상쾌하고, 마음이 맑으면 꿈과 잠이 편안하다’는 뜻이다. 음식이 담백하다는 것은 음식 맛이나 빛이 산뜻하다는 뜻이다. 음식이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은 것을 담백하다 할 수 있다.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음식이라 해야 할까? 그게 담백한 것이다. 그래서 음식은 소금을 많이 넣는 것도 좋지 않고, 기름을 많이 넣는 것도 좋지 않다. 소금이 많이 들어가거나 기름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좋지 않다. 특히 정신건강이 좋지 않다. 정신이 상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미료가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매운 것이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것들이 들어가면 음식이 담백해질 수 없다. 짜고 맵고 단 것에 길들여 있으면 그런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특히 정신건강을 지킬…
2010-07-15 22:52"장 선생님, 방송국 촬영 팀이 우리 학교에 언제 오나요?" "예? 교장 선생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학교에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촬영 온다고 하던데요?" "저는 금시 초문인데요? 누가 그러시던가요?" "교감 선생님이 그러셔서 부랴부랴 학교를 단장했는데~~" "아하! 제가 쓴 우리 반 아이들 이야기가 TV동화 행복한 세상에 방영된다고 말씀 드린 적은 있는데, 그게 잘못 전해진 모양입니다. 학교를 취재하러 오는 게 아니고 방송 프로그램에 방영된다고 했는데요." 지난 5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나는 가끔 사랑스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길 좋아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다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특히 2학년 짜리 아이들의 세상은 순진함으로 꽉 차 있답니다. 그들은 꿈꾸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며 상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아름다운 생각을 언어로 보여주는 일이 참 많습니다. 이제 막 1학년 단계를 지나 글눈을 뜨고 올라와서 동화책을 즐겨 읽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언어는 시어처럼 해맑고 상큼해서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동심의 세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남긴 교실 이야
2010-07-14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