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강 최한기를 처음으로 이정우 교수의 철학 강의에서 들었다. 우리도 서구의 니체에 버금가는 철학자가 있다고 하며 혜강의 기학(氣學)에 대한 소개와 그의 우주론과 과학적 세계관은 당시로는 지나치게 앞서간 철학자였다고 하였다. 서구의 철학이론을 좇아가며 공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가진 이러한 철학적 자산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기(氣)’를 연구한 사상이라는 말에 즉시 인터넷 서점에서 최한기의 『기학(氣學)』을 구입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그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여름과 가을 내내 『기학(氣學)』은 언제 어디서나 나와 함께하였다. 도올 선생의 서문을 보고, 그의 충고대로 뒤편에 수록된 손병욱 교수의 ‘기학해제’를 읽고 도전하였다. 『기학(氣學)』의 본문은 점점 읽기가 벅차서 읽다가 접어두고 한참 쉬었다가 다시 읽기를 반복하였다. 어느새 새해를 맞이하였다. 나의 책 읽기는 더디고 이해 속도는 더 느리다.^^ 그러나 매력적인 용어들이 나를 빠져들게 한다. 혜강 최한기는 『기학(氣學)』을 통하여 우주의 본질은 '이(理)'가 아니라 '기(氣)'임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기는 일종의 생명 에너지로서 끊임없이 운동한
2020-02-04 14:35가을 송 찬 호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 놀란 장끼가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껑, 우는 서러운 가을이었다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애처럼 화들짝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방울 흘리며 맞 은편 골짜기로 정신없이 달아나는 가을이었다 멧돼지 무리는 어제 그제 달밤에 뒹굴던 삼밭이 생각나, 외딴 콩밭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산비알 가을이었다 내년이면 이 콩밭도 묵정밭이 된다 하였다 허리 구부정한 콩 밭 주인은 이제 산등성이 동그란 백도라지 무덤이 더 좋다 하였다 그리고 올 소출이 황두 두말가웃은 된다고 빙그레 웃었다 그나저나 아직 볕이 좋아 여직 도리깨를 맞지 않은 꼬투리들이 따닥 따닥 제 깍지를 열어 콩알 몇 낱을 있는 힘껏 멀리 쏘아 보내는 가을이었다 콩새야, 니 여태 거기서 머하고 있노 어여 콩알 주워가지 않구, 다래 넝쿨 위에 앉아 있던 콩새는 자신을 들킨 것이 부끄러워 꼭 콩새만한 가슴만 두근거리는 가을이었다 감상 송찬호 시인의시집을 읽었다. 붉은 나막신이다. 다른 일로 바빠 아직 못 읽고 있다. 어서 읽어야 할 텐데… 새 시집을 읽기 전에 아무래도 예전…
2020-02-04 14:34문맹률 제로, 공교육의 책무입니다 저는 1980년 10월28일, 부임 나흘째 되던 날,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바닷가 마을 00초등학교 4학년학생48명 앞에 섰습니다. 간단한 소개와 부임인사를 하고 그날 일정대로 10월말 학력평가지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학생 실태조차 미리 알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칠 테니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해주기 바랍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10월 말 시험을 치르는 날입니다. 국어 시험지를 잘 읽고 답을 적어서 내주기 바랍니다." 그런데 시험을 나눠준 지 10분도 되지 않아 다 했다는 아이들이 열 명을 넘었습니다. "우와, 공부를 참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 가 보구나. 자기 이름을 꼭 썼는지, 빠뜨린 답은 없는지 꼭 확인하세요. 다했다는 친구들 시험지를 좀 볼까요? " 그 순간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15명의 아이들이 보여준 시험지에는 아는 글자 한두 글자를 칸마다 적어놓았습니다. 번호를 쓴 것도 제대로 맞춘 것이 없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너무나 태연한 아이들 모습이었습니다. 48명 중에 15명이 글자를 모르다니! 그것도 고학년을 바라보는 10월 말에! 겁에 질린 24살
2020-01-28 13:27생각하지 않는 독서는 위험하다 -쇼펜하우어 스위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영어나 산수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가만히 앉아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기, 줄 서기, 다른 아이 괴롭히지 않기 같은 것을 배운다는 것. 노르웨이 초등학교에서는 장래 희망을 이야기할 때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를 포함해서 이야기하도록 가르친다고 한다. 패자에게 벌을 주지 않는 북유럽 사회의 모습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그렇다고 뭐든지 따라 하자는 건 아니지만 취사선택은 할 수 있으리라. 지난 해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며 청와대 청원 글을 올린 선생님의 이야기에 한숨이 나온다.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것도 학생보다 학부모 민원이라고 하니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모든 인간관계는 양면성이 있으니 어느 한쪽만을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도덕률이나 인간다운 자세만은 그곳이 어디든 지켜져야 함을 생각하게 된다. 서두에 인용한 스위스 유치원 교육의 모습이나노르웨이 교육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는 요즈음이다.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은 얼킨 실타래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로 보여서다. 대단한 독서가였던 쇼펜하
2020-01-21 16:05십여 년 전으로 기억된다. 전라남도 장흥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물과 숲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장흥읍을 가로질러 흐르는 탐진강에선 물축제를 하여 사람들이 무척 많았었다. 편백숲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산림욕을 하였고, 장흥 삼합(쇠고기,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을 구웠다. 이 아름다운 장흥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다시 읽었다. 오래전 여행지에서 본 구불구불한 해안선과 한적한 바다 풍경, 소등섬의 일몰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아이들은 해수욕장에서 파도와 놀았지만 나 혼자 비상학의 전설을 찾아 계속 바다 위를 바라보았었다. 소리꾼 아버지와 눈먼 딸 그리고 이복 오라비의 기구한 운명은 가슴에 한을 품게 하고, 그 한을 다만 소리로 풀어내고 있다. 사내가 찾아갔던 그 장흥의 마을 주변에서 나도 내 마음에 얽혀있던 어떤 것을 풀어내고 싶었으리라. 사내는 갈수록 발길을 서둘러 댔다. 사내는 새삼 표정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산길이 제법 높아 그런지 저녁 해는 회진 쪽에서보다는 아직 한 뼘 길이나 남아 있었다. 이제 마지막 산모롱이를 하나 올라서고 나면 거기서 다시 오른쪽으로 길게 뻗어 들어간 선학동 포구의 긴 물길이 눈앞을 시원히 막아 설 것이었
2020-01-21 16:05멈추지 않는 성장을 위한 사색 프로젝트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오르한 파묵 이 책은 저자 김종원이 세상의 룰을 바꾼 세기의 천재들을 5년 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경쟁력이 그들 안에 있는 사색가적인 능력에 있음을 집약해 놓은 사색 입문서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삶에서 자동차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은 인격이다. 인격이라는 브레이크가 없는 삶은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후회를 남기지 않고, 늘 고귀한 인격을 가슴에 품은 채 사색하라." -43쪽 "실력에서 진 사람에게는 패자부활전이 허락되지만 인격적인 부분에서 진 사람에게는 패자부활전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명심하라. 아무도 당신을 보지 않는 것 같지만, 제3의 카메라는 존재한다. "-40쪽 "눈으로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귀로는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머리로는 남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훌륭한 사람이다. 어느 정도를 아느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아는 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때문에 사색하고 관찰하는 습관은 인간의 지적 성장을 위한 촉진제 역할을 한다. - 고 유일한
2020-01-15 14:01명견만리(明見萬里)란, 만 리 앞을 내다본다는 뜻으로, 관찰력이나 판단력이 매우 정확하고 뛰어남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KBS에서 미래 사회의 주요 핵심어들을 간추려 모두 두 편으로 나누어 출간했는데, 이 책은 그 두 번째 책이다. 2편에서는 윤리, 기술, 중국,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문제와 세계적 트렌드를 다루고 있다. 현재 인류의 변화 속도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보의 양도 무한대인 시대에 살고 있다. 때문에 책에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라고 충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방부에서도 이 책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반드시 읽어야 할 진중문고로 선정했다. 그만큼 읽어볼 만한 책이란 뜻이다. 엄격히 말해서 민과 군은 분리되어 있지만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있어서 민과 군은 공동운명체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몰아닥치고 있는지 책을 통해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 장에서는 착한 소비, 김영란법, 세계적 트렌드로 급부상한 반부패 등을 다루고 있다. 착한 소비는 이제껏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근검과 절약 정신을
2020-01-12 00:35책의 오솔길에서 세상과 의미 있는 충돌을 시작하며 만일 인간을 좀 더 창의적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하는 존재로 만들고 싶다면, 젊은이들에게 틀에 박힌 지식과 태도를 가르치기보다는 현장에서 적극적인 발견의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장 피아제 나는 살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데 살다 보니 사는 길이 곧 죽기 위해 살아가는 길이라고 깨닫는 순간마다 아득해집니다. 살지 않을 수 없는 삶,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라니! 가만히 있어도 시간에 떠밀려 파도에 밀리듯 저절로 닿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죽기살기로 내닫다 지쳐 쓰러지고, 어떤 이는 스스로 삶을 던지고 어떤 이는 아무렇게나 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그래도 眞理는 있다며 道를 찾아 조심스럽게 걷다가 발견한 지름길로 인도하기도 합니다. 죽음에 이르는 길은 王道도 샛길도 없음에도. 죽어서도 살고 싶은 인간의 희망이종교와 철학을, 문학을 비롯한 예술을 낳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그 희망이 도를 넘어서 욕망이 되는 순간 세상을 뒤흔드는 재앙을 가져온 것도 인간입니다. 그러니 어떤 이는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 아닌 지구의 멸망을 가져올 좀비라거나 최악의 생명체라고 일갈하기도
2020-01-12 00:32얼마 전 메일 하나를 받았다. 메일 제목은 ‘포크댄스 일일지도 가능하십니까?’ 송신자는 남성 분인데 친목단체 모임에서 포크댄스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모임은 수원, 용인에 거주하는 친목단체로 평균 연령 60세인 군대동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2월 정기 모임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부부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취미로 추천코자 포크댄스를 알아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예전 너무 재밌게 몇 시간 추던 기억이 있어 인터넷 검색하다보니 내 이름이 많이 나오고 메일주소가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글을 올린다고 정중히 표현했다. 희망은 2월중 토요일 오후 3∼4시간 진행하려 한다는 것. 몇 시간 배워서 잘 춘다기보다 포크댄스가 너무 재밌고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친구들에게 적극 추천하기 위함이라는 동기와 목적도 밝혔다. ‘우와, 내가 어느 새 유명강사가 되었나? 교직 은퇴 후 4년차 포크댄스 강사인데 그 동안 열심히 뛴 활동이 점차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구나!’ 혼자 중얼 거려 본다. 대부분 재능기부 형태였고 경기문화재단과 수원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주요 활동 무대는 경기상상캠퍼스와 벌터 문화마을, 경로당, 복지관, 일월공원 등이다. 반가운 메…
2020-01-12 00:30중학교 3학년 우리반 아이들은 고입 원서를 모두 썼고 대부분 발표가 나니, 조금은 생활이 허물어져 있습니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졸업식’ 이런 주제의 이야기가 교무실에서 나왔습니다. 졸업식에 너희가 댄스 공연 같은 것을 한번 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 말에 아이들은 입을 모아 “선생님도 같이 하면요오~~~~”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냥 별 생각 없이 “그래.” 한 마디 한 것이 화근이 되어 옥죄고 있습니다. 시간만 나면 저를 교실로 데려가서 설현이 나오는 걸그룹의 댄스를 하라고 시킵니다. 맛있는 밥을 사 줄 테니 빼달라고 애걸을 해도 어림없습니다. 나이 먹은 몸치인 저는 이제 살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방학 때 아이들 입을 막을 방법을 궁리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국어 진도가 끝난 뒤 몇 편의 단편 소설을 학생들과 함께 읽었습니다. 그 중 한 편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입니다. 교과서에는 부분만 발췌되어 있어서 전체적인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기왕이면 긴 호흡으로 함께 읽으며 그 내용을 이야기하기에는 진도가 끝난 뒤의 시간이 가장 적절합니다. 매년 고등학교로 진학할 학생들에게 몇 편의 좋은 소설을 함께 소리 내어 읽고 비주얼 씽킹이나
2020-01-05 07:52